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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주인공이 사라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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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더 케이투'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김제하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들고, 고안나 캐릭터는 거의 실종되다 싶이 하면서 극이 방향을 잃어가는 듯 하다.
김제하는 최유진과 묘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박관수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데다 아무한테도 진짜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 은근한 교감을 하게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습성이 뼛속 깊이 박힌 최유진을 덮어놓고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안나의 경우엔 좀더 심각하다. 14년 간 감금당한채 사회와 단절됐고, 살인 위협에 시달렸고, 약물에도 취하는 등 갖은 고생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유진과 최성원(이정진)의 권력 다툼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의 고생이 무색할 정도로 무능한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고안나가 복수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더 맥락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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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 '더 케이투'는 희망이 있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채널을 붙잡아 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역시 송윤아와 이정진이다. 송윤아와 이정진은 가진 자들의 알력 다툼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리 어머니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형제 관계인 이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누명을 씌우고 모사를 꾸미는 과정은 소름끼치는 현실로 다가온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본질로 돌아올 수 있는 장치도 갖췄다. 30일 방송된 '더 케이투'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최유진이 자신의 목숨줄이나 다름 없는 거울이의 액세스 권한을 김제하에게 넘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거울이는 최유진을 포함, 모든 인물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최첨단 소프트웨어다. 모든 사건과 인물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절대 권력인 만큼, 이를 손에 쥔 김제하의 반격이 시작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더 케이투'는 분명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한 작품 안에서 멜로 액션 권력쟁탈전 등 다양한 소재를 만나볼 수 있고, 이야기 자체도 흔한 그림은 아니다.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매력도 충분하다. 그만큼 김제하가 절대 반지 거울이를 손에 넣은 것을 기점으로 '더 케이투'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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