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뷰] 남자가 러플 셔츠? 문제적 소설 올랜도 담은 버버리 새 컬렉션

이종현 기자

기사입력 2016-09-20 11:07



[스포츠조선 뉴미디어팀 이종현 기자] 과거와 현재, 여자와 남자를 녹여냈다.

영국의 상징적인 브랜드 버버리가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방식으로 기존 시즌을 앞서 컬렉션을 공개하는 방식과 달리, 컬렉션이 공개된 후 바로 샵이나 백화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버버리의 새 시도는 기존 선공개 시스템의 디자인 도용, 실제 트렌드와의 괴리 같은 단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이번 컬렉션의 주제인 올랜도와도 밀접하다. 400년을 살며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을 모두 체험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 주인공 올랜도처럼, 영국의 전통이자 상징인 버버리가 패션계의 오랜 불문율을 깨며 패션계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 것이다.


▲과거와 현재

이번 버버리의 컬렉션 모티브가 된 올랜도는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소설 속 소년 올랜도는 엘리자베스 1세의 말로 인해 400년을 사는 인간이 된다.

400년을 산 올랜도에게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무의미하듯이, 버버리는 이런 올랜도의 단편을 패션에 담았다. 전통적인 실루엣의 코트에 현대적인 감각의 커프스 셔츠, 슬립웨어를 매치해 현재와 과거를 연결했다. 서커스, 혹은 승마가 성행하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짧은 기장의 재킷과 세련된 느낌의 스트라이프 셔츠의 조화 역시 쉽게 연상되지 않는 과거와 현재의 느낌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융화시킨 버버리의 이번 컬렉션은 패션계의 선 공개 전통을 깬 버버리의 의지를 나타내는 듯 하다. 지나간 과거, 내려온 전통 역시 당시를 사는 사람에겐 현재였듯이 전통과 현재의 구분은 확실하지 않다. 버버리는 과감히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패션의 선 공개 시스템을 깬 것처럼, 패션 속에 현재와 과거를 같이 나열하며 고유의 컨셉과 패션을 선보였다.


▲남자와 여자


소설 속 올랜도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경험하는 인물이다. 남성으로서 사랑에 빠지고 실연에 빠지기도 한 올랜도는 여성으로 변해 아이를 낳기도 한다. 버버리는 이런 올랜도의 중성성, 젠더리스적 모티브를 컬렉션에 담았다.

이런 중성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은 러플 셔츠. 클래식한 튜닉 셔츠의 칼라, 소매를 러플 형태로 표현해 중성적인 느낌을 담았다. 짧은 머리와 단단한 느낌을 주는 블랙 컬러니트 같은 남성적인 색깔의 아이템에 여성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의 러플 셔츠를 더해 중성적인 무드를 더했다.

패턴과 소재도 올랜도의 중성적인 무드를 가득 담았다. 버버리는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실크 소재, 여성성의 상징인 플로럴 패턴을 과감히 남성복에 담았다. 이번 컬렉션엔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을 모두 경험한 올랜도처럼 명확히 그을 수 없는 이중성이란 주제가 패션에 고스란히 담긴 듯 하다.

overman@sportschosun.com, 사진='The Burberry September 2016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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