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③] 달라진 서우 "선입견 많은 여배우, 제가 응원할게요"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9-06 08:58 | 최종수정 2016-09-08 09:36

영화 '유리정원'의 주연으로 합류해 촬영을 마친 배우 서우를 만났다. 오랜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그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배우로 살던 시간 동안 해보지 못한 일상으로의 일탈도 해보고, 힐링이 돼준 요리를 현장에서 직접 배워보며 공백기를 다져나갔던 서우는 한 뼘 성장한 마음으로 컴백하게 됐다.

지난 6월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영화 '유리정원'의 주연으로 합류해 최근 촬영을 모두 마쳤다.

"2년 4개월 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 두려웠어요. 혹시나 '여기가 내 길이 정말 아닌가보다'라는 느낌이 들까봐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뭐랄까 마치 날개가 부러져 예전처럼 날지 못하는 새 같은 저를 다들 감싸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급하게 들어간 탓에 준비를 많이 못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작년부터 준비했던 영화인데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현장을 오래 떠나있었기에 기술적인 면에서 어색한 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첫 날 눈물이 나기도 했고. 분명 제 자신이 만족하는 연기를 펼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다들 저를 막내 다루듯 살펴주시는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렵사리 마음 먹고 컴백한 '유리정원'을 계기로 서우는 용기를 얻었다. '하녀' 때와 마찬가지로 임산부 역할을 맡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단다.

"예전의 저는 아직 여자 느낌은 안나는데 마냥 어린 것도 아니었던 애매한 단계에 있었다면 확실히 나이를 더 먹고 나니 임산부 역할을 해도 뭔가 다르더라고요. 이번에 '유리정원'을 하면서 더더욱 연기가 하고 싶어졌어요. 제 자신이 180도 달라진 느낌이에요. 사실 이번의 제 역할이 특별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기 보다 다른 캐릭터들을 부각시키는 역할인데, 누군가를 받쳐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예전부터 전 항상 여자 유해진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해왔었는데 유해진 선배님처럼 등장만으로도 작품이 활기를 띄울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 자신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서일까. 서우는 배우로서 여유를 되찾은 듯 보였다. 과거 행복하게 작품을 하지 못한 시간이 지금은 가장 후회가 되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했던 시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이제는 잘 알겠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보다는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생겼다.

"제 자신이 예뻐 보이는 역할을 해왔었지만 행복하게 하지 못했기에 가슴 아픈 가시 같은 작품들로 남아있어요. 이제 저도 조금은 세상의 경험을 했고 또 나이도 먹게 되면서 제 자신뿐 아니라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더라고요. 또 예전에는 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만 급급해했던 아마추어였다면 지금은 저를 빛내주기 위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고마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다른 선배 배우들이나 스태프 분들이 제게 해주신 배려들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서우에게 지금 배우로서 또 채워나가고 싶은 필모 그래피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의외의 답이 또 나왔다. 바로 단막극이다.


"늘 영화가 좋다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사실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했었고요. 드라마 중에서도 단막극은 해보지 못했어요. 또 제가 해보지 못한 많은 장르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서우에게 과거 자신과 비슷한 힘든 시기를 거쳐가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고 청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아구, 예뻐라'하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또 한창 활동 중인 어린 여배우들의 기사 아래에 악플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제 경험을 이야기 해주고 조언을 해주고 싶기도 해요. 저는 입을 꽉 다물고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그 친구들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저 마음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걸요. 언니로서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특히 저처럼 선입견이 많은 배우들을 보면 더 정이 가고요. 가끔은 기사 아래에 남몰래 응원의 댓글을 달기도 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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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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