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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③] 이정현 "가수-연기 병행하는 후배 정말 부러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0-13 11:4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정현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수 활동 경력이다.

이정현은 1999년 10월 2일 '렛츠 고 투 마이 스타(Let`s go to my star)'를 발매,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타이틀곡이었던 '와'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음악적으로도 당시 유행했던 테크노에 국악가 이태백의 아쟁 연주와 랩을 접목시킨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콘셉트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중국 무협지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외눈박이 부채, 손가락 마이크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콘셉트를 선보인 것이다. 너무나 센세이션한 무대에 대중은 혼란에 빠졌지만, 점점 이 외계 노래에 중독되어 갔다. 앨범 발매 한달도 되지 않아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올킬했고, 연말 온갖 시상식 신인가수상까지 싹쓸이 했다. 이 앨범을 통해 이정현은 단번에 '테크노 여전사'에 등극했다.


후속곡 '바꿔'도 열기를 이어갔다. 직설적인 가사와 이정현 특유의 내지르는 고음이 시너지를 내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노래는 활동 시기에 16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 유세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홍보곡으로 쓰이기도 했다.

"뭔가 다른 걸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테크노라는 전자 음악에 동양적인 콘셉트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남들 다하는 건 하기 싫다는 약간의 반항심? 그런 것들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가수의 장점은 혼자 프로듀싱도 하고 곡도 고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해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을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영화는 또 심리적으로 편해요. 감독님이 결정해주시고 저는 그 틀안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되니까요. 감독님과 상의해서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게 너무 재밌고 편하고 좋아요. 또 오래 영상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2000년 발표한 정규 2집 '피스(Peace)'는 이정현에게 '변신의 귀재'라는 별명을 가져다줬다. 타이틀곡 '너'는 이집트 여신을 콘셉트로 했는데, 뮤직비디오는 최초로 이집트 신전 내에서 촬영된 영상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후속곡 '줄래'는 이전까지 보여줬던 파워풀한 모습이 아닌, 깜찍한 바비 인형 콘셉트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2001년에는 정규 3집 '매직 투 고 투 마이 스타(Magic to Go to My Star)' 타이틀곡 '미쳐'로 마술사 콘셉트를, 후속곡 '반'으로 복고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때 또 하나 화제를 모았던 것이 바로 이정현의 팬덤이다. 빨간 목장갑을 끼고 춤을 따라하는 팬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른 팬덤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 구호를 외쳐 '이정현 팬들은 일당백'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로도 이정현은 '아리아리', '썸머 댄스', '따라해봐' 등을 발표하며 2013년까지 꾸준히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팬들은 정말 버틸 수 있는 힘이었어요. 중학생 팬들이 전부 성인이 됐어요. 팬들이 계속 있어주니까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었어요. 언젠가 좋은 작품을 찍겠지 하면서요. 그 물꼬를 터주신 분이 박찬욱 감독님이었죠. 그러다 청룡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럴 때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죠.그 친구들은 새 음반이 나오는 것도 많이 바라고 있어요. 그 부분은 좀더 봐야할 것 같아요. 영화 스케줄 문제도 있고요. 또 여가수도 여배우와 같아요. 20대가 지나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계속 새로운 아이돌이 나오니까 경쟁력도 떨어지고요. 가끔 여자 가수 후배들을 보면 너무나 훌륭한 음악과 콘셉트로 나와서 무대까지 잘 하는데 생갭다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놀랐어요. 처음보는 신인들이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요. 그런 걸 보면서 가수 후배들도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자 연예인에게 연예계는 힘든 곳이에요. "

2000년 부터는 해외로 진출, '와'로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정현 폰과 이정현 냉장고가 출시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아무래도 가수로 더 많이 유명했어요. 드라마에 출연하면 '가수가 연기도 하네' 이런 식이었죠. 해외 시장이 열리면서 20대 중반부터는 계속 해외에 있었어요. 초창기에는 일본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그 다음엔 중국에 있었죠. 저는 한국이 너무 좋고 그립고 한국에서 더 활동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한국에 들어왔어요."



해외에 진출한 뒤에도 연기 활동은 이어갔다. 2003년 베이징TV '미려심령'에서 여주인공 정혜 역을, 2011년 중화TV '공자'에서 공자의 첫사랑 난쯔 역을 맡았다. 2006년에는 일본 TBS 드라마 '윤무곡'에서 최지우 동생인 최윤희 캐릭터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활동과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 길이 없었다.

"한국에서 인정받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컸고,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을 당시 회사에도 계속 어필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죠. 연기에 대한 갈증을 일본이나 중국 드라마로 해소하려고도 해봤지만 충족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제가 가수로 성공해서 해외에서 돈도 많이 벌고 다시 국내에 돌아와 배우로서의 길을 찾고 편하게 간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저는20대가 정말 힘들었어요. 하고 싶은 건 연기였는데, 가수 활동을 하고 있으면 찾아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가수도 하면서 연기도 하는 친구들은 정말 축복인 것 같아요. 그 친구들도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잘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꾸준히 잘 했으면 좋겠어요."

이정현은 올 말까지 영화 '군함도' 촬영에 집중한 뒤 잠시 휴식을 가지며 차기작을 물색할 계획이다. 장르나 작품 규모에 관계없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찾는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다만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센 이미지 때문에 좋은 작품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런 이미지가 부담스럽거나 하진 않아요. 그건 최대한 제 장점으로 끌어가고 싶어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로코나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평범한 역할이 저한테는 너무 신선하더라고요. 멜로나 로코도 잘할 수 있어요."(웃음)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엔터스타일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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