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개그 뿐아니라 가수로, 카피라이터로, 웹툰 작가로 시도 때도 없이 변신하는 이 시대 진정한 '크리에이터' 유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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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진정한 크리에이터, 만능 엔터테이너라 부를 만한 유세윤은 오래전부터 스포츠조선이 노리는 인터뷰이였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세윤, 그의 머리에는 어떤 생각들이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했죠. 호시탐탐 엿보던 끝에 마침내 기회를 잡았습니다.
MBC '듀엣가요제' 녹화가 있던 날, 상암MBC에서 그를 납치하기 위해 계획한 기자들. 그런데 유세윤이 녹화 전 서교동에 위치한 광고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는 첩보를 접했습니다. 시끌벅적한 방송국 보다는 서교동 한적한 골목이 납치하기는 훨씬 좋은 장소죠. 그래서 우리는 캠핑카를 몰고 조용히 광고백을 습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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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스키스가 나온 '무한도전' 토토가2 같은 것도 요즘 잘 안보게 돼요. 지난간 시간들이 실감이 안 나요. 마치 과거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감히 나이드는 걸 숨길 수 있을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생각들이 결국 '대세' 잖아요. 어차피 공감은 못하겠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너무나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 놓은 유세윤. 음악이며 광고며 웹툰이며, 즉흥적이고 즐거워만 보이던 그의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다양한 도전도 실은 미래에 대한 엄청난 고민의 산물이었던걸까요? 광고백도 먹고 살일을 염두에 둔 부업은 아닐런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리가 없습니다.
"하하하. 미래를 생각하면 이런 것들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계획적으로 한 건 전혀 아니예요. 저는 재테크나 주식, 집값 이런 것도 잘 모르고요. 음악이나 광고나 웹툰이나. 뭐랄까, 그건 마치 내가 PD가 되는 것과 같잖아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죠. 방송에서는 나만의 캐릭터가 있어도, 제작진이나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좀 더 투영해서 보여줘야 하는 게 있어요. 근데 이쪽 창작물들은 굳이 다른 이들의 요구에 맞춰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그런게 좋아서 하는 거예요."
다만 유세윤은 "광고는 올해부터는 조금 파이가 커지면서, 내 생각을 너무 없애는 건 아니지만 상대에게 조금은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것도 일이니까 조금 맞춰가면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직원들은 생계잖아요.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이거 하나에 굉장히 의지하고 있는데 개인 콘텐츠처럼 만들 수는 없는 거니까요"라고 예외를 뒀습니다. 사장님의 어깨는 무거운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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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요즘 학교에서 많이 혼나기도 하고 그래요. 그냥 자유롭게 나둬야 하는지 바로 잡아줘야 하는지 부모로서 고민이 있죠... 육아 예능 제안요? 가끔 얘기는 들어오긴 하지만, 제가 불편한 것도 조금 있고, '우리 아내랑 아이가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있어서 아직은..."
많은 네티즌은 유세윤의 아내를 '보살'로 칭하기도 하는데요. 섹시 코미디와 패러디 등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tvN 'SNL 코리아'에서 많은 여자 연예인들과 수위 높은 연기 호흡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이죠.
"아내가 농담처럼 얘기하곤 해요. 'SNL 코리아' 보고 나면 '좋드만~ 오늘도'라고. 하하. 그래도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하는 키스신보다는 훨씬 수위가 낮지 않나요?"
분야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약하는 유세윤은 방송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죠. '개그콘서트' 같은 정통 코미디쇼부터 '라디오스타' 같은 음악 토크쇼, '유세윤의 아트비디오' 같은 페이크다큐, '퍼펙트싱어' 같은 음악쇼, '비정상회담' 같은 토론 프로그램, '마녀사냥' 같은 19금 토크쇼까지. 각양각색 예능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는데요.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네요.
"저한테 집중 돼 있는 방송은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진행하는 역할이 맞고. 제 얘기를 하더라도 남 얘기를 통해서 하는 게 좋지, 제 캐릭터에 집중돼 있는 것은 꺼리는 편이예요. 리얼리티라던가, 제 얘기를 담는 거 잖아요. 평소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건 부담스럽고요. 코미디 하는게 제일 재미있어요. 'SNL코리아'도 재미있었고 코미디가 제 업인 것 같아요. 코빅도 다시 하고는 싶지만, 지금 코미디를 두 개나 하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스케줄도 안 맞고요."
유세윤은 음주운전 자수로 한 차례 휴식기를 갖기도 했죠.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던 그는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을 자가 측정하고 다스리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과부하가 걸려서 되게 안 좋았던 때이긴 해요. 그렇게(자숙으로) 쉬지 않았더라도, 조금 더 건강한 방법으로 휴식 취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스스로 아쉽고 많은 분들께 죄송하죠. 제가 갑자기 쉬면서 여러 피해를 입은 분들도 있겠지만, 물리적으로 다친 사람 없이 돌아와서 개인적으로 다행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의 이야기는 '쉼표'라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깨닫게 하는데요. 웃음을 주는 예능인들 중에는 오히려 공황장애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죠.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황장애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연예인이 정말 많아요. 저는 공황장애로 처방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카테고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인생은 공평하다'는 것을 잘 알아서, 승승장구 하니까 '이게 언제 망가질까? 분명히 올텐데. 언젠가 망하겠지?' 이런 기분이 계속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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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봐주시는 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 응원해주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놀리는 느낌 보다는 제 입장에서 응원해주는 느낌. 간접적으로 응원해 주는 느낌. 그런게 좀 있었죠."
어쩌면 '뼈그맨'이라는 말은 예능인에게 최고의 찬사이지만, 또한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유세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요?
"방송, 특히 예능은 독특한 공간인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는 사람도 잘 되는?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기 보다는, 욕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할까요? 욕심이 있으면 좋지만 자칫 힘들어가 있다는 게 보이고. 그걸 사람들은 잘 알아보는 것 같아요. 진짜 힘을 빼고 하려면, 방송이라는 공간이 편해지거나, 아니면 제가 오래해서 적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굉장히 즉흥적인 듯하지만 사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듯 보이지만 손을 놓지않고 더 발전시키려고 애씁니다. 대신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도 필요하죠. 윤세윤식으로 하자면, 종이에 자신이 행복한 순간들을 적어 본다고 하네요.
"올해 계획이 '싫은 일이란 안 해 봤던 일 하기예요. 싫거나 관심이 없어서 피했던 것을 시도 해보는 거예요. 광고백 식구들이랑 휴대폰 없이 MT를 간 적이 있어요. 목적지를 적어 내고 제비뽑기로 뽑아서 여수를 갔는데요. 휴대폰 없으니까 계속 이야기하고, 마치 고등학생이 된 것 같았죠. 맛집도 검색하는게 아니라 물어 물어 찾아 가고요. 근데 그게 대박이었던거예요. 펜션도 '어디가 좋으냐'고 주민들한테 물어서 갔죠. 다들 휴대폰도 없고 해서 수상한 사람들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한 번은 제가 행복을 느낄 때를 종이에 쭉 적어봤는데 공통점이 휴드폰을 안 하고 있을 때더라고요. 고개를 좀 더 들었을 때, 제가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winter@sportschosun.com, ran613@,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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