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이승환은 27년차 가수다. 1989년부터 1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숱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 '공연의 신'이라 불린다. 강산이 몇 번이고 바뀌어도 사운드에 거액을 쏟아붓고 7시간 이상의 릴레이 공연을 할 정도로 고집있는 뮤지션이다. 그런 그가 요즘 신곡 발매 추세에 따라 앨범을 쪼개서 공개한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폴 투 플라이-후' 앨범은 지금까지 수년간의 기간을 두고 정규앨범 작품을 완성해 활동을 펼쳐오던 뮤지션 이승환이 신곡 발표 방식을 싱글 형태로 바꾼 첫 번째 앨범이다. 이승환은 지난 4월 '10억 광년의 신호'부터 앨범 수록곡을 순차적으로 싱글로 공개하고 있다. 디지털 싱글 시대에 맞춘 당연한 활동 패턴의 변화다.
가요계 신곡 발표 주기가 빨라지고 음악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가요계의 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점차 달라지고 있는 음반 업계의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미 정규 음반은 EP, 디지털 싱글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꿨고, 미국, 일본에서만 흔히 볼 수 있었던 싱글 패턴이 주요 발매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주별, 월별, 분기별로 신곡을 발표하는 모습도 가요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익숙한 광경이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SM스테이션'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테이션은 올해 초부터 1년간 매주 금요일 새로운 음원을 공개하는 SM의 디지털 음원 공개채널. 기존 가요계의 전통 발매방식인 정규, 미니, 싱글에서 벗어나 디지털음원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독특한 시각의 프로젝트다. 여러 가수들의 계절 프로젝트와 '월간 윤종신' 등이 안정 궤도에 들어선 지금, 일주일 간격으로 보다 주기를 좁힌 SM의 파격 행보다.
디지털 싱글과 미니 앨범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 이승환은 시대에 역행하듯 11집을 두 장의 CD로 발매한다. 첫 번째 CD에서만 총 5편에 달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무려 제작기간만 3년간 1,820시간을 투자한 대작이다. '사운드의 장인'이라 불릴 만큼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음악의 힘 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대인데다, 팬덤에 의존하거나 빠른 활동 패턴이 중시되는 지금에서는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11집의 두번째 결과물인 '폴 투 플라이-후' 앨범은 싱글로 쪼개기로 했다. 이후 정식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당장 맛은 좋지만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음원차트가 요동치고 1위곡도 수시로 바뀐다. 스낵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사람들은 점점 짧고 강력한 것을 원한다. '스낵컬쳐'는 현 대중문화계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뜨거운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편집의 시대,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 가치있고 투명하고 진정성이 우러나는 콘텐츠에는 길고 긴 생명력이 부여된다.
변화도 좋지만 음악 본질의 가치마저 사라지면 아무 의미도 없다. 좋은 음악이 우선이다. 잠깐의 실시간 1위, 검색어 1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좋은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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