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월계수' 차란커플, KBS주말극 퐁당퐁당 저주 깬 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0-10 08:5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퐁당퐁당의 저주를 완벽하게 깼다.

KBS2 주말극은 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다음 작품은 졸작으로 남는 묘한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왕가네 식구들' 이후 방송된 '참 좋은 시절'은 평균 시청률 2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막을 내렸다. 이후 '가족끼리 왜이래'가 평균 31.7%, 최고 43.3%의 시청률 기록을 세웠지만 후속작 '파랑새의 집'은 작가 교체 후 산으로 간 스토리 때문에 '막장', '발암새의 집'이란 혹평을 받으며 평균 시청률 23.68%에 그쳤다. 이어진 '부탁해요 엄마'가 사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그리며 평균 27.5%, 최고 시청률 38.2%를 기록하며 체면을 살렸다. 이렇게 작품들이 업 앤 다운이 심해지면서 KBS2 주말극 퐁당퐁당의 저주라는 말도 나왔다.

그 징크스를 처음 깬 것은 '아이가 다섯'이다. '아이가 다섯'은 '부탁해요 엄마' 후속으로 방송됐으나 총 54회 방송 동안 평균 시청률 29.1%를 기록했다. 배우들의 호연과 따뜻한 연출, 정현정 작가의 쫀득한 대본이 고루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다섯'의 후속작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퐁당퐁당의 저주를 이어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기대와 우려 속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 흥행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퐁당퐁당 징크스 따위는 애초에 날려버린 모양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8월 27일 22.4%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뒤 꾸준히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최고 시청률은 9월 11일 방송된 6회가 기록한 30.2%. 이후 시청률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주말극 특성상 토요일 방송분과 일요일 방송분의 시청률 격차가 크긴 하지만 토요일 20% 중반, 일요일 20% 후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주말극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이처럼 안정적인 스코어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차인표-라미란 커플이다. 차인표와 라미란의 캐스팅은 작품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이슈다. '대세 오브 대세' 라미란과 카리스마 배우 차인표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는 것 부터가 쇼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역시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라미란은 특유의 츤데레 매력을 여실히 발휘하고 있다. 겉으로는 억척스럽고 의부증이 의심될 정도로 남편에게 집착하지만 누구보다 여린 속내와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간직한 복선녀 역을 맡아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고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차인표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 카리스마 배우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배삼도 캐릭터를 만나 찌질함을 입었다. 자신의 대표 명장면인 동시에 흑역사이기도 한 분노 시리즈 중 분노의 양치질까지 코믹하게 재현해내며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무릎까지 꿇는 바람직한 남편상을 보이며 찌질함마저 멋짐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차란커플에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는 커플이 또 있다. 오현경-최원영 커플이다. 최원영은 왕년의 톱스타로 가진 것 하나 없지만 허세 하나는 가득한 성태평 역을 맡았다. 오현경이 연기하는 이동숙은 그런 성태평의 허세와 거짓말을 알면서도 사랑 하나 믿고 직진을 외치는 귀여운 푼수다. 이들 커플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드라마에 활력과 웃음꽃을 더하고 있다.

대본도 호평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주말극은 출생의 비밀, 상속권을 둘러싼 가족간의 대립, 재벌가의 암투 등 자극적인 이야기로 꾸려지는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지극히 현실 속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끌어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평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다만 앞으로 드라마가 더 탄력을 받기 위해 생각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일단 주인공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주인공은 이동진(이동건)과 나연실(조윤희)이다. 그런데 몇주째 두 사람이 티격태격 반목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 이렇다할 전개를 보여주지 못해 답답함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주인공 커플보다 차란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차란커플이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의 스토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작품의 메시지와 방향성 또한 흐려지는 만큼, 각성이 필요하다. 다만 9일 방송 말미 드디어 가업 잇기에 시동을 건 이동진이 나연실에 대한 오해를 푸는 모습이 그려진 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필요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동숙 캐릭터다. 이동숙은 사랑 하나에 목숨 거는 단순한 캐릭터다. 하지만 남자를 위해 딸과 엄마의 돈을 훔치거나 하는 극단적인 상황 설정은 시청자에게 반감을 살 뿐이다. 캐릭터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라고는 하지만 시청자 정서를 고려해 완급 조절을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끝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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