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하석진 "'고쓰'는 결핍있는 인물, 나와 비슷해"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6-10-27 07:4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하석진은 곧 진정석 이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알콜 충전 혼술 라이프를 사실감 넘치게 그려내 공감을 얻은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가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극중 출중한 학과 외모, 강의 실력을 가졌지만 '로우 퀄리티'의 인성을 갖춰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라는 별명을 가진 스타강사 진정석을 연기한 하석진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냉혈한 인간이 일적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아했을 정도로 어설픈 스펙의 여자에게 점차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평소 가지고 있던 뇌섹남 이미지를 잘 살려주면서도 '로코남'의 이미지까지 얹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하석진은 이런 진정석을 잘 그려낼 수 있을거란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냥 자신이 있었어요. 시놉시스를 읽어보고 매니저한테 '나 이거 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냐'고 말했을 정도였죠. 시놉시스를 받고 드라마의 흥행을 떠나서 '진정석'이라는 인물 자체를 내가 잘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의 확신은 진정석과 가지고 있던 공통점에서 비롯됐다. 하석진은 진정석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결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봤다.

"축구 게임을 하면요, 스피드, 체력, 피지컬 이런 요소들이 육각형으로 표현돼요. 진정석은 그 육각형에서 일부만 유독 뾰족하게 발달한 인물이에요. 사회에서 실패하기 싫은 데서 오는 치열함, 노력 등은 엄청 발달했으면서 우호적인 인간관계에서는 결핍이 있는 인물이에요.
사실 저도 비슷해요. 연기자는 예술가라고 생각했어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연예인을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연예인 생활과 전혀 관련 없는 공대에서 공부를 하다가 연기자가 됐어요. 다른 배우들처럼 '예술가'이지는 못하더라도 '기능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 부분만 매달려서 채찍질하다보면 다른 부분에서 결핍이 오기도 하더라고요."

하석진이 최상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현장에 있다. '혼술남녀'의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는 이미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다보니까 배우들이 애드리브도 엄청 했죠. 분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집됐지만요. 미방영분이 워낙 많아서 배우들이 감독님께 '우리 미방영분 특집 방송해주면 안되냐'고 요구했을 정도죠. 첫 방송이 나간 다음에 제작진이 모두 배우들 박수를 쳐주는 거에요. 그때 '아, 앞으로 시청률이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이런 분위기로 촬영하면 잘 되겠다.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2일 새벽에 마지막 촬영이 끝났는데 하선이는 아쉬움에 엉엉 울었어요. 정말 배우, 제작진 모두들 애착을 가지고 했던 작품이 바로 '혼술남녀'예요."


기억에 남았던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지난 4일 방송된 10회 방송에서는 하석진과 함께 드라맥스 '1%의 모든 것'에서 연인 호흡을 맞춘 전소민이 카메오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고스펙 다혈질 소개팅녀로 출연한 전소민은 극중 하석진이 이별을 고하자 먹던 랍스터로 진정석의 정수리를 공격해 시청자를 포복절도하게 했다.
"현장에 도착해서 스태프들에게 진짜 랍스터로 하는 거냐니까 진짜로 한 대요. 정말 무서웠어요. 스티로폼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소용없었어요. 현장에서 랍스타를 딱 들었는데, 이건 소품이 아니라 둔기더라고요. 어쨌든 촬영을 하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진짜 랍스터로 촬영을 하다보니까 제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 웃기긴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랍스터 장면을 찍고 다른 장면을 위해 헤어 해주는 친구가 머리를 만져주는데 '형!! 피나요!' 이러더라고요. 진짜 랍스타 때문에 피를 본거에요.(웃음)"

드라마에 대한 강한 애착만큼이나 하석진은 "시즌2 했으면 좋겠죠"라며 시즌2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시즌2도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아마 시즌2를 하면 남자 주인공은 바뀔꺼다라고 말씀하시는 거 있죠. 이미 진정석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걸 이룬 캐릭터라서 아마 시즌2에서는 박하나가 다른 남자랑 다른 걸 이뤄갈 거래요.(웃음) 만약 진짜 시즌2에서 남자 배우가 바뀐다면, 글쎄요. 연연해 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인생이죠. 하지만 분명히 속으로는 엄청 섭섭하겠죠? 하하"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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