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그립습니다" 故신해철 2주기, '마왕'은 영원했다 (종합)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10-27 15:24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27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가수 고(故) 신해철의 2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동료 지인들, 팬클럽 외에도 일반 팬들까지 함께하는 공개 행사로 거행돼 의미를 더한 가운데 아이를 업고 온 여성 팬부터 정장을 차려입고 예의를 갖춘 팬까지 200여 명이 운집해 고인을 추억했다. 현장을 찾은 신해철 소속사 KCA 엔터테인먼트 양승선 대표는 "2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분들이 해철이 형을 기억해주셔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추모 행사는 지난해 1주기 추모식과 마찬가지로 팬클럽 철기군과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했으며, 신해철이 이끌었던 록밴드 넥스트의 곡명인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팬들은 저마다 가슴에 보라색 리본(고인이 좋아한 색)을 달고, 이날만큼은 마음껏 고인을 추억했다. 넥스트 원년 멤버들도 모습을 드러냈고 개인적으로 추모식을 찾는 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인을 그리워하며 보라색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아 고인을 향한 의리와 애정을 표현했다. 팬들은 눈물을 훔치며 고인을 추억했다.

로비에는 고 신해철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갤러리 형식으로 꾸민 '신해철의 그리움 갤러리'가 전시됐으며 고인과 특별한 인연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신해철을 기리는 화환도 눈에 띄었다.


고인의 부인 윤원희 씨는 자녀들과 담담하지만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 섰다. 윤 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곧 감정을 추스르고 자녀들을 챙겨 고인에 대한 예를 다했다. 고인의 두 어린 자녀들도 엄숙한 분위기 속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렸다.

이어 고인의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 넥스트 멤버들을 포함한 동료들이 차례로 고인의 영정 앞에 추모의 뜻을 전했다. 넥스트 멤버들은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먼 곳까지 기꺼이 발걸음을 한 팬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차례로 예식실에 입장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추모식은 퍼플 리본 달기, 신해철의 그리움갤러리 등 식전 행사에 이어 가족들이 참석하는 기제사 예식 후 추모곡 '민물장어의 꿈'을 함께 부르며, 헌화식과 자유 참배로 마무리됐다.

오는 29일에는 '故 신해철 2주기 추모 공연'이란 타이틀로 추모콘서트도 개최된다. 이번 콘서트에는 밴드 넥스트를 비롯해 홍경민, 에메랄드 캐슬 지우, 이현섭, DJ DOC, 신화의 김동완, 밴드 피아의 옥요한, 케이윌, 김현성, 은가은 등이 함께한다. 고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 협착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세상을 떠났다.


대중음악사에서 90년대는 매우 특별한 시절이다. 댄스, 발라드, 록, 트로트 등 전 장르가 균형 있게 사랑을 받았고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이 건강한 경쟁구도를 이뤘다. 어떤 뮤지션이 새로운 스타일과 장르의 음악을 내세우면 라이벌로 여겨지는 뮤지션이 이보다 한발 앞선 사운드의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런 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의 K팝의 자양분이 되었을 그 과정에서 신해철의 존재 또한 특별했다.

신해철은 시대정신을 노래한 가수였다. 밴드 무한궤도를 거쳐 솔로 가수로, 넥스트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시대에 음악으로 맞섰다. 젊은이들은 그가 쓴 가사 한줄 한줄에 영향을 받았다. 또 삶의 의미를 되짚는 노랫말과 한국어 랩을 대중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가왕'이 아닌 '마왕'으로 불렸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마왕'은 잊혀지지 않았다.

hero16@sportscsh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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