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②] 전혜진 "송강호 선배, 영화계 판도를 바꿔놓은 배우"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9-27 20:21 | 최종수정 2016-10-29 11:22


영화 '사도'의 영빈 역을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이름을 알린 배우 전혜진을 출장토크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전혜진은 '사도' 이후 달라진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사진=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스포츠조선 김겨울·전혜진 기자] 배우 전혜진은 어느덧 연기생활 19년 차에 접어들었다. 본진인 연극 무대 또 최근엔 영화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신스틸러로서의 이름을 떨치고 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진작에 감독과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했고 그 가치는 고스란히 드러나는 중. 이는 아무래도 오랜 연극생활이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연기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는 그지만, 지금의 배우 전혜진을 있게 한 연극 무대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연극은 정말 일대일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하는 거죠. 영화 같은 경우는 장면이 남지만 ,연극은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이 사라지잖아요. 그 다음 날 똑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느낌이 또 다르고요. 연극의 그 '사라짐'이 좋았어요. 관객도 매일 다른 느낌이 들어요. 왁자지껄한 관객, 서로가 다 들떠있는 분위기가 있다면 침체되기도 하고요. 영화는 내가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인데 그게 아직도 너무 힘들어요. 뭔가 하면 내가 가짜 같은 느낌도 들고 뭔가 자꾸 제한선을 두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런 걸 잘하는 분들을 보면 부러워요. 사실 더 무서운 건 연극 관객일 수 있는데, 그래도 거기엔 익숙한 편이죠. "영화나 드라마는 그래서인지 좀 무서웠고요. 사실 더 무서운 건 관객일 수 있는데, 그래도 거기엔 익숙한 편이죠.

그러나 대중에게는 영화 '사도'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용기 내어 영화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도' 현장에서 배우 송강호를 포함, 전혜진이 오랜 기간 몸담은 극단 '차이무'의 팀들이 대거 포진했기 때문. 영화 현장이었지만 연극과 같은 분위기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도'를 하면서 친구를 많이 얻었어요. 지금도 많이 생각날 정도죠. 영화가 원래 같이 붙어 있어도 공감 가는 구석이 없으면 촬영할 때도 가만히 있게 되는데 '사도' 팀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 맞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아요. 막말해도 편한 사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저도 '아닌 건 아니다'라 말하는 편이라서, '아 내숭 떨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고 느꼈죠. 그래서 연기도 더 편하게 한 것 같아요. (문)근영이도 얻었고 (유)아인이, 그리고 당연히 극단 선배인 강호 선배 덕분인 것도 크죠. 강호 선배님과는 사실 처음 같이하는 작품이었거든요. 제가 연극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강호 선배가 마지막 작품이셨어요. 그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사도'로 만난 거죠. 제가 '사도' 캐스팅이 됐을 때 가장 기뻐하셨다더라구요."


영화 '사도' 스틸컷
실제 필모그래피 중 전혜진에게 영화 '사도'는 단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잘 나가는 남편을 둔 아내, 그리고 엄마 전혜진과 배우 전혜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던 그에게 다시 굳건히 배우로서의 확신을 가져다줬고 또 배우 전혜진을 대중의 곁으로 데려온 작품이기도 하다. 개봉 후 1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전혜진은 '사도'를 잊을 수 없다 말한다. 그에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이라는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네 어떤 기준이 됐다고도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갈등이 많았어요. '내가 일을 해도 되나?'하는 것들. 영화를 하면서도 감독님한테 '여긴 되게 좋은데, 나 보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갈등이 많았죠. 이 연기가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때 이준익 감독님이 가볍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영화 얘기보단 거의 그냥 친구처럼 동네 친구처럼, 딴 얘기들, 건강 얘기부터 시작해서 일에 대한 태도 그런 것들… 이준익 감독님은 '너는 너무 심각해'라고 하셨어요. 그땐 '아닌데' 했지만 촬영이 마무리되고 개봉하고 나서는 감독님이 하신 얘기들이 많이 와 닿아요."

'사도'는 보는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줬다. 그랬기에 국가의 비극이기에 앞서 한 가정의 비극을 담아내는 연기자들의 마음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아들과 아버지의 비틀린 관계를 모두 지켜보고 또 감내해야 했던 영빈을 연기하는 전혜진은 실제 술을 먹고 연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마음을 썼다. "하이라이트는 그거죠. 영조와 아들 사도가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저는 대본상에서는 그렇게까지 멋지게 연출될지 몰랐거든요. 대사나 표정들이 정말 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저도 그 장면에서는 못 참고 울었어요. 특히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놀란 장면인 것 같아요."

송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송강호 선배는 제가 연기에 입문했을 당시, 영화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사람이었어요. 남자 배우들의 기준이 송강호로 인해 다 무너졌죠. 모두가 안된다고 하던 그 경상도 말과, 목소리 톤과, 얼굴 등으로. 근데 '아 저렇게 하면 될 수 있구나', '다른 격이 보이게 끔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송강호의 코믹물도 좋아하지만 '사도' 때는 또 다른 모습이 나와서 정말 어디까지일까 생각했죠. 후시 녹음 조차도 '다른 영화를 만든다'라고 감독님이 칭찬 할 정도니까요. 머리도 정말 좋으시고 판단이 빠르고 또 열심히도 하시잖아요, 정말 앞에서 잘 이끌어주셨죠."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영빈의 모습보단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의 장면을 최고로 꼽은 전혜진. 그가 여우조연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대목에서 드러냈다. 강한 두 캐릭터들 사이 균형을 맞추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이 어렵다. 전혜진은 그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극을 이끌었다.

"감독님이나 스탭들이 세팅을 너무 잘 해주셔서 나만 잘 하면 되는 거였어요. 가마씬 같은 경우는 가마를 타고 가는데 보조 출연자들이 저를 들고, 앞에 유아인부터 쫙 서있고, 그냥 가마 속에서 나 혼자 연기였어요. 찍기 전엔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죠. 그 씬을 또 문근영 양이 잘 해서 믿고 갔죠. 너무나 좋은 세팅에 딱 들어가서 나만 잘 하면 되는 촬영이었어요."

전혜진이 생각하는 영화의 매력은 그런 것 같다. "아인이도 근영이도 송강호 선배도 이준익 감독님도, 그 관계들 속에서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멋있었던 작품이에요. 배우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함으로써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떤 남편이건 가족이건 지인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고 바뀔 수 있던 것처럼. 그 중에서는 관계하고 싶은 사람들이 된거죠."


winter@sportschosun.com, gina1004@ , 사진=송정헌 기자 song@, 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