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③] 전혜진 "남편 이선균, 저멀리 앞선 배우... 존경한다"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9-27 20:21 | 최종수정 2016-10-29 11:22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배우 전혜진을 출장토크를 통해 만났다. 소탈한 매력은 물론 배우로서의 카리스마 둘 다 지닌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겨울· 전혜진 기자] 배우 전혜진을 일컫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여배우 그리고 배우 이선균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세개의 타이틀 중 어느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는 전혜진은 그만큼 배우로서도 엄마로서도 참 충실한 삶을 살았다. 출장토크를 위해 만난 전혜진은 실제로도 여배우의 포스도 엄마의 따뜻함도 인간적인 매력도 다 가지고 있었다. 이선균이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하듯 "배우로서도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도 100점"이라는 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전혜진은 이선균과 지난 2009년 6년간 교제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선균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대학로 전지현'이라 불리며 연극계를 주름잡던 전혜진이었다. 그 모습에 반한 이선균의 끈질긴 구애로 두 사람은 결혼까지 골인했고 현재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이선균 목소리를 매일 듣는다는 것,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기자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해 로맨틱 가이 남편을 둔 소감에 대해 슬쩍 물었더니, 전혜진은 "사실 저도 그렇고, 이선균도 그렇고 둘 다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며 의아해했다. "사실 둘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했었어요. 저도 그렇고 본인도. 그런데 이게 이선균의 가장 큰 매력이 될 줄이야,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해 줄 줄은 몰랐죠. 근데 정말 전화는 좋아요(웃음) 저랑 얘기하는 거 말고 애들한테 이야기하거나 통화할 때 좋은 거 같아요. 예전에는 로맨틱이란 말을 막 거부했는데, 이제는 안하면 좀 섭섭하다더라고요.(웃음)"

완벽한 연기 파트너인 이들은 이처럼 연기에 관해서도 서로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다. 영혼의 동반자랄까? "드라마 때문에 힘들어하길래, 얘기도 같이 하고, 사실 저는 제 얘기를 안하고 주로 들어주는 편이죠. 요즘은 연기 자체를 좀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재작년부터인가? 되게 배우로서 힘들어하는 요즘이죠. '나는 그정도가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 사랑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이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부부이자 동료 배우인 이들은 따지고 보면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첫째가 납득할만한 연기력, 두번째가 인간적인 매력, 또 세번째가 가진 것에 비해 스스로를 결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배우 전혜진이 바라본 남편 아닌 동료 배우 이선균은 어떤 모습일까.

"연애 초기 때에는 거의 배우라고 뭐 생각도 안했어요(웃음) 근데 정말 작품을 많이 하면 할수록 책임감, 어떤 '트인다'는 표현을 써야할까요. 경험이 많아질수록 '저 멀리 앞에 가 있구나'가 느껴져요. 계속 기술 연마를 하는 거잖아요. 예전이랑은 다르더라구요. 시나리오 볼 때도 그렇고, 감독님들이 다들 엄청 꼼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를 같이 낼 수 있는 배우라 좋다고. 작품 들어가기 전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텐데. 그런 건 존경할 부분이죠."

작년 36회 청룡영화상으로 전혜진이 여우조연상을 받던 순간에도 이선균은 "여보 나 늦어"라는 수상소감을 드는 즉이 샴페인을 들고 '사도' 뒷풀이 장소에 달려왔다고. 전혜진은 "샴페인을 들고 달려왔다. '사도' 회식 자리에(웃음) 늘 영화 찍으면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회식하는 게 미안한 감정이 들곤 했는데, 그 날은 마음 놓고 달렸다"고 웃어 보인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가장 애틋한 동료 배우인 것이다.



사실 배우 전혜진을 떠올리면 연기자라는 수식어 이외에 배우 이선균의 아내, 혹은 엄마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극판에서 쌓아온 오랜 경력으로 연기력이야 입 뗄 곳 없는 배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대중들은 짐짓 결혼이 전혜진의 배우 생활에 공백기를 만든 것이 아니냐 짐작한다. 여전히 화려한 배우보다는 엄마로서의 고민이 많은 그녀다.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의 80%가 엄마의 고민이에요. 배우로서 고민보단 얘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아빠가 바쁘다 보니 어딜 가든 저랑 같이 다녔으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둘을 데리고 어딜 갔다 와?' 하는데, 미국까지 셋이 다녀온 적이 있어요. 저는 늘 그냥 혼내는 사람일 수 밖에 없고 아빠는 부드러운 사람?(웃음) 다행히 남자애들이라 막말을 해도 돼요. 그런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말에서 드러나듯 전혜진은 배우 보단 엄마로서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가 가진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욱 많다. 실제 아이들도 '아빠는 배우' '엄마는 엄마'라고 인식했다는 우스갯소리도 털어놨다. "예전에 저는 몰랐는데, 아빠는 당연히 배우라고 인식하고, '엄마는 왜 배우라면서 대본 안 봐?' 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냥 "엄마는 대본 안 봐도 돼"라고 둘러댔는데, 그 당시에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집에서는 대본을 안 봤거든요. 근데 왜 TV 안 나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나 이에 대한 섭섭함은 1도 없다. 가정은 가정, 일은 일. 전혜진은 배우로서의 고민과는 상관없다는 듯 그저 "결혼 전부터 이랬다. 전 편한 걸 좋아해서"라고 쿨하게 답했다. "사실 결혼 전부터 이 직업을 계속 해야 할까 고민이었어요. 어느 순간 오래 되다 보니, 전 편한걸 좋아해서요. 극단도 아주 오래된 관계다 보니 그냥 부르면 1년에 한두번 하고, 영화나 드라마는 더 무서웠기도 했고요."

그러나 최근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인간중독' '사도' 등 작품들과 수상으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게 됐고 살짝 숨겨놨던 재능은 결국 빛을 발했다. 연기생활은 오래 했지만 이 일련의 영화들을 기점으로 이제 그는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듯한 든든한 믿음이 느껴지는 전혜진, 분명 이뤄낼 듯한 예감이다.

"'사도' 이후 어느 정도 욕심도 생기고, 의욕도 예전보다 많이 생겼어요. 또 애들도 크니까, 오래 유치원에 있을 수 있으니까, 많이 나아졌죠(웃음) 전 작품이 아닌 생활에서는 엄마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요.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계속 했죠. 이 배우라는걸…근데 점차 인정을 받으면서 느끼네요."


winter@sportschosun.com, gina1004@ , 사진=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제공=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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