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이토록 치명적인 중년 커플, 본 적이 없다.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반응이 연일 뜨겁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맞춤양복점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부딪히며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드라마다. 근 30% 가까이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뜨거운 인기에는 유쾌하고 신선한 스토리, 극본, 배우들의 열연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이 한데 입을 모으는 것은 배우 차인표와 라미란의 존재다. 과연 이들, 어떤 매력과 비결로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는 걸까.
▲주말극 관통하는 '사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주말극은 가족 관계를 내세우는 장르적 특성상 '발암' 캐릭터 분명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 주말극은 시청자들의 주말을 책임지는 만큼 힐링 요소가 필요하며 시원하고 유쾌한 캐릭터들이 있어야 맛깔스럽고 신이 나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악스럽지만 남편에게만은 애교쟁이인 복선녀라는 캐릭터와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를 가졌음에도 아내의 애교 혹은 호통 앞에 깨갱하는 남편 배삼도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가볍고 유쾌하게 주말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가부장적인 남편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주말극 들 사이, 주 시청층인 주부들에게 은근한 판타지와 로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또한 이동진(이동건)과 나연실(조윤희)이 티격태격 하고 성태평(최원영)이 철없는 사고만 치고 다니는 머리 아픈 캐릭터들 사이, 이들은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다.
▲가장 큰 인기비결은 '밀착' 생활 연기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저주 같은 건 라미란의 앞에선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다. 그는 남편에게는 애교 만점에 강한 생활력을 지닌 매력 만점 캐릭터를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연기력으로 소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라미란의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결코 시청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우리 주변의 동료나 가족, 이웃으로 브라운관에 존재하며 보는 이들이 공감하게 하는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는 일품이다. 장어 보양식을 먹이고 생닭을 거침없이 자르는 모습은 라미란이 아니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차인표는 그간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렸다. 극중 전설의 재단사였지만 지금은 통닭집 주인으로 살아가는 배삼도 역으로 데뷔 이래 가장 코믹한 연기에 도전하게 된 것. 처음에는 그런 고착화된 이미지가 어울릴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잘생김은 코믹과 어우러졌을 때 가장 빛을 발했다. 멋있으면서도 주책맞은 면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 아내의 구박을 받을 땐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팔뚝을 드러낸 민소매 차림으로 솥에서 통닭은 건져내는 그의 모습은 친근하면서도 설렌다. 어쩌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차인표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듯싶을 정도다.
▲최고의 캐스팅과 미친케미
사실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차인표와 코믹연기의 달인 라미란이 부부로 나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화제였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그들 리그에서 쌓아온 연기 관록으로 실제 20년간 산 부부 같은 느낌을 내고 있다. 의외의 조합에서 나오는 신선함은 물론 훈남을 버린 차인표와 그런 그를 만난 라미란은 대체자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한 두 배우 모두 연기력, 인성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는 '극 호감형' 배우들이기에 시청자들이 신뢰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 두 배우는 촬영장 안팎에서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솔선수범하는 마음씨와 태도로 자신은 물론 동료 연기자들까지 돋보이게 한다"고 전했다. 차인표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주연으로 낙점된 이후 여자 파트너가 누가 될 건지 궁금해했고, 라미란이라는 소리를 듣자 마자 '유레카'를 외쳤다"며 "한번 연기해보고픈 배우였다. 때론 부인 같다"고 밝힐 정도로 서로 애정이 있다. 그러니 이런 케미가 나올 수 밖에.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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