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정형돈의 복귀 스케줄표는 누가 짰을까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6-10-08 08:29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정형돈의 복귀 스케줄은 누가 정리했을까. 그의 신나는 발걸음이 필요없는 오해를 낳고 있다.

7일에는 형돈이와 대준이가 밴드 장미여관과 콜라보레이션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팀의 신곡을 들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장미여관 곡으로 정형돈이 쓴 작은 뮤지컬까지 러닝 타임 150분을 꽉 채웠다는 설명이 붙었다. 앞서 '주간아이돌' 복귀와 새 예능 준비, 음원 발표에 이어 영화 작가 데뷔에, 그리고 콘서트·뮤지컬 개최소식까지, 이쯤되면 지난해 11월 불안장애를 이유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이후, 복귀 소식이 알려진 9월까지 총 10개월 동안의 기간이 마치 이 성대한 복귀전을 위한 준비기간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왜 그리 급했을까. 왜 1~2개의 스케줄은 뒤로 빼거나 조용히 진행하지 못했을까.


정형돈의 복귀작에 '무한도전'만이 빠져있는 것은 일단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정형돈 본인의 자유인데다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보다 훨씬 부담이 크니까"라는 이유까지 더해지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2~3주 사이 폭죽처럼 터지며 대중에게 전해진 '귀환 퍼레이드'는 마치 출연자를 병들게 하는 프로그램에서 탈출한 자유인의 모습과 같이 비춰지게 했다. 그것이 본인 의도가 아니더라도, 일부 대중의 심중에 묘한 감정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정형돈과 그 뒤의 관계자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이제 '무한도전'은 정형돈에게 불안장애를 안겨 준 프로그램으로 여겨지고, 남은 멤버들은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 아닌 '고생중인 사람들'처럼 인식되고 있다.

무한도전'이 쉽지 않은 예능임은 분명하다. 남아있는 명수형, 재석이형, 준하형에 하하와 광희는 이제 짐을 싸서 곧 러시아로 가야 한다. 예능 사상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우주행'을 위해 떠난다. 우려의 시선과 끊임없는 '위기설'을 등에 업은 채 말이다. 반면 정형돈은 복귀 결정과 함께 발표한 음원('결정')을 통해 '솔직해지고 싶어 후회하긴 싫어 내 인생의 주인은 나여야 하니까 솔직해지고 싶어 후회하긴 싫어 내 인생의 주인은 나여야 하니까'라고 적었다. 가사 내용만 보면 충분히 공감할 만 하지만 '무한도전'에 남겨진 옛 동료들과, 제작진은 그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부상의 위험이나 심적 부담감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한 스포츠선수를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몸이 생명인 선수는 길지 않은 전성기동안 자신이 속한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 때문에 주축 선수를 잃은 국가대표팀은 그의 공백으로 전력이 급강하 하더라도 그의 선택을 욕할 수 없다. 하지만 '예의'는 있어야 한다. 자신을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준 국가대표 경기와, 영광스럽게 호흡을 맞추던 국가대표 동료들, 그리고 그 지도자에 대한 예의.

'주간아'는 매주 계속될 것이며, 정형돈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바닥에서 구를 것이다. 뮤지컬 무대나 새 예능에서도 그는 특유의 익살스런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웃음이 즐거운데다, 이미 복귀한 만큼 최선을 다해 웃음을 만들어야겠지만, 11년간 지속된 국민예능 '무한도전'이 마치 뛰쳐나오고픈 사우나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조금은 배려할 때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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