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출장토크 번외] "광고주가 乙이었다" 유세윤의 광고100서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5-16 08:27 | 최종수정 2016-09-22 11:10



[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유세윤을 만나자마자 대뜸 "오예X는 다 먹었나"라고 물었다.

UV가 지난 2월 발표한 노래 '오예스(Oh Yes)'에서는 동명의 초코과자가 열심히 등장했다. 협찬이라도 받은 건가 했지만, 그 반대였다.

'오예스'는 남들과 다르게, 한 번 뿐인 인생을 신나게 즐기며 살자는 가사의 노래. UV가 '오! 예스'를 외칠 때 마다 동명의 초코과자가 등장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는 협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뮤비를 본 제과업체에서 이들에 재기발랄함에 감명해 과자 1000곽을 보냈다고 한다.

"사실 2000곽을 받았어요. 1000곽 받고 난 뒤 어떻게 좋게 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보육원 등 어린 친구들에게 보내줬거든요. 그걸 회사 쪽에서 좋게 보시고 과자를 더 보내주셨어요. 우리도 기분이 좋았고 별거 아닌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며 제과업체 쪽에서도 기뻐하셨죠."

물론 이를 의도한 건 아니다. 더 오래전에 쓴 곡인데 제목이 오예스라서 언급안하기는 그렇고, 먼저 PPL을 조금 요구하기에는 부끄러워서 망설였다고.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델료로치면 많이 부족했지만(웃음). 사실 회사의 높은 분들은 어이없어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해요. 실무진들은 너무 좋게 보셨다고 하더군요. TV 광고를 찍을 계획이 없었는데, 홍보 담당자는 저희 '오예스' 뮤비를 보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고. 의도치 않게 기업에 기부를 했네요. 하하."


광고100에서 선보인 공익광고
'뼈그맨', '개가수' 등 많은 수식어를 지닌 유세윤의 또 다른 이름은 광고회사 대표다.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그냥 웃음을 주기위한 장난스러운 이벤트인 줄 알았다. 광고 제작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100만원. 실제로 완성된 광고들은 일반적인 광고와 달리 수위도 높고 때론 개그 프로그램 뺨치는 코믹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장난 같았던 그의 광고 제작사 '광고백'은 창립 9개월 만에 광고 제작편수 100편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업계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상공인들의 소규모 사업장부터 롯데, CJ 등 대기업의 상품까지 다양한 광고를 만들고 있고, 단순 광고를 넘어 TV CF와 각종 컨텐츠, 방송 프로그램 제작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혀 '광고천'을 향해 도약 중이다.

광고 비용을 100만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유세윤은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성된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100% 처럼 100이라는 숫자에 뭔가 완성된 의미가 있잖아요. 그리고 1000만원은 비싸고 10만원은 너무 싸고요.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100만원도 적지 않지만, 100만원이 광고료 치고는 싼 편이거든요. 저희는 실질적으로 광고를 찍을 엄두도 못 냈던 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000만원으로 하면 타깃과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물론 100만원으로 하면 제작비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소상공인 기준으로 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제작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고 있고요."

상업 광고 뿐만이 아니다. 자체 제작하는 공익 광고 시리즈를 통해 아시아 최초 웹시리즈 페스티벌 Kwebfest에서 상을 수상하는 등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저희가 공익 광고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이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 '음주운전 하지 맙시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서 제가 직접 출연했어요. 조회수가 꽤 높았죠. 제가 직접 출연하니까 좀 더 사람들한테는 흡입력이 있었겠죠?(웃음) 그때부터 경찰 쪽에서 좋게 봐 주셨나봐요, 오예X처럼. 그 다음에 만든게 '과속방지 캠페인'인데 그것도 반응이 좋았죠. '감속하십시오, 전방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습니다. 감속하십시오, 전방에 과속 카메라가 없더라도...과속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법행위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나요. 제가 만든 카피예요."


유세윤의 중학생 시절 셀프 카메라
사진=KBS
유세윤의 카피라이터로서 자질은 일찌감치 눈을 뜬 듯 하다. 그가 중학생 시절 찍은 셀프카메라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공포를 무서워하지 말라. 한 순간의 저주도... 저주도... 공포도...모두 당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 모두 당신을 헤치려 하지 않는다"라고 읊조리는 어린 그의 모습이 폭소를 유발한다. 중학생 시절 아파트 이름 짓기 공모전에서 은빛, 별빛, 옥빛, 달빛 등의 이름으로 1등에 선정된 일화도 유명하다.

"재능이요? 하하. 그냥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했어요. 책은 많이 안 읽는데, 그때는 다들 그렇잖아요. 내가 쓰는게 다 맞는거 같고. 그 시절에는 특별히 저 뿐 아니라 다 그러니까. 근데 제가 대외적으로 기록(셀프 카메라)이 남았고 제가 연예인이 되다보니 중2 때 쓴 카피들이 회자되는 것 뿐인 것 같아요."(중2병 다들 한 번씩 겪겠지만, 사실... 그런 동영상을 다들 찍는건 아니랍니다.)

누구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광고회사지만, 광고백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광고 의뢰는 받지 않는다. 광고백의 철학이다.

"사실 가격을 10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저렴한 대신에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해요. 계약서에서도 작년까지는 우리가 갑이고 클라이언트가 을이었죠. 사람들이 우리가 갑이라는 말을 장난으로 알다가 계약서에 명시 돼 있는 것을 알고 놀라더라고요. 광고주의 완성된 기획안은 저희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아요. 그걸 바탕해서 저희 아이디어를 가미할 여지가 있으면 괜찮은데, 성향이 너무 안 맞으면 같이 작업하기 어렵죠."


광고백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광고는 최대한 협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어려우면 거절한고 있지만, 100편이 넘는 광고를 제작하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유연성도 기르고 있다.

"올해부터는 조금 파이가 커지면서 너무 내 생각을 다 없애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광고주와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직원들에 있어서도 그렇고 클라이언트 의견들도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것도 일이니까. 작년에는 솔직히 내 창작물을 통한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이즈가 커지고 업체들도 큰 업체가 들어오면서 이것도 일이구나. 마냥 즐거울 순 없다. 조금 맞춰가면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직원들은 생계인데. 직장 잃을 수도 있고.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이거 하나에 굉장히 의지하고 있는데 개인 콘텐츠처럼 만들 수는 없는 거니까요."

winter@sportschosun.com,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