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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잘 키운 '신 스틸러', 열 주연 부럽지 않다는 말은 이미 연예계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실로 짱짱하게, 살벌하게 연기 한다는 조연들이 조금씩 대중에게 다가가 눈도장을 찍더니 어느 순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 주연을 꿰차기 일쑤다. 배우 강기영(33)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였던 그는 올해 그 숨겨진 진가, 내공을 알차게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가 안 나오는 드라마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이만하면 성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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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것부터 부러워하더라고요. 하하. 박보영, 한효주는 호흡을 맞추기 전엔 여신들이었는데 이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샀죠. 처음엔 저도 굉장히 설굥쨉 어디까지나 동료 배우이잖아요(웃음). 그저 동시대에 같이, 그것도 같은 화면에 잡힌다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죠. 그런데 아쉬운 건 정작 그들과 로맨스는 없다는 거죠. 서인국, 이다윗, 이태환 등과 브로맨스까지는 가능했는데 여신들과 로맨스는 아무래도 힘든가 봐요(웃음). 그래도 운이 좋아 아름다운 업무 환경 속에서 살아왔네요. 하하."
"'고교처세왕'부터 브로맨스에 대한 습관이 길러졌어요. 마음이 잘 맞는 배우들일수록 더 재미있는 판을 짤 수 있는데 이다윗이 그랬죠. 전체 리딩에서 처음 봐 살짝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따로 만나 천상과 인랑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어요. 노력한 덕분에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출연 분량 100% 중 95%를 함께하게 됐죠. 하하. '싸우자 귀신아' 후반으로 갔을 때 인랑이 천상을 구박하는 수위가 심해지는데 그게 진짜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너무 구박하니까 꼭 제가 찬밥신세, 구박 데기가 된 것 같아요. 현지(김소현)만 바라보는 인랑에게 서운하기도 했고요. 이건 거의 사랑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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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라인업이 계획대로 잘 맞아서 그렇지 과거엔 공백도 많았어요. 작품을 끝내고 3~4개월 정도 쉬게 된 적도 있는데 그때 조급한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때에는 여러 작품을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했거든요.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수셰프로 반응도 좋아서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연결될 줄 알았거든요.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도 다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전 아무것도 못하자 부담이 되고 걱정도 됐죠. 당시엔 너무 조급해서 과호흡이 생겼고 결국 한의원까지 찾아가 약을 먹기도 했어요(웃음).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린 거죠."
시청률에 비례한 만큼 강기영은 'W'를 통해 많은 시청자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다. 물론 그에게 첫 번째 축포를 터트려준 작품은 2014년 방송된 tvN '고교처세왕'이었고 두 번째 행운은 지난해 여름 방송된 '오 나의 귀신님'이었지만 두 작품을 뛰어넘을 만큼 'W'는 출연 자체만으로 역대급 반응을 일으켰다고. 지난날 가졌던 조급증을 'W'로 조금은 치유가 된 것 같다는 강기영이다.
"사실 요즘 붕 뜬 기분이 자주 들어요. 여기저기에서 많이들 알아봐 주시고 호응해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들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예요. 도취되지 않으려 자제하는 편이죠. 전 제 한계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태하거나 게을러지면 금방 잊히게 될 거에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물이 들어올 때는 노를 저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물이 들어올 때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물이 안 들어오면 걸어서라도 원하는 지점에 다가가야 하고 계속 뭔가를 부지런히 준비해야 하고 그런 제 곁에서 제가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죠. '싸우자 귀신아' 'W'를 동시에 하면서 스태프들의 고마움을 많이 느꼈어요.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스태프는 카메라에 담기는 몇몇 배우를 바라보고 있는데 반대로 배우들은 카메라 너머 뒤편의 스태프들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카메라 뒤의 스태프들은 카메라 안의 우리를 위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데 감히 제가 노력을 안 할 수 있겠어요? 그들을 보면서 초심을 잊지 않으려 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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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했던 작품의 캐릭터들이 비슷했던 건 부정할 수 없죠. 저도 대중이 식상해 할까 봐 내심 걱정도 되는데 또 이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원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갑자기 섬뜩한 살인마가 되는 것도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을 할 때마다 해왔던 고민이고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 '전작의 캐릭터보다 딱 5%만 바꾸자'라고 마음먹어요. 막 억지로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보다 가능한 상황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게 더 저다운 것 같아요. 이러다 실험적인 감독이나 PD들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받은 사랑인데 한 번에 그 복을 걷어차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고요(웃음). 그간 목젖에서 숨이 할딱거릴 정도로 어설펐는데 이번에 숨을 깊을 쉴 줄 아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배우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tvN '싸우자 귀신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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