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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②] 서우 "악역·찌라시·루머…내가 은퇴를 고민한 이유"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9-06 08:20 | 최종수정 2016-09-08 09:36

2년 4개월 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서우를 만났다. 서우는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이미지 뒤에 가려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서우는 긴 무명 시절을 지나온 것도 아니었고 데뷔 직후 특유의 개성이 빛을 발해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활동했으며, 데뷔 후 3년 만에 출연한 영화에서는 배우에게는 꽤나 큰 영예라 할 수 있는 칸 국제영화제 진출작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었노라고 말한다. 실제 그녀는 2년 4개월의 긴 시간 동안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과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서우를 온통 흔들어 놓게 된 것일까?

"신인 시절도 없었고 일을 시작하자마자 많은 좋은 작품들에 출연하고 대중도 빨리 저라는 존재를 알아봐주기 시작한 탓일까요? 권태기라고 해야할지 슬럼프라고 해야할지 그 시간이 제게는 유독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데뷔 이후 7년 만에 떠나버렸지만, 사실은 일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난 뒤부터 힘들었어요. 일이 버거웠고 제 스스로 즐기는 작품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필모그래피 상 배우 서우가 가장 빛났던 지난 2010년을 꼽았다. 당시 서우는 칸 영화제 진출작인 영화 '하녀'에 출연했고 동시에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마음이 힘들었어요. 아직 어린 마음에 낮에는 중학생, 밤에는 임산부가 되어야 하는 것도 버거웠고 잘 모르는 감정들을 이해하는 척 찍어야 했던 것도 힘들었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절 힘들게 한 것은 악역 연기였어요. 제가 아마추어라 그런지 연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문)근영이가 너무 좋은데 연기를 하면서는 온갖 못된 짓을 해야했고 또 그 안에 제 모습으로 악플이 달리는 것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어요. 그렇게 마음이 병든 시간에는 과거 사진 같은 것들이 인터넷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도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별 일 아니라고 툴툴 털어내고 버텨낼만한 상태가 그때는 아니었었나 봐요."

몸도 아팠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서우는 빠듯한 스케줄 속에 몸을 조금만 혹사시켜도 여기저기 염증이 생겼다. 지금에야 큰 병도 아니고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당시에는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한 '제왕의 딸, 수백향'을 끝낸 뒤 가족들이 있던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3년 만에 가족을 보기 위해 떠난 미국 땅에서도 루머와 맞닥뜨려야 했다.

"미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생일이 됐어요. 하필이면 그날 제가 등장한 찌라시가 한국에서 돌았어요. 핸드폰으로 계속 연락이 왔었죠. 처음에는 '어, 무슨 연락이 이렇게 많이 오지?'라며 좋아했는데 다들 그 루머에 대해 이야기 하며 걱정하던 연락이더라고요. 미국에서 최초 유포자를 고소했고 메일로 서류를 작성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배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하게 들었죠."

결국 그녀는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자 마음 먹었다. 그 시작은 배우로 살면서 해보지 못한 일탈(?)을 시작해보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도 많이 해봤죠. 그냥 밖에 나가서 술 마시는 것부터 한국에 와서는 시장도 자주 갔어요. 예전에는 늘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거나 매니저와만 항상 같이 다녔다면, 외국에서는 클럽도 가보고 한국에서도 친구들과 놀러 다녀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2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제가 배우로서 활동했던 시간이 참 소중했구나 왜 더 즐기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더라고요. 왜 은퇴한 선배들이 다시 돌아오는지 그 마음도 조금씩 이해가 됐고요. 물론 아직도 근거없는 루머는 제게 상처처럼 남아있어요. 지금 많은 분들은 그 일들을 잊었겠지만 제가 2년의 시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잊혀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제게 그 시간은 감옥살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서우라는 사람을 그렇게만 보지 말아주세요'라는 의미의 시간이자 내 스스로에게도 '나도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보자'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졌냐고 물어보신다면 맞아요. 과거에는 이런 인터뷰를 할 마음도 먹지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할 정도의 용기가 없었어요. 그저 속상한 일이 생기면 이불 뒤집어 쓰고 울기만 했는데 말이에요. 이젠 적어도 제 스스로 제 상처를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잖아요."


sypova@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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