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등장하는 작품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며 명품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배우 전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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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은 2009년 배우 이선균과 6년 열애 끝 결혼에 골인,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해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배우로서의 인생보단 가정을 지키는 데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작품들은 그를 다시 대중의 곁으로 돌려놨고 2015년 올해의 연기상,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연기 생활의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선 자주 보기 힘들었고 대중에게는 어쩌면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지만, 연기 판에서 다진 18년의 내공을 통해 스크린에 도전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 '더 테러 라이브'의 날카로운 테러대응센터 팀장, '인간중독' 속 조여정과 쫄깃한 신경전을 벌이던 중령 부인, '허삼관'의 막무가내 송씨까지 그가 영화판에 등장하면 그것은 곧 명장면이 됐고 명연기가 됐다. 가진 역량이 보이는 것보다 더욱 많은 배우였기에 짧지만 강력하게, 그것은 결국 수면위로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 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화보촬영 현장에서 전혜진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듯했다.
속에 있는 수상소감을 대중에게 내뱉은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자신감에 관한 부분이다. "전 작품이 아닌 제 생활 속에서는 그냥 엄마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요. '배우라는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했던 사람이 연기자들의 엄청난 리그에서 인정을 받으니 용기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상을 받은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 부담감 자체도 앞으로의 저에게 좋은 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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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여배우라는 사람은 화려하고 그에 맞는 행동에 대한 잣대와 기준이 있잖아요. 저는 처음에 영화판 들어왔을 때부터 '여배우 답게'라는 것들이 낯간지럽고 힘들었죠. 전 저만의 생각이 확고해서 여배우가 당연히 해내야 하는 꽃과 같은 아름다움, 이런 것들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 생활도 하다 보니 그 조차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죠."
수상대에서 "여보 나 늦게 간다"라는 소감을 전한 직후 남편 이선균은 즉시 영화 '사도'팀의 청룡영화상 뒤풀이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솔직히 수상 이후의 이선균의 반응이 궁금해 묻긴 했지만, 전혜진은 이선균의 아내라는 수식어를 넘어서도 참 설명할 게 많은 배우다. 전혜진의 가장 큰 매력은 매 작품마다 다른 각도의 날 선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 19년 차의 연기 내공 만큼이나 아직 꺼내 보이지 않는 모습이 많다. 현재까지도 겹치는 캐릭터 하나 없다.
"어휴. 그건 제가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 그렇다기 보단 대본이 정확하고 캐릭터에 내재된 걸 잘 찾아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매번 다르게 보인다는 건 제가 솔직히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거지(웃음). 사실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지겨울 때가 있잖아요. '저번에도 저 배우는 저렇게 했던 것 같은데?' 하는 것들이요. 근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연기 환경 자체가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경찰은 계속 경찰이고 재벌은 계속 재벌이고…저도 경찰은 두 번째 하는데, 그 안에서 조금씩 달리하려 노력하죠. 근데 정말 제가 노출이 별로 안되다 보니(웃음) 매번 새롭게, 또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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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진은 인터뷰 내내 쿨하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만 분명 아직까지 꺼내 보이지 않은 모습이 많다. 어쩌면 몸을 사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스스로는 앞으로 어떤 배우, 또 어떤 사람의 모습을 꿈꾸고 있을까. "저를 찾아가야죠. 영화로는 작품을 아직 많이 했다는 생각은 안해요. 늘 새롭잖아요. 아마 미흡한 부분들이 있을 테고 앞으로 하면 할수록 늘어가겠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엄마이기도 하니까 가끔 혼란이 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나를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winter@sportschosun.com, gina1004@ ,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엔터스타일팀 이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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