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엘 "이병헌 선배, '너랑 하면 천만 넘네'라고…기뻤죠"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10-06 21:35 | 최종수정 2016-10-08 09:33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흔치 않은 이국적인 페이스,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묘한 매력과 강렬한 연기 덕에 배우 이엘은 어느새 강력한 충무로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2009년 데뷔한 이후 배우 생활은 어느덧 7년 남짓, 소녀(少女)기 보단 서른을 넘긴 지금에 더욱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는 그다. 영화 '황해' 속 통해 대중의 뇌리에 존재감을 남긴 그는 천만 영화 '내부자들' 속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더니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몬스터'까지 이어 배우 생활의 매력적인 획을 긋고 있는 중이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유독 이엘은 마초들의 욕망 사이를 오가는 강한 역할들을 많이 맡았다. 치명적이어야 했고 또 예뻐야 했고, 그만큼 센 캐릭터 사이 더 센 캐릭터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박힌 이미지 덕인지 기생, 꽃뱀, 스파이까지 여럿 했다.

"결국엔 제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조금 세게 생겼고 그런 역을 한두번 하다 또 그런 쪽에 매력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결국 반복 순환이 되는거죠. 그런데 저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청순 가련형 얼굴이 아니라는 걸, 평범한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는 잘 안붙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어요. 오히려 틈새 시장을 많이 노렸죠. '하고는 싶지만 안되고, 안될 땐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걸로 인정을 받으면 결국엔 하고픈걸 할 수 있게 되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뚝심을 부렸더니 통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15년 한우물 판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죠.(웃음)"

실제 이엘은 20대 초반 배우를 꿈꿀 때, 오디션을 다니면 모두가 '넌 얼굴이 세서 드라마 못해'라고 말했단다. 그러나 포기하기 보단 '할 수 있는걸 잘 하자'는 뚝심이 트렌드와 딱 맞아 들었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
이엘 매력의 정점은 단연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미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을 만났지만, 실제 대표작이자 그의 최고의 필모그래피가 됐다. 이엘에게 그만큼 의미 깊은 영화다. 이엘은 "어쩌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내부자들'에 대해 말한다.

"사실 그 전엔 제가 드라마 미팅을 가고 몇십명씩 불러모아 연기를 보여드리곤 했다면, 이젠 그냥 저를한번 딱 보셔도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전에도 얼굴 이미지 덕에 그런 케이스가 없진 않았는데, '내부자들'덕에 더욱 확고해진 느낌?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이제와서 조금만 더 잘할 걸,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도 친구들 데리고 상영관이 얼마나 차는지 보기 위해 늘 맨 뒷자리에서 '내부자들'을 봤어요. 여러번 본 듯한 분들을 뵐 땐 정말 뿌듯했죠."

특히나 화제였던 극중 명대사 '모히또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래?'는 아직까지도 회자가 될 정도다. 이병헌이 이엘의 대사를 꼬아 친 애드립 대사였고 이엘은 이렇게 유행할지 미처 몰랐단다. "제 대사는 '몰디브'가서 '모히또' 한잔 하자는, 정상적인 대사였는데 이병헌 선배가 그걸 뒤집은거죠. 저도 후시녹음 하면서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게 안상구의 무식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그게 순간 그렇게 어떻게 나왔을까 었죠. 선배님이 그걸 안뒤집었으면 이렇게 회자될 대사가 아니었을거라 저도 덕을 본 것 같아요."

'내부자들'은 사실 이병헌과 두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왕과 궁녀로 만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함께한 '광해'와 '내부자들' 모두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국민영화다. 이엘은 두 작품을 통해 느낀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대해 털어놨다.


"이병헌 선배는 정말 할리우드 배우, 어찌보면 범접할 수 없는 선배잖아요. 근데 '내부자들' 시사회 뒷풀이 자리에서 저를 보고 '두 작품이네! 너랑 하면 천만이 넘어'라고 농담하셨죠. 지나가는 농담이었지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사실 이병헌 선배는 '내부자들' 속 안상구와 같은 무식하고 거친 류의 역할을 하신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전 늘 영화 '그해 여름'의 순박한 청년이자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흔치 않은 캐릭터에다 죽어 없어질 뻔 했던 대사를 살려놓는 것, 진짜 천재 같았어요. 그렇게 집중하다가도 '컷' 소리만 나면 아재 개그를 늘어놓고. 스태프들 긴장 풀어주시고 웃겨 주시고 정말 '양파'같은 매력을 지닌 것 같아요."



그 '센캐'의 이미지 속 실제 이엘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섹시하고 또 치명적인 이미지로 비춰지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소탈하고 또 은근히 발랄한 모습까지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의 의상 때문일까, 실제 마주한 얼굴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청초한 감성이 묻어나기도 했다.

"제 딜레마라고 볼 수 있는게, 사실 촬영하려면 화장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해요. 다들 그런 모습을 촬영장에서 보다가 사석 혹은 회식에서 정말 기초 화장만 한 맨 얼굴의 느낌을 보시면 안하는 게 낫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이게 난데.(웃음) 실물이 더 낫다는 말도 미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생활에서든 매체에서든 그저 예뻐보이면 좋아요. 섹시하든 청순하든~언제 들어도 감사한거죠."

마초드라마에 등장하지만, 쉴땐 '로코'도 보고 운동도 전시회도 즐기는 그런 여자다.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는걸 좋아해요. 동네 한군데를 정하고 그날 걷고 싶은 만큼 걸어요. 또 어느날엔 전시나 현대 미술을 관람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그림을 하셨는데, 그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친숙하고 좋더라고요. 정말 맛있는 것 먹으로도 가고 자전거 타고, 평범하죠(웃음)" 특히 그는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좀더 시니컬한 러브스토리를 즐긴다"며 "멜로보다는 위트있는 그런 로맨틱한 영화가 좋다. 그런 짙은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엘은 '라디오 스타', 'SNL코리아'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드러내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원시인, 코코몽 분장의 후일담을 털어놓으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전한다. "수염도 그리고 너무 과하지 않은가가 생각했는데, 출연 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보여드렸던 적이 없었거든요. 정말 (안)영미씨, 유미씨, 세윤 오빠, 준현오빠, 신동엽 선배 다들 잘해주셔서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매니저 역할로 뺨을 맞아야 했던 정상훈 님이 짱이었어요."

끝으로 이엘의 개인적인 꿈, 혹은 배우로서 꿈에 대해 물었다. "저는 그냥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격표 걱정 안하고 먹고싶은거 사먹으면서 끝까지 연기하는거예요. 웃기죠(웃음)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같이 있을 때, 사람이 먹고 싶은거 있을 때 못먹으면 화나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라 맛있는거 잘 먹고 그런 즐거움, 그런게 꿈이에요. "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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