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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으로 지난해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달수. 무려 누적관객수 1억5470만명(2016년 9월 28일 기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천만요정' 오달수가 스포츠조선 '출장토크' 초대에 응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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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충무로 다작 순위로 따진다면 절대 꿀리지 않는 배우 오달수(48). 14년간 62편의 필모그래피를 가졌으니 말해 무엇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복만큼은 유독 운이 따라주지 않는 '요정'이다.
데뷔 후 오달수가 품은 첫 번째 상은 영화 '마파도'(05, 추창민 감독)로 받은 제6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이다. 이후 '그 해 여름'(06, 조근식 감독)으로 제15회 춘사영화상 남우조연상, '7번방의 선물'(13, 이환경 감독)로 제2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상·제34회 황금촬영상 최우수남우조연상,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잇 스타상, 서귀포 신스틸러 페스티벌 신스틸러상, 제6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 '국제시장'(14, 윤제균 감독)으로 제52회 대종상 남우조연상·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제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암살'(15, 최동훈 감독)로 제7회 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 '베테랑'(15, 류승완 감독)으로 제11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남자조연배우상을 수상했다.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오달수. 그럼에도 청룡영화상 수상은 유독 남다르게 와 닿는다고. 늘 무대에 서는 광대지만 그날만큼은 유독 높고 아찔하게 다가왔다고 머쓱하게 웃는다. 수상한 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는 오달수다.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해요. 제가 무슨 영화로 상을 받았죠? 하하. 그해 워낙 많은 영화에 참여해서 그런지 아직도 헷갈려요(웃음). '국제시장'으로 상을 받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리가 후들거렸죠. 그때 수상 소감도 부축받아서 무대를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그게 진짜 제 진심이었죠.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땀부터 나네요. 저도 저지만 본가(부산)의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딸내미도 그렇고, 부모님도 너무 기뻐하셨죠. 사실 전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은 아니었는데 그날, 딱 그날만 괜찮은 아빠, 괜찮은 아들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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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에서 천달구 역을 맡은 오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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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6년 차 배우마저도 떨게 한순간. 일찌감치 수상은 포기한 상황, 다른 수상자를 축하하려 준비 자세를 취하려 했던 그는 남우조연상으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까지도 믿을 수 없었다고 기억을 곱씹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쓰자면 '수상이 돼도 문제'였다는 것.
"사실 옛날부터 상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이미 상을 받은 것 같은 기쁨을 느꼈어요. 워낙 다작하니까 전에도 시상식에서 종종 후보에 오르는 데 그것만으로 힘을 받곤 했어요.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 게 정말 이상해요. 막상 후보 화면에서 제 얼굴이 다른 네 명의 후보와 함께 나란히 떠오르니까 긴장이 됐어요. 손에 땀을 쥔다는 표현이 그럴 때 쓰는 말이더라고요. 하하. 속으로는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함께 노미네이트 된 후보자들이 이경영, 유해진, 조진웅, 배성우였는데 다들 쟁쟁하잖아요. 누가 봐도 이견이 없는 배우들이었으니까요. 특히 이경영 선배는…, 제가 감히 어떻게. 하하. 다른 후보들에게 미안하지만 이경영 선배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하하. 그러다 제가 호명된 거죠. 나름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했지만 방송 보니까 온몸으로 티가 나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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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테랑'에서 오팀장 역을 맡은 오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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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할 수 없었지만 내심 자신의 연기 인생을 보상받고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했다는 오달수. 수상의 기쁨은 아무리 내공 있는 배우라도 숨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기쁨도 잠시, 알 수 없는 부담감과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지난해 정말 재수 좋게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이 두루 사랑을 받았죠. 제가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제가 연기를 잘한 것보다는 그 작품들이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면 당연히 수상이 불가능했다고 봐요. 열심히 하는 배우들을 다들 보셨으니까 그곳에서 제가 감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거죠. 전 개인적으로 '주연을 참 잘 받쳐주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다'라고 칭찬해 주시는 게 가장 큰 상이지 수상이나 트로피를 갖는다는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설사 상을 받는다고 해도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든 모든 배우, 스태프들, 그리고 작품을 사랑해준 관객들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상 트로피도 벽장에 깊숙이 넣어놨어요. 저는 지금까지 받은 수상 트로피, 홍보대사 위촉장 등 모두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놨어요(웃음). 괜히 보고 있으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담이 되더라고요. 영화제,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배우에겐 축제에요. 축제라는 건 365일 즐길 수 없는 거잖아요. 길면 일주일 한껏 축제를 즐기다 빨리 제 자리로 돌아와야죠. 배우 오달수로, 아빠 오달수로, 아들 오달수로 복귀하는 게 제겐 더 중요해요. 그리고 홀가분하게 내일 촬영할 영화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어요. 그런 이유로 모든 상을 벽장 안에 집어넣은 것 같아요. 하하."
오달수는 처음 연기의 참맛을 일깨워준 연희단거리패의 연출가 이윤택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자신의 꼬라지(꼬락서니) 대로 연기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26년간 가슴에 새긴 말이며 앞으로도 배우 인생에 모토로 삼을 생각이라고. 수상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 오달수답게, 배우 오달수답게 연기할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변신이 가능한 상태에서 새로운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옷임을 알고도 입는 실수를 할 때가 있죠. 그 순간 관객과도 멀어지죠. 제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 연기 스타일을 찾아내고 욕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배우가 가져야 할 지혜죠. 어떻게 재해석하고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만사 제쳐놓고 흐름을 망치는 배우가 되면 안될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을 늘 품고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력할 거에요."
sypova@sportschosun.com·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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