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기영 "요즘 붕 뜬 기분..이럴 땐 카메라 뒤 초심 생각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9-26 16:4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잘 키운 '신 스틸러', 열 주연 부럽지 않다는 말은 이미 연예계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실로 짱짱하게, 살벌하게 연기 한다는 조연들이 조금씩 대중에게 다가가 눈도장을 찍더니 어느 순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 주연을 꿰차기 일쑤다. 배우 강기영(33)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였던 그는 올해 그 숨겨진 진가, 내공을 알차게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가 안 나오는 드라마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이만하면 성공 아닌가.

지난 1월 1일 방송된 2부작 신년특집 SBS '퍽!'(윤현호 극본, 이광영 연출)을 시작으로 2월 SBS '돌아와요 아저씨'(노혜영·현주연 극본, 신윤섭·이남철 연출), 7월에 시작해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이대일 극본, 박준화 연출), 지난 1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W'(송재정 극본, 정대윤 연출)까지 무려 9개월 동안 4편의 드라마를 소화한 강기영. 방송가 여기저기서 강기영을 찾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다.

"올해도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쉴 틈 없이 작품에 빠져들었고 추석 연휴에 'W'가 끝나면서 비로소 여유가 생겼어요. 그런데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은 없어요. 특히 이번엔 '싸우자 귀신아'와 'W'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갔고 끝나서 공허할 줄 알았는데 생갭다 워낙 많은 사랑을 주셔서 공허함을 느낄 새가 없더라고요. 'TV를 틀면 나온다'라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올해도 열심히 했구나' 싶고요. 이번 추석은 오랜만에 본가가 있는 인천으로 가서 지냈는데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를 친구분들, 가족들에게 소개해주며 자랑하시는데 그걸 보니 뿌듯했죠. 그리고 일단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W'에 출연했다고 하니 다들 '성공했다'며 응원해줬어요. 하하."


운이 좋았던 걸까? 강기영은 '뮤즈'로 불리는 그녀들이 늘 함께했다. '고교처세왕'의 이하나,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 '돌아와요 아저씨'의 오연서, '싸우자 귀신아'의 김소현, 그리고 'W'의 한효주까지. 물론 이들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펼치지는 못했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여신'들과 함께해 모두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다들 그것부터 부러워하더라고요. 하하. 박보영, 한효주는 호흡을 맞추기 전엔 여신들이었는데 이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샀죠. 처음엔 저도 굉장히 설굥쨉 어디까지나 동료 배우이잖아요(웃음). 그저 동시대에 같이, 그것도 같은 화면에 잡힌다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죠. 그런데 아쉬운 건 정작 그들과 로맨스는 없다는 거죠. 서인국, 이다윗, 이태환 등과 브로맨스까지는 가능했는데 여신들과 로맨스는 아무래도 힘든가 봐요(웃음). 그래도 운이 좋아 아름다운 업무 환경 속에서 살아왔네요. 하하."

강기영이 언급한 것처럼 그는 유독 남자배우들과 '브로맨스'에 강했다. 특히 '싸우자 귀신아'에서 이다윗과 함께 '천상인랑' 커플로 활약했던 케미스트리를 최고로 꼽았다. "어쩌면 이건 진짜 사랑일 수도 있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영혼의 동반자였다는 것.

"'고교처세왕'부터 브로맨스에 대한 습관이 길러졌어요. 마음이 잘 맞는 배우들일수록 더 재미있는 판을 짤 수 있는데 이다윗이 그랬죠. 전체 리딩에서 처음 봐 살짝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이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따로 만나 천상과 인랑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어요. 노력한 덕분에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출연 분량 100% 중 95%를 함께하게 됐죠. 하하. '싸우자 귀신아' 후반으로 갔을 때 인랑이 천상을 구박하는 수위가 심해지는데 그게 진짜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너무 구박하니까 꼭 제가 찬밥신세, 구박 데기가 된 것 같아요. 현지(김소현)만 바라보는 인랑에게 서운하기도 했고요. 이건 거의 사랑이네요. 하하."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강기영의 모습과 같으면서도 달랐던 현실의 강기영. 상대에게 유쾌한 기분을 선사하기도 했고 허당기를 간간이 드러내 마음의 벽을 허물게 했다. 반면 철없는 캐릭터와 180도 다른 진지한 태도로 배우의 소신을 전할 줄도 알았다.


"올해 라인업이 계획대로 잘 맞아서 그렇지 과거엔 공백도 많았어요. 작품을 끝내고 3~4개월 정도 쉬게 된 적도 있는데 그때 조급한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때에는 여러 작품을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했거든요.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수셰프로 반응도 좋아서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연결될 줄 알았거든요.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도 다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전 아무것도 못하자 부담이 되고 걱정도 됐죠. 당시엔 너무 조급해서 과호흡이 생겼고 결국 한의원까지 찾아가 약을 먹기도 했어요(웃음).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린 거죠."

시청률에 비례한 만큼 강기영은 'W'를 통해 많은 시청자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다. 물론 그에게 첫 번째 축포를 터트려준 작품은 2014년 방송된 tvN '고교처세왕'이었고 두 번째 행운은 지난해 여름 방송된 '오 나의 귀신님'이었지만 두 작품을 뛰어넘을 만큼 'W'는 출연 자체만으로 역대급 반응을 일으켰다고. 지난날 가졌던 조급증을 'W'로 조금은 치유가 된 것 같다는 강기영이다.

"사실 요즘 붕 뜬 기분이 자주 들어요. 여기저기에서 많이들 알아봐 주시고 호응해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들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예요. 도취되지 않으려 자제하는 편이죠. 전 제 한계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태하거나 게을러지면 금방 잊히게 될 거에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물이 들어올 때는 노를 저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물이 들어올 때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물이 안 들어오면 걸어서라도 원하는 지점에 다가가야 하고 계속 뭔가를 부지런히 준비해야 하고 그런 제 곁에서 제가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죠. '싸우자 귀신아' 'W'를 동시에 하면서 스태프들의 고마움을 많이 느꼈어요.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스태프는 카메라에 담기는 몇몇 배우를 바라보고 있는데 반대로 배우들은 카메라 너머 뒤편의 스태프들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카메라 뒤의 스태프들은 카메라 안의 우리를 위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데 감히 제가 노력을 안 할 수 있겠어요? 그들을 보면서 초심을 잊지 않으려 하죠. 하하."


2009년 연극 '나쁜자석'으로 데뷔해 데뷔 7년 차를 맞은 강기영. 그는 드라마 진출은 고작 2년이지만 그사이에 경험한 많은 작품들 덕분에 빠른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는 게 결과며 그 결과는 비단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신껏 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반복된 캐릭터에 대한 변화를 고민할 때임을 정확히 분석하고 깨우친 영특한 배우였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의 캐릭터들이 비슷했던 건 부정할 수 없죠. 저도 대중이 식상해 할까 봐 내심 걱정도 되는데 또 이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원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갑자기 섬뜩한 살인마가 되는 것도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을 할 때마다 해왔던 고민이고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 '전작의 캐릭터보다 딱 5%만 바꾸자'라고 마음먹어요. 막 억지로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보다 가능한 상황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게 더 저다운 것 같아요. 이러다 실험적인 감독이나 PD들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받은 사랑인데 한 번에 그 복을 걷어차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고요(웃음). 그간 목젖에서 숨이 할딱거릴 정도로 어설펐는데 이번에 숨을 깊을 쉴 줄 아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배우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tvN '싸우자 귀신아' 스틸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