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연기 구멍이 없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맥락도, 근본도 없는 폭풍 전개로 시청자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열연 때문일 것이다.
서현진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과 180도 다른 캐릭터 연기를 펼쳤다. '또 오해영'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다면 '낭만닥터 김사부'의 윤서정 캐릭터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거대병원 시절에는 자신감 넘치고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닥터였다. '사랑 없이 진정한 치료는 있을 수 없다'는 가치관 아래 열혈 진료를 해왔다. 수 틀리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까지 내뱉는 탓에 붙은 별명은 미친 고래. 하지만 그만큼 직업에 대한 사명 의식이 투철하다는 얘기였다. 서현진은 똑 부러지는 발음과 발성으로 전문 의학 용어를 술술 읊어대며 프로패셔널한 윤서정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하지만 2회에는 캐릭터가 180도 달라졌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캐릭터의 심경을 소름끼치게 그려냈다. 돌담병원에서 재회한 강동주(유연석)를 마주치자 트라우마가 심해져 죽은 남자친구의 환영을 보고 공포에 떠는 모습, 발작하다 스스로 손목을 긋는 모습 등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섬뜩했다. 서현진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극단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풀어내는 연기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유연석도 예상을 뛰어넘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강동주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권력과 성공을 쫓게된 케이스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출세를 위한 길만을 찾는다. 그런 모습은 자뻑 환자, 혹은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다. VIP 수술에 실패해 돌담병원으로 좌천되고 나서도 재기의 꿈은 놓치지 않는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여 돌담병원을 탈출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기 때문에 규정에 없는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김사부(한석규)와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 유연석은 사사건건 날을 세우지만 금수저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짠하고 실감나게 그려낸다. 또 성공 외의 모든 것에 관심없는 척 하지만 김사부의 신들린 의술을 보고 본능적인 호기심을 느끼는 캐릭터의 심리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다. 김사부는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출연 분량은 적은 편이지만, 극강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환자와 마주했을 때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카지노에서 쓰러진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려는 강동주의 손목을 내려치는 모습, 강동주의 반발에도 응급실 긴급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 윤서정의 손목 수술을 하면서 "한 개라도 실수하면 니 손모가지 잘라서 윤서정한테 붙여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등은 조용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내 구역에서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라며 의사로서의 강한 사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너무 무겁기만 한 캐릭터였다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텐데 의외의 웃음도 주고 있다. 베드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거나 하는 풀어진 연기를 볼 때면 이상하게 개그맨 정성호가 떠올라 웃음짓게 하는 것이다. 한석규는 자신의 성대모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성호를 의식해 대사톤에 변화를 줬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떠오르는 정성호의 얼굴은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한석규가 한석규 성대모사하는 정성호를 따라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장면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며 김사부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임원희와 진경은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극중 이혼한 부부 설정인 두 사람의 케미는 극에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요소다. 특히 임원희는 '다찌마와리' 시절을 연상시키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이처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낭만닥터 김사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첫 방송부터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월화극 1위 자리를 꿰차더니 8일 방송된 2회는 1.2% 포인트나 상승한 1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과연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률 20%대를 넘어선 '닥터스'의 기록도 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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