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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형적인 못된 악녀 백마리를 임세미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이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오히려 나쁜 짓을 벌일 때마다 빈틈을 드러내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백마리가 안쓰럽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백수 조인성(오대환)과 코믹 커플 연기를 펼칠 때는 악역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정도로 애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기까지 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만난 임세미는 '쇼핑왕 루이'를 향한 시청자들의 뜨거웠던 사랑을 언급하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중 철없고 코믹했던 백마리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고 차분하고 조근조근 입을 여는 임세미에게 또 다시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하 임세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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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악역이긴 하지만 제가 마리처럼 허당기도 있고 모자란 부분도 많은데 그런 모습을 보고 캐스팅해주신 게 아닌 가 싶어요. 악역이 처음이다보니 감독님도 '괜찮겠어?'라고 물어보셨죠. 하지만 저처럼 순하게 생긴 배우가 악역을 맡는 게 재미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임세미가 그리는 백마리는 분명히 그만한 매력이 있을 거라고 힘을 많이 주셨어요.
-실제로는 허당기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아니에요. 심각해요.(웃음) 심각할 정도로 덜렁되거든요. 이런 제가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하는 게 신기할 정도죠.(웃음) 그런 모습을 작가님이 꿰뚫어보시고 대본을 써준 게 아닌가 싶어요. 얼마전에 작가님이 인터뷰한 걸 보니까 '세미 씨의 허당기 있는 부분을 사랑스럽게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하셨더라고요. 그렇게 봐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요.
-악역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당하는 역만 하다가 악역을 하니까 통쾌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누구한테 윽박지르고 상처주고 그런 게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흥미로워졌어요. 그리고 마리는 마냥 못된 일만 하는 아이는 아니었잖아요. 악행을 저지르다가도 망가지고 넘어지는 마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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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면서 정말 어려웠어요. 분명히 못된 아이였는데 매 신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얘가 왜 이러지?'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스스로 마리의 행동에 대해 타당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저도 마음 속에 번다한 생각들이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마리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은 서툴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모습들이요. 그래서 어려운 만큼 재미있었어요."
-벌써 10년차 배우다. 사실 오래 활동한 것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 연기자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는지.
스스로 포기하고 싶었던 적보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하고 포기하라고 할 때가 많았어요. 이제 나이도 있으니 그만 해라,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떠냐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 받았어요. 훌륭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가슴을 울리는 배우가 되자고 다짐했죠.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작게나마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데뷔 하고 한 5년 동안 공백은 있지만 그 이후에는 '쇼핑왕 루이'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거든요. 대중이 크게 알아주는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어차피 평생 할 연기인데, 사랑 많이 받는 시기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고, 또 큰 사랑을 받다가도 그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늘 꾸준하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럼 연기자 말고 다른 일을 꿈꿔본 적이 없나.
그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를 수없이 해봐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대학 다닐 때랑 연극할 때 이벤트 행사, 티켓팅, 자리 안내, 카페 서빙 등 해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정말 다 해봤거든요. 사실 방송활동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MBC '넌 내게 반했어'(2011)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런 아르바이트 경험들이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됐었어요. 워낙 다양한 일을 해봐서 그 일을 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캐릭터를 파악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거든요. 젊었을 때 고생은 어떠한 이유로도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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