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양세형·이국주를 키운 '코빅'의 이상한 놀이터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6-10-11 16:55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자율성'이라는 단어를 4번이나 사용했다. '코미디빅리그'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수장 김석현CP가 개그맨들을 위해 자신이 지어놓은 놀이터에 대해 설명했다.

'개그맨'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재밌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좌중을 뒤엎을 재능을 품고 있다. 김석현CP가 가진 책임은 직접 웃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뛰어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일에 있다. 카메라 앞에 선 그들에게서 '최선'을 끌어내는 것. 즉 '공개 코미디'라는 잔인하고 적나라한 공간을 지인끼리 모인사석처럼 편안한 무대로 느끼게 해주는 일이 그의 직업이다.

김석현 PD는 암세포를 제거하고자 했다. 그는 가장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할 개그맨 세계가 방송사·공채 기수 별로 경직된 상하체계를 가진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래서 강조하게 된것이 '자율성', '코빅'은 '선배'가 아닌 '재밌는' 사람이 추앙 받는다.

프로그램 제목에도 '리그'. 즉 스포츠의 주전 경쟁처럼 선·후배 구분없는 치열한 발전의 장을 국내 최초로 공개 코미디에 옮겨놓았다. 그러자 대기실에는 살벌한 '집합 문화' 대신 주고 받고 더하는 토론 문화가 생겼고, 없던 웃음이 베어나왔다. '코빅'의 창단 멤버인 이국주는 "개그계에서도 선후배 관계에서 나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코빅'의 분명한 장점은 유세윤·안영미 등 내가 어린시절부터 '우상'처럼 느껴왔던 스타들과 '동료'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라며 "통편집과 같은 굴욕을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한 스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존중받으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석현CP
어느덧 ''코빅'이 '개콘'을 눌렀다'는 말이 나오고, 개그맨들의 '코빅행'에 가속이 붙은 현재, 김석현의 놀이터는'뒷문'이 열려있다. 그는 공개 코미디를 통해 인기를 얻은 개그맨들이 부담없이 타 방송, 타 방송국을 넘나들도록 녹화 시간을 배려하고, 눈치를 주긴 커녕 축하를 해주는 분위기를 심었다.

김석현 CP는 "늘 궁금했던 점은 왜 희극인 들은 소속 방송사에 묶여서 타 방송사를 넘나들 수 없는가 하는 점이었다"며 "연출자로서 한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공이나 세간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연기자와 작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그들의 삶의 질이 윤택해졌으면 한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뒷문을 열어두자 양세형·양세찬 형제를 비롯해 박나래·이국주 같은 '전국구' 스타들이 탄생됐고, 그들은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진 와중에도 5분의 코너를 위해 여전히 밤을 지새운다. 유독 "무대가 나의 고향"이라는 말을 자주하는 그들이다.


김석현CP는 이날 개그맨들을 향한 채찍을 대신 맞으려는 마음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가끔 희극인들이 '막말'논란에 빠진다. 그것이 사적인 자리였다면 죗값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극중 대사로써의 막말이라면, 실제 모습으로 오해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와 달리 유독 희극인의 극중 대사나 행동이 그 연기자의 인성으로 비춰지는 현실을 꼬집은 것. 웃음을 만들어야 할 개그맨들을 조심병에 걸리게하며 '필요 이상'의 족쇄를 채우고 창의력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역시 그가 숱하게 강조하는 '자율성'의 일환인 셈이다.

'코미디빅리그'는 '대한민국 코미디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1년 9월 첫 선을 보였다. 코미디 프로그램 최초로 리그제를 도입해 공개 코미디에 차별성을 부여한 '코빅'은 현재까지 코너 수 237개를 낳았고, 동영상 클립 누적 재생 수 61만 건, 공식 SNS 팔로우 수 161만명을 돌파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40분 방송.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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