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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걷기왕' 심은경, 느림의 미학을 논하다 (feat. 독립요정 안재홍)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0-12 16:19


영화 '걷기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2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배우 심은경이 웃음을 터트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걷기왕'은 4세에 발견된 선천성 멀미증후군으로 인해 이동수단은 튼튼한 두 다리뿐인 17세 소녀 만복(심은경)이 육상부에 가입해 '경보'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백승화 감독 작품으로 심은경, 이재진,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 안승균, 김광규, 김정영 등이 출연했다. 10월 20일 개봉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1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웃음과 감동을 잘 버무린 쫄깃한 코미디가 탄생했다. 빠름이 정답이 아니라는 일침,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소소한 이야기. 따뜻하고 소박한 영화가 가을 극장가를 찾아온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증후군 여고생이 자신의 삶에 울린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걷기왕'(백승화 감독, 인디스토리 제작).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뚜껑을 열었다.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요구하는 패기, 열정, 간절함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잔잔한 위로를 건넨 '걷기왕'. 평범한 재능으로 경쟁의 세계에 뛰어든 여고생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느리고 가끔 미끄러져도 충분히 괜찮은 청춘일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걷기왕'은 736만명의'써니'(11, 강형철 감독), 865만명의 '수상한 그녀'(14, 황동혁 감독) 등 충무로에서 '최연소 흥행퀸'으로 불리는 심은경의 첫 독립영화로 초반 입소문을 얻었다. 독립영화 특유의 신선함과 재기발랄한 스토리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는 심은경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


극 중 선천성 멀미증후군으로 인해 매일 왕복 4시간을 걸려 통학하는 여고생 만복 역을 맡은 심은경은 "엔딩 때문에 '걷기왕'을 선택하게 됐다.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엔딩에서 보여진다. 보통 내 나이 또래나 10대 친구들은 무언가에 억압받고 꿈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이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엔딩에서 '그래, 빨리 갈 필요가 없는데…'라며 생각을 하게 됐다. 내 미래는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고민했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생각했던 찰나에 '걷기왕'을 만났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영화를 통해 감동을 받았다. 천천히 걸어가며 만복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걷기왕'이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과거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만복이의 성격과 비슷한 모습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연기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10대들과 다르지 않게 꿈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고 지금도 그런 고민의 시기에 있는 것 같다. 한동안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고 치열하기도 했었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자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걷기왕'을 촬영하면서 굉장히 힐링됐다. 심지어 내가 어떤 취미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천천히 밟아가면서 내가 원하는게 진정 무엇인지 발견해 나가야겠다는 깨닳음을 얻었다. 영화를 보면서 울뻔했다. 내가 출연한 작품인데 울면 쑥스러울 것 같아 꾹 참았다. 영화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나를 많이 위로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백승화 감독은 '걷기왕'에 대해 "메시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재미있게 풀어내야 한다는 점이 내겐 큰 숙제였다. 좋은 배우들 덕분에 어려운 지점을 많이 보완할 수 있었다"며 "과거 학창시절 때 공부에 대한 압박이 심했는데 요즘에는 꿈과 열정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인물을 통해 쉽게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백 감독은 소순이의 내레이션으로 특별출연한 안재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립영화계 요정'으로 불리는 안재홍. 그는 이번 작품에서 수소이지만 만복이에게 암소 취급을 받는 소순이의 목소리를 연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백 감독은 "초반 소순이 내레이션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남성을 떠올렸다. 그러던 중 심은경의 제안으로 안재홍을 캐스팅하게 됐다. 소와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생갭다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다"고 감탄했다.


한편, '걷기왕'은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김광규 등이 가세했다. 단편영화 '잘 자, 좋은 꿈꿔!'로 데뷔, 장편 독립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연출한 백승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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