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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유세윤을 만나자마자 대뜸 "오예X는 다 먹었나"라고 물었다.
"사실 2000곽을 받았어요. 1000곽 받고 난 뒤 어떻게 좋게 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보육원 등 어린 친구들에게 보내줬거든요. 그걸 회사 쪽에서 좋게 보시고 과자를 더 보내주셨어요. 우리도 기분이 좋았고 별거 아닌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며 제과업체 쪽에서도 기뻐하셨죠."
물론 이를 의도한 건 아니다. 더 오래전에 쓴 곡인데 제목이 오예스라서 언급안하기는 그렇고, 먼저 PPL을 조금 요구하기에는 부끄러워서 망설였다고.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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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처음에는 그냥 웃음을 주기위한 장난스러운 이벤트인 줄 알았다. 광고 제작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100만원. 실제로 완성된 광고들은 일반적인 광고와 달리 수위도 높고 때론 개그 프로그램 뺨치는 코믹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장난 같았던 그의 광고 제작사 '광고백'은 창립 9개월 만에 광고 제작편수 100편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업계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상공인들의 소규모 사업장부터 롯데, CJ 등 대기업의 상품까지 다양한 광고를 만들고 있고, 단순 광고를 넘어 TV CF와 각종 컨텐츠, 방송 프로그램 제작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혀 '광고천'을 향해 도약 중이다.
광고 비용을 100만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유세윤은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성된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100% 처럼 100이라는 숫자에 뭔가 완성된 의미가 있잖아요. 그리고 1000만원은 비싸고 10만원은 너무 싸고요.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100만원도 적지 않지만, 100만원이 광고료 치고는 싼 편이거든요. 저희는 실질적으로 광고를 찍을 엄두도 못 냈던 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000만원으로 하면 타깃과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물론 100만원으로 하면 제작비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소상공인 기준으로 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제작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고 있고요."
상업 광고 뿐만이 아니다. 자체 제작하는 공익 광고 시리즈를 통해 아시아 최초 웹시리즈 페스티벌 Kwebfest에서 상을 수상하는 등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저희가 공익 광고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이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 '음주운전 하지 맙시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서 제가 직접 출연했어요. 조회수가 꽤 높았죠. 제가 직접 출연하니까 좀 더 사람들한테는 흡입력이 있었겠죠?(웃음) 그때부터 경찰 쪽에서 좋게 봐 주셨나봐요, 오예X처럼. 그 다음에 만든게 '과속방지 캠페인'인데 그것도 반응이 좋았죠. '감속하십시오, 전방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습니다. 감속하십시오, 전방에 과속 카메라가 없더라도...과속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법행위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나요. 제가 만든 카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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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요? 하하. 그냥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했어요. 책은 많이 안 읽는데, 그때는 다들 그렇잖아요. 내가 쓰는게 다 맞는거 같고. 그 시절에는 특별히 저 뿐 아니라 다 그러니까. 근데 제가 대외적으로 기록(셀프 카메라)이 남았고 제가 연예인이 되다보니 중2 때 쓴 카피들이 회자되는 것 뿐인 것 같아요."(중2병 다들 한 번씩 겪겠지만, 사실... 그런 동영상을 다들 찍는건 아니랍니다.)
누구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광고회사지만, 광고백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광고 의뢰는 받지 않는다. 광고백의 철학이다.
"사실 가격을 10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저렴한 대신에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해요. 계약서에서도 작년까지는 우리가 갑이고 클라이언트가 을이었죠. 사람들이 우리가 갑이라는 말을 장난으로 알다가 계약서에 명시 돼 있는 것을 알고 놀라더라고요. 광고주의 완성된 기획안은 저희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아요. 그걸 바탕해서 저희 아이디어를 가미할 여지가 있으면 괜찮은데, 성향이 너무 안 맞으면 같이 작업하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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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조금 파이가 커지면서 너무 내 생각을 다 없애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광고주와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직원들에 있어서도 그렇고 클라이언트 의견들도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것도 일이니까. 작년에는 솔직히 내 창작물을 통한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이즈가 커지고 업체들도 큰 업체가 들어오면서 이것도 일이구나. 마냥 즐거울 순 없다. 조금 맞춰가면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직원들은 생계인데. 직장 잃을 수도 있고.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이거 하나에 굉장히 의지하고 있는데 개인 콘텐츠처럼 만들 수는 없는 거니까요."
winter@sportschosun.com,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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