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노랫말, 사회적 책무 두려워해야" 요즘 가사 어떤가요?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09-29 10:31


원로작사가 조운파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노래를 만들 때마다 단어 하나 쓰는 것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심지어 3개월씩 걸린 노래도 있습니다. 내가 만든 곡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고 책임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가요계의 원로 작사가 겸 작곡가 조운파(73)는 지난 26일 자신의 40주년 가요 작가 인생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조운파는 남진의 '빈잔', 태진아의 '옥경이', 조병선의 '칠갑산', 야구장에서 널리 불리는 '연안부두' 등의 노랫말을 쓰며 가요사에 큰 획을 그은 원로 가요 작가로, 그간 800여 곡을 만들어왔다.

누구나 제목만 들어도 떠올릴 만한 많은 히트곡을 남긴 조운파의 노랫말은 짙은 서정성을 내포하면서도 희망을 노래한다. 그는 40주년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창작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요즘 보면 폭력적이고 음란하고 영문도 모르는 노랫말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책임감이 중요하죠."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때문에 당연히 그 시대의 히트곡 노랫말에는 사회적인 경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힙합, 일렉트로닉 등 솔직하고 현실적인 노랫말을 이유로 주목받은 인기 장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행어와 의미없이 자극적인 킬링파트에 집착하는 댄스곡가 난무하는 요즘, 원로 작사가 조운파의 발언은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어떤 분야든 진화하고 변화를 수용하되 창작의 깊은 책임감은 가져야한다는 얘기다.

이미 댄스곡이 주류 음악으로 떠오르면서 대중가요의 작법은 변했다. 기승전결의 구조에 시적인 표현을 중시했선 옛 가요와는 달리,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반복적으로 입에 붙는 문구를 찾기 바쁘다. 노래 초반의 단 몇 초만에 승부를 봐야 하는 현 가요계의 특성을 고려한 당연한 변화. 아이돌 그룹 사이 콘셉트 전쟁은 몇 년 전부터 치열할 정도로 음악 환경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모든 정답은 없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당연한 결론이다.

히트곡이 되기 위해 중독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은 필수. 유행어나 일상어를 포착한 노랫말은 여기저기서 패러디되는 등 승률을 높이기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가수들의 한 마디, 킬링파트가 승패를 갈라놓는다. 특히 일상 속 가사는 가요 팬들의 입에 착 달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생활 밀착형 가사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체 뜻을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만들어내고 네티즌 용어를 뒤져 노랫말의 주제를 찾는 작사, 작곡가도 수두룩하다. 게다가 돌려 말하지 않는 돌직구식 화법도 눈에 띄는 가요의 변화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구애하는 사랑법 등 표현이 더 과감해졌다. 이러한 히트곡에 대한 시선은 늘 엇갈린다 "인스턴트처럼 가볍고 낯부끄러운 대중가요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란 시선과 "시대가 변했다. 장르음악이 다양해진 만큼 자극적인 변화는 필수다"라는 반응이다.

물론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연애세태를 빗댄 재치있는 노랫말도 많다. 대중가요 노랫말은 말 그대로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책임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단순히 텍스트의 글이 아닌, 멜로디 위에 글이 더해지면서 커다란 파괴력을 갖기 마련.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시대를 말하는 트렌드를 노래에 담고, 표현해야 하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10, 20대의 언어를 말하고, 더 나아가 그 경계를 세대간 이어주는 것은 더더욱 난해한 작업이다.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 다른 세대의 박탈감을 이어주는 무언가도 고려해야 할 때다. 흥행만을 노린 자극적인 노래들이 대중가요의 근간 마저 흔들면 안 되니깐 말이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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