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종영②] 조정석, 납뜩이 벗은 인생연기 '로코킹 공인'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1-11 08:10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조정석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이 10일 종영했다.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고는 몰랐던 열혈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과 의류 재벌 고정원(고경표)이 생계형 기상 캐스터 표나리(공효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서숙향 작가의 필력, 박신우PD의 디테일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 등에 힘입어 인
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역시 이화신 역을 맡은 조정석이었다.

조정석은 코믹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말도 안되는 연애 조언을 늘어놓는 납뜩이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학개론' 이후 '최고다 이순신', '더킹 투하츠'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납뜩이 이미지를 벗어던지긴 어려웠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까칠한 셰프로 변신,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조정석의 대표 이미지는 납뜩이였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으로 조정석은 이 납뜩이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하다. 코미디와 정극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조정석은 역시 코미디에 강한 배우였다. 안하무인 자뻑 마초 이화신이 남성 유방암에 걸려 좌절하는 모습부터 자신이 무시했던 표나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그의 남자친구가 된 절친 고정원을 질투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같은 코미디라도 '건축학개론' 때와는 연기톤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건축학개론' 납뜩이가 능청스러움으로 중무장하고 코믹을 위해 달렸다면, 이화신은 짠내나는 코미디를 실현한 캐릭터다. 과거 행적들을 떠올리면 용서하기 어렵지만 현재 처한 상황에서 보면 더없이 짠한, 희한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캐릭터가 짠내를 풍길 때마다 등장하는 조정석의 팔자 눈썹은 큰 웃음을 예고하는 역할을 해 기대를 더하기도 했다.


정신없이 웃는 사이 감성 연기로 치고들어온 것 또한 영리한 전략이었다. 이화신이 표나리에게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를 지키기 위해 유방암 투병 사실을 커밍아웃하는 모습은 가슴찡한 울림을 선사했다. 유방암은 완치했지만 이번엔 불임 판정을 받고 괴로워하다 표나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 역시 시청자를 울린 명장면 중 하나다. 공효진과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절절한 키스신부터 9일 방송된 베드신까지 깊이 있는 연기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이처럼 조정석은 온갖 장르를 더 버무려놔도 무리없이 제 옷을 찾아낼 수 있는 엄청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만의 아찔한 눈빛 연기는 평범한 대사조차 스페셜하게 탈바꿈 시키는 힘이 있었고, 시청자는 이화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 혹은 '웃기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연기파'라는 것을 몸소 입증한 셈이다.

'질투의 화신'후속으로는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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