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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W' 허정도 "한효주 털털+친근, 톱여배우 같지 않아"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6-10-05 09:2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렇게 매력적인 '미친개'를 보았나.

어느 드라마나 '밉상'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주인공의 직장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주로 '밉상' 포지션을 맡아 시청자의 미움을 독차지한다.

지난 달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극 'W(더블유)''(연출 정대윤·박승우 극본 송재정) 속 박민수는 그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캐릭터였다. 허정도가 연기한 박민수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오연주(한효주)의 상사 격인 흉부외과 전문의 교수. 실력은 있으나 까칠하고 일상이 늘 화가 나 있는 그는 '미친개'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일 누군가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댄다. 물론 우리의 여주인공 오연주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밉상의 조건'을 두루 갖춘 박민수는 시청자들에게 미움은커녕, 남다른 사랑을 받았다.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도 코믹을 녹여낼 줄 알고 '미친개'라는 캐릭터를 그 어떤 주연급 캐릭터 보다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허정도의 탁월한 표현력 덕분이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허정도는 '매력적인 미친개'의 탄생에 대해 "내 안의 꼰대스러움을 극대화 시킨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하 하정도와 일문일답 인터뷰)
배우 허정도 인터뷰
사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27/
-사실 드라마로 봤던 모습 보다 실물이 굉장히 어려 보여서 놀랐다.

"하하. 그런 말 사실 좀 듣는다. 이번 'W'도 그렇고 전작이었던 '미세스캅'도 그렇고 내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주로 맡아서 매번 나이 들어보이는 분장을 많이 했다. '미세스캅'에서는 김희애 선배님이랑 나이 차이가 없는 역이라 수염도 최대한 덥수룩하게 길렀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잘 못 알아보신다.(웃음)"

-작품마다 정말 '새로운 얼굴'이 되는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고 '이 작품의 이 배우였어!'라고 많이 놀랐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비결이 궁금하다.

"어떤 역할이든 난 '나로부터'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캐릭터에 나를 끌어다 놓으려고 한다기보다 그 캐릭터를 나한테 맞춘다고 해야 할까.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나도 몰랐던 얼굴들이 나오는 것 같다. 'W' 미친개 박민수를 연기할 때도 다른 사람의 꼰대스러움을 흉내내려고 한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꼰대스러움, 다이나믹함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던 그 캐릭터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실제 그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 살갗으로 와닿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을 실제로 나봤는데, 그 힘든 직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극중 진정한 '웹툰 덕후'로 나왔다. 실제로도 무언가에 그토록 빠져 본적이 있나.

"극중 박민수처럼 어렸을 때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이현세 작가님의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고 만화방도 주기적으로 갔다. 대학교에 가서는 일본 만호랑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나우누리 시절인데,(웃음) 괴물이 나타나면 글자를 쳐서 없애는 게임이 있었다. 하루종일 주구장창 그것만 했었는데 전국 순위 7등까지 오른 적이 있다.(웃음) 원래 한 번 뭔가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다."
-한효주와 호흡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효주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을만한 톱 여배우인데, 함께 연기를 하다보면 톱여배우라는 사실을 잊게 될 만큼 편하고 친근하다. 촬영장에서 만나면 먼저 웃으면서 '교수님~오셨어요~'라고 인사해준다. 그래서 그런지 효주와의 연기 호흡은 정말 편하고 좋았다."

-'W'의 결말에 대해 팬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출연 배우로서 어떤가.

"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결말이 어떻게 났더라도 누군가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불만족했을 거다. 기대가 크고 인기가 큰 작품이니 만큼 결말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W'는 상상력이 굉장한 드라마다. 전개도 매번 예상을 빗나갔다.

"연기하는 배우들 또한 대본을 받을 때 마다 '우와 이거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기하는 사람들 또한 내용을 예측할 수 없었다. 처음 'W'의 대본을 받고 읽어봤을 때도 마치 만화를 읽는 것처럼 술술 넘겼다. 다음 권의 만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 다음 대본을 기다리게 되더라.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배우 허정도 인터뷰
사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27/
-'W'에 출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젠가.

"연기를 할 때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시선을 내가 쫙 빨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짜릿해지는 순간이다. 'W'를 같은 경우에는 내가 연기할 때 스태프들이 한 번에 '빵' 터지면 가장 짜릿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그런 순간이 많지는 않다. 선물을 자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웃음) 월래 월척은 잘 안 낚이는 거 아니냐. 하지만 월척을 한 번 낚아 본 사람은 그 손 맛 때문에 낚시를 끊을 수가 없다. 연기도 그런 것 같다.(웃음)"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MBC 'W'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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