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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겨울· 전혜진 기자] 배우 전혜진을 일컫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여배우 그리고 배우 이선균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세개의 타이틀 중 어느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는 전혜진은 그만큼 배우로서도 엄마로서도 참 충실한 삶을 살았다. 출장토크를 위해 만난 전혜진은 실제로도 여배우의 포스도 엄마의 따뜻함도 인간적인 매력도 다 가지고 있었다. 이선균이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하듯 "배우로서도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도 100점"이라는 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완벽한 연기 파트너인 이들은 이처럼 연기에 관해서도 서로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다. 영혼의 동반자랄까? "드라마 때문에 힘들어하길래, 얘기도 같이 하고, 사실 저는 제 얘기를 안하고 주로 들어주는 편이죠. 요즘은 연기 자체를 좀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재작년부터인가? 되게 배우로서 힘들어하는 요즘이죠. '나는 그정도가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 사랑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이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부부이자 동료 배우인 이들은 따지고 보면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첫째가 납득할만한 연기력, 두번째가 인간적인 매력, 또 세번째가 가진 것에 비해 스스로를 결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배우 전혜진이 바라본 남편 아닌 동료 배우 이선균은 어떤 모습일까.
작년 36회 청룡영화상으로 전혜진이 여우조연상을 받던 순간에도 이선균은 "여보 나 늦어"라는 수상소감을 드는 즉이 샴페인을 들고 '사도' 뒷풀이 장소에 달려왔다고. 전혜진은 "샴페인을 들고 달려왔다. '사도' 회식 자리에(웃음) 늘 영화 찍으면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회식하는 게 미안한 감정이 들곤 했는데, 그 날은 마음 놓고 달렸다"고 웃어 보인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가장 애틋한 동료 배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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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서 드러나듯 전혜진은 배우 보단 엄마로서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가 가진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욱 많다. 실제 아이들도 '아빠는 배우' '엄마는 엄마'라고 인식했다는 우스갯소리도 털어놨다. "예전에 저는 몰랐는데, 아빠는 당연히 배우라고 인식하고, '엄마는 왜 배우라면서 대본 안 봐?' 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냥 "엄마는 대본 안 봐도 돼"라고 둘러댔는데, 그 당시에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집에서는 대본을 안 봤거든요. 근데 왜 TV 안 나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나 이에 대한 섭섭함은 1도 없다. 가정은 가정, 일은 일. 전혜진은 배우로서의 고민과는 상관없다는 듯 그저 "결혼 전부터 이랬다. 전 편한 걸 좋아해서"라고 쿨하게 답했다. "사실 결혼 전부터 이 직업을 계속 해야 할까 고민이었어요. 어느 순간 오래 되다 보니, 전 편한걸 좋아해서요. 극단도 아주 오래된 관계다 보니 그냥 부르면 1년에 한두번 하고, 영화나 드라마는 더 무서웠기도 했고요."
그러나 최근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인간중독' '사도' 등 작품들과 수상으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게 됐고 살짝 숨겨놨던 재능은 결국 빛을 발했다. 연기생활은 오래 했지만 이 일련의 영화들을 기점으로 이제 그는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듯한 든든한 믿음이 느껴지는 전혜진, 분명 이뤄낼 듯한 예감이다.
"'사도' 이후 어느 정도 욕심도 생기고, 의욕도 예전보다 많이 생겼어요. 또 애들도 크니까, 오래 유치원에 있을 수 있으니까, 많이 나아졌죠(웃음) 전 작품이 아닌 생활에서는 엄마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요.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계속 했죠. 이 배우라는걸…근데 점차 인정을 받으면서 느끼네요."
winter@sportschosun.com, gina1004@ , 사진=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제공=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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