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홍종현 "'달의연인' 왕요 죽는 장면, 내가 봐도 뿌듯"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1-07 17:46


탤런트 홍종현이 7일 청담동 한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종현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권력욕에 가득 찼던 3황자 왕요 역을 연기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홍종현의 성장이 반갑다.

홍종현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에서 3황자 왕요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가 연기한 왕요는 극단적인 악역이었다. 초반에는 4황자 왕소(이준기)를 무시하고 핍박하더니 극이 진행될수록 악행 심화 과정을 거쳤다. 로맨스도 혈연도 아무것도 그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황권을 잡기 위해 피를 나눈 형제마저 가차없이 제거했고, 자신이 좋아했던 황보연화(강한나) 또한 거란으로 보내려고 했다. 뼛속까지 못된 인물이 바로 왕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악의 인성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그리고 홍종현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날선 캐릭터의 상황과 심정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거만하면서도 불같은 캐릭터의 성정부터 애정결핍으로 광기에 사로잡혀가는 모습, 처음으로 느낀 죄책감과 박탈감에 괴로워하는 모습 등을 치밀하게 표현해내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사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땐 항상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악역 캐릭터라 사실 부담이 컸어요. 우리 드라마의 악역은 저와 엄마(박지영)인데 어떻게 하면 제가 그린 왕요의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중요하게 생각한 게 몇가지 있었어요. 차를 마시거나 할 때 동작을 정석대로 한다거나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거나 하는 부분들이요. '나는 왕이 될 사람이니까 너희와는 달라. 내가 나중에 너희를 죽인다고 해도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야' 하고 죄책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나중에 왕요가 무너져갈 때 죄책감을 비롯해 여러 감정들을 느끼는데 갭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탤런트 홍종현이 7일 청담동 한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종현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권력욕에 가득 찼던 3황자 왕요 역을 연기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모델 출신 배우답게 패션에도 같한 주의를 기울였다. 직접 스타일링과 헤어, 메이크업을 체크했고 진한 아이라인으로 강한 인상을 만들어냈다. 또 다이어트까지 하며 한층 날렵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캐릭터 자체가 아름다워야하는 강박이 있어서 아마 남자 캐릭터 중 제일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요. 아이라인은 처음엔 감독님 아이디어로 시작했어요. 센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모델 생활을 할 때나 화보 촬영을 할 때는 아이라인을 그려봤지만 드라마에서는 해본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많이 어색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엔 아이라인이 없으면 살짝 어색해졌어요. 사실 조금은 다이어트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생갭다 너무 많이 빠져서 깜짝 놀랐어요. 밥도 잘 먹고 했는데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운동도 못하고 하니까 살이랑 근육이 같이 빠진 것 같아요. 7kg 정도 빠졌으니까요. 100%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무너져가는 왕요와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탤런트 홍종현이 7일 청담동 한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종현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권력욕에 가득 찼던 3황자 왕요 역을 연기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어떻게 보면 왕요는 '달의 연인'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성과 정체성을 지켜나간 캐릭터였다. '달의 연인' 속 캐릭터들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중심이 흔들리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우직하게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왕요의 모습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무게를 잡아준 것이다. 그래서 왕요는 항상 고독하고 외로웠다. 모두가 함께 즐거워 할 때도 홀로 겉돌았고 사랑마저 스스로 버렸다.


"초반에 다들 좋았을 때에도 같이 웃으면서 어울릴 수 없는 캐릭터라 혼자 동떨어지고 튀어보일 수 있었는데 후반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는 그렇게 교육받으며 자란 아이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한테는 자연스럽고 당당한 일이라고 정리했어요. 연화같은 경우엔 다른 황자들과 같은 로맨스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왕요의 여성상은 엄마 같은 사람이에요. 킹 메이커가 될 수 있는, 권력욕과 야망이 있는 그런 여자요. 그런 모습을 연화에게서 봤기 때문에 호감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그렇게 정리하니까 로맨스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지더라고요. 로맨스가 있었어도 좋았겠지만 오히려 왕욱(강하늘)에게 배신당하고도 연화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거절당하고 거란으로 보내겠다고 하는 모습이 더 캐릭터를 잘 설명했다고 생각해요."


왕요 캐릭터는 비장한 최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토록 애정을 갈구했던 모친에게 끝끝내 이용만 당하다 버림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쏟아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죽인 형제들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었다. 하루하루 날이 다르게 수척해지고 미쳐가는 왕요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수(이지은, 아이유)의 품에서 모든 죄를 뉘우치며 숨을 거두는 장면은 극강의 짠함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극과 극을 오간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인생캐릭터'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사실 왕요의 마지막 모습이니까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갭다 잘 나온 것 같아요. 촬영 전날 작가님이 전화오셔서 촬영하면서 왕요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보셨거든요. 왕요가 죽을 때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냐고 물어보셔서 말씀 드렸는데 그걸 대사에 넣어서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감정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걱정 많이 했는데 나름은 잘 죽은 것 같아요. 처음 도전하는 악역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그렇게 얘기해주시니까 기분이 엄청 좋죠.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고 욕심도 생겼고 촬영도 더 재밌어졌고요.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 작품인 것 같아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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