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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끝내 이뤄낸, 주지훈의 '아수라'발발타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0-05 09:1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아수라발발타, 모두 다 이뤄져라!"

배우 주지훈이 차곡차곡 쌓았던 내공을 눌러 담아 공들여 빚어낸 인생캐릭터로 연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절대 녹록지 않았던, 아수라 같았던 그의 12년 연기 역사(史). 범죄 액션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를 통해 끝내 만개하고만, 이것이야말로 주지훈의 아수라발발타다.

디자이너 홍승완의 2002년 SFAA 서울컬렉션의 모델로 데뷔한 주지훈. 정욱준, 우영미 등 국내 톱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메인 모델로 활동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그는 우연한 기회로 2002년 방송된 MBC 시트콤 '논스톱3'에 출연, 하하의 친구이자 김효진의 썸남 윤재 역을 연기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2004년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 SBS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을 시작으로 연기 첫발을 내디뎠다.

수준급 연기력으로 모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주지훈은 연기 데뷔 2년 만인 2006년 MBC 드라마 '궁'의 남자주인공 이신 역에 발탁, 시청자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의 송중기, 박보검과도 같은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궁'을 통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맛봤고 이후에도 2007년 KBS2 드라마 '마왕', 2008년 영화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민규동 감독) 2009년 '키친'(홍지영 감독)에 연달아 캐스팅되면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주지훈의 꽃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배우에겐 치명적인 마약 스캔들이 터진 것.

주지훈은 2009년 4월 26일 모델 예학영과 함께 케타민을 등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그해 5월 19일 불구속기소 됐고 6월 23일 서울중앙지법부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 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 추징금 36만원을 선고받았다. 믿었던 만큼 충격도 컸던 그의 마약 스캔들. 상한가를 치던 연기 사에 있어 최악의 사건이 됐고 주지훈은 곧바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2010년 2월 입대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3년의 공백기를 가진 주지훈은 조심스레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12, 장규성 감독)를 통해 복귀 시동을 걸었다. 당시만 해도 마약 사건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여전히 날 선 상태였는데 이런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 유쾌한 코미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연이어 선택한 2012년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 2013년 MBC 드라마 '메디컬 탑팀', 영화 '결혼전야'(홍지영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흥행 성적에 대해 오롯이 주지훈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작품성에서 대중의 공감을 못 사기도 했고 너무 큰 경쟁작이 있어 빛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렇듯 주지훈은 복귀 후 2년간 여러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매 작품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마음을 다해 연기로 속죄했다. 그리고 이런 주지훈의 진심이 조금씩 대중의 마음속에 스며든 기점이 2014년 영화 '좋은 친구들'(이도윤 감독)이었다.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에서 의리와 야망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남자 인철 역을 통해 야누스적인 매력을 선보인 것. 두 친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작품 자체로는 흥행에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연기력만큼은 '모델 출신' 꼬리표를 떼고 완전한 배우로 성장을 입증했다. 또한 '좋은 친구들'로 호평을 받을 무렵 뮤직비디오 출연을 계기로 가수 가인과 핑크빛 열애도 이뤄냈다. 여러모로 주지훈의 인생 2막이 열린 셈.

풍파 가득했던 주지훈의 인생에 모처럼 순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는 곧 2015년 영화 '간신'(민규동 감독)과 SBS 드라마 '가면'으로 재기의 불씨를 마련했고 무엇보다 '가면'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지훈에게 재기의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간신'과 '가면'을 끝낸 주지훈은 제대로 탄력받은 기운을 모아 '감기'(13) '무사'(01) '태양은 없다'(99) '비트'(97) 등 굵직한 작품을 해온 김성수 감독의 신작 '아수라'로 이어갔다. 확실히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 이후 충무로의 감독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다. 한때 민규동·홍지영 감독 부부의 뮤즈였던 그가 좀 더 많은 감독에게 애정의 대상이 됐음을 시사한 대목. 그리고 자신을 향한 관심을 보답하듯 보란 듯이 악인들의 전쟁인 '아수라'를 집어삼킨 주지훈이다.


사실 '아수라'에서 주지훈은 우려의 대상이었다. 업계에서는 정우성, 황정민이라는 충무로에서 난다긴다하는 스타급 주연들과 곽도원, 정만식, 윤지혜, 김해곤, 김원해 등 믿고 보는 조연들이 가득 찬 '아수라' 속에서 이제 막 기운을 차린 주지훈이 과연 숨이나 쉴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적어도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의 살 떨리는 아우라를 뚫지 못하고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한 떨기 꽃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정우성, 황정민에 이어 '아수라' 크레딧 세 번째에 이름을 올린 주지훈은 종잡을 수 없는 문선모라는 얼굴로 매 장면 긴장감을 끌어냈다. 영화 초반 한도경(정우성)을 따르는 후배 형사로 치기 어린 풋내를 풍기다가도 중반부에선 욕망과 권력의 노예가 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후반부에서는 남자들의 묵직하고 뜨끈한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132분간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활개친 주지훈은 우려를 뒤집고 정우성과 황정민을 쥐락펴락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수라'에서 문선모 그 자체로 숨 쉬었던 주지훈은 누구보다 뜨겁게, 이글이글하게 연기했다. 관객 역시 남김없이 태운 주지훈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누가 뭐래도 '아수라'는 '궁'에 이어 주지훈의 두 번째 '인생 캐릭터' '인생작'이 됐다. 칠전팔기 정신으로 부딪히고 깨진 주지훈의 주문, '아수라'발발타가 시작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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