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프니엘의 탈모 고백, 아이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11-15 18:14



"다른 멤버들은 예능 등에 출연을 하면서 비투비 이름을 잘 알리고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이돌 최초로 방송에서 탈모를 고백한 프니엘은 심각한 탈모를 부를 만큼 힘들었던 '고민'과 스트레스의 정체를 이렇게 털어놨다. 프니엘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출연한 비투비 멤버들은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화려해 보이는데 실상은 굉장히 고독하고 외롭다." "친구들을 만나면 돈 잘버니 밥 사라고 하는데 극소수의 팀들만 돈을 벌 수 있다."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아이돌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아이돌은 화려하지만 고독하다. 아이돌 '7년 주기설'이 있다. '마의 7년'을 넘기는 아이돌, 걸그룹이 많지 않다. 아이돌은 태생적으로 시작도 끝도 '경쟁'이다. 연습생의 눈물, 지난한 세월을 이겨내고, 꿈같은 기회를 잡는다. 한날한시에 함께 뽑힌 형제같은 동료들과 한무대에 서지만, 팀내 경쟁은 계속된다. 튀어야 사는 연예계는 잔인하다. 도원결의를 맺고 동고동락을 맹세한 한 식구지만 경쟁은 잔혹하다. 한 팀에서 어느날 갑자기 주연급 톱스타가 탄생하는가 하면, 단역, 조연, 그림자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주얼이 다르고, 재능이 다르고, 인기가 다르고, 수입이 다르다. 팀내에서 입지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CF 개수로 서열이 매겨진다. 끝없는 경쟁의 외줄타기다. 겉으로 쿨하게 축하하고 활짝 웃으며 응원하지만, 뒤돌아 나만의 좌절감과 열패감은 홀로 삭여야 한다.

팬들과 미디어는 화려한 겉모습을 좇는다. 상품화된 아이돌을 인기순, 수입순으로 줄세운다. 수억원을 쓸어담고, 빌딩을 척척 올리는 동료들 틈새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은 병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돈 잘 벌고 잘나가는 아이돌인 줄로만 알지만, 껍데기뿐인 화려함은 때로 공허하다. 비현실적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혹독한 다이어트, 건강엔 적신호가 켜진다. 팬들의 시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삶속에 하루하루 앞만 보고 뛰어가다보면 자신의 내면은 들여다볼 틈도 없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

경쟁을 뚫어낸 인기 절정의 '넘사벽' 아이돌이라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더 어리고' '더 재능있고' '더 매력적인' 신인 후배들이 시시각각 호시탐탐 치고 올라온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한창 청춘인 이들은 꿈을 향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기꺼이 감내한다. 잘나가는 아이돌은 24시간이 모자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숍으로 이동해, 메이크업을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공항 패션을 선보이고, 음악방송, 드라마 촬영장, CF촬영장, 팬미팅, 라이브 공연, 인터뷰를 쉴새없이 오간다. '다람쥐 쳇바퀴' 일상은 때로 답답하다. '이러려고 아이돌 했나'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뜨거운 청춘, 자유로운 영혼을 맘 놓고 발산할 공간도, 시간도 없다. 오직 일, 또 일뿐이다. 힘들어도 해내야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다.

끼 넘치는 선남선녀 청춘에게 '남녀상열지사'는 인지상정이건만, 팬덤과 직결되는 공개 연애는 대부분 금기다. 사생활이 없다. '놀고 싶지만 놀 수 없는' 아이돌들은 한밤중, 새벽에 남몰래 일탈을 꿈꾸다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에도 종종 휘말리곤 한다. 집, 자동차에서 은밀한 연애를 즐기다 파파라치에게 찍히는 불상사도 발생한다.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장악하고 '회사'는 난리가 난다.

스타덤은 짜릿하지만 아이돌의 수명은 짧다. 남자 아이돌은 인기의 정점에서 군대를 간다. 남자가 돼 돌아온 20대 후반 '군필돌'은 서른 즈음에 또다시 불안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솔로로 홀로서기를 하고, 연기, MC 등 다양한 분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스타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비투비의 증언대로 이 또한 극소수의 얘기다. 대부분은 '소년 성공'의 달콤한 추억을 뒤로 한 채 소리없이 사라지거나 잊혀진다. 프니엘의 탈모, '탈모 고백'의 용기 뒤에는 아이돌의 짙은 그림자가 있다.

오늘도 분투중인 아이돌들은 '19년 최장수 아이돌' 신화 이민우의 말을 새겨볼 만하다. 20대 좌충우돌하던 청춘, 6명의 신화는 사고뭉치였다. 인기도 많고, 일도 많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8년간 건재했다. 한번도 깨지지 않았다. 이민우는 오래전 인터뷰에서 "신화 멤버 사이에 빈부의 격차도, 성격의 격차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멤버가 뒤처지거나 안 좋은 상황에 처하면 나머지 다섯 멤버가 그 한 멤버를 일으켜세워 함께 가요. 무언의 약속이죠. 한 명이 잘되면, 신화의 이름으로 잘나가니 좋다는게 모두의 진심이었어요. 에릭이 '불새'로 잘나갈 때 CF가 들어왔는데 '신화 CF'가 아니면 안하겠다고 해서 모두 함께 찍었죠. 전진도 혼자 사막에서 팬티만 입고 생고생하면서 CF를 찍은 적이 있는데 멤버들과 수입을 똑같이 나누자 하더라고요. '신화의 전진'에게 들어온 일이라면서. 돈 때문에 사람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죠."

"서로를 일으켜세우며 함께가는 것", 각박한 아이돌 세상에서 아이돌이 오래도록, 스스로, 함께, 살아남는 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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