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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겨울·전혜진 기자] 배우 전혜진은 어느덧 연기생활 19년 차에 접어들었다. 본진인 연극 무대 또 최근엔 영화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신스틸러로서의 이름을 떨치고 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진작에 감독과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했고 그 가치는 고스란히 드러나는 중. 이는 아무래도 오랜 연극생활이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연기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는 그지만, 지금의 배우 전혜진을 있게 한 연극 무대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사도'를 하면서 친구를 많이 얻었어요. 지금도 많이 생각날 정도죠. 영화가 원래 같이 붙어 있어도 공감 가는 구석이 없으면 촬영할 때도 가만히 있게 되는데 '사도' 팀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 맞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아요. 막말해도 편한 사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저도 '아닌 건 아니다'라 말하는 편이라서, '아 내숭 떨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고 느꼈죠. 그래서 연기도 더 편하게 한 것 같아요. (문)근영이도 얻었고 (유)아인이, 그리고 당연히 극단 선배인 강호 선배 덕분인 것도 크죠. 강호 선배님과는 사실 처음 같이하는 작품이었거든요. 제가 연극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강호 선배가 마지막 작품이셨어요. 그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사도'로 만난 거죠. 제가 '사도' 캐스팅이 됐을 때 가장 기뻐하셨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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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는 보는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줬다. 그랬기에 국가의 비극이기에 앞서 한 가정의 비극을 담아내는 연기자들의 마음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아들과 아버지의 비틀린 관계를 모두 지켜보고 또 감내해야 했던 영빈을 연기하는 전혜진은 실제 술을 먹고 연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마음을 썼다. "하이라이트는 그거죠. 영조와 아들 사도가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저는 대본상에서는 그렇게까지 멋지게 연출될지 몰랐거든요. 대사나 표정들이 정말 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저도 그 장면에서는 못 참고 울었어요. 특히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놀란 장면인 것 같아요."
송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송강호 선배는 제가 연기에 입문했을 당시, 영화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사람이었어요. 남자 배우들의 기준이 송강호로 인해 다 무너졌죠. 모두가 안된다고 하던 그 경상도 말과, 목소리 톤과, 얼굴 등으로. 근데 '아 저렇게 하면 될 수 있구나', '다른 격이 보이게 끔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송강호의 코믹물도 좋아하지만 '사도' 때는 또 다른 모습이 나와서 정말 어디까지일까 생각했죠. 후시 녹음 조차도 '다른 영화를 만든다'라고 감독님이 칭찬 할 정도니까요. 머리도 정말 좋으시고 판단이 빠르고 또 열심히도 하시잖아요, 정말 앞에서 잘 이끌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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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나 스탭들이 세팅을 너무 잘 해주셔서 나만 잘 하면 되는 거였어요. 가마씬 같은 경우는 가마를 타고 가는데 보조 출연자들이 저를 들고, 앞에 유아인부터 쫙 서있고, 그냥 가마 속에서 나 혼자 연기였어요. 찍기 전엔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죠. 그 씬을 또 문근영 양이 잘 해서 믿고 갔죠. 너무나 좋은 세팅에 딱 들어가서 나만 잘 하면 되는 촬영이었어요."
전혜진이 생각하는 영화의 매력은 그런 것 같다. "아인이도 근영이도 송강호 선배도 이준익 감독님도, 그 관계들 속에서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멋있었던 작품이에요. 배우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함으로써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떤 남편이건 가족이건 지인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고 바뀔 수 있던 것처럼. 그 중에서는 관계하고 싶은 사람들이 된거죠."
winter@sportschosun.com, gina1004@ , 사진=송정헌 기자 song@, 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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