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 박보검-고경표, '응팔' 저주 피해간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9-08 10:2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보검과 고경표에게는 '응답하라'의 저주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저주라는 말은 출연 배우들이 후속작에서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는 현상이 이어지며 만들어진 말이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는 후속작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등이 시청률 면에서 참패했고, 서인국 역시 '고교처세왕', '왕의 얼굴', '너를 기억해'가 모두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다 최근 마동석과 함께한 OCN 드라마 '38사 기동대'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는 후속작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혹평 속에 막을 내렸고, 정우는 영화 '쎄시봉', '히말라야' 등에 도전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유연석 역시 영화 '상의원', '은밀한 유혹',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드라마 '맨도롱또Œf' 등에 출연했지만 흥행 스코어는 저조했고 손호준은 작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그 역사는 이어졌다. 혜리는 SBS '딴따라'로 처음 지상파 드라마 여주인공에 도전했으나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류준열 역시 MBC '운빨로맨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채 퇴장했다. 그러면서 '응답하라'의 저주가 계속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보검과 고경표의 등판으로 드디어 '응답하라'의 저주가 처음으로 풀렸다.


박보검은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츤데레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이영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고, 철없는 행동을 하는가 하다가 야망을 드러내고, 까칠한 듯 하지만 속내는 다정하다. '응답하라 1988'의 진중하고 무겁던 최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그 새로운 모습에 시청자는 오히려 열광하고 있다. 박보검의 연기력 자체도 부쩍 성장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그는 작품에 임하기 전부터 무술 및 승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 덕분에 사극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몸놀림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진한 눈빛 연기와 특유의 안정적인 보이스톤까지 어우러지면서 박보검은 역대급 왕세자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20% 돌파를 가시화했다. 시청자들은 회마다 레전드급 엔딩을 만들어내는 박보검을 보며 '엔딩 요정'이라는 찬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고경표는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으로 돌아왔다. '질투의 화신'에서 완벽한 재벌남 고정원 역을 맡은 그는 초반 우려를 깨고 조정석 공효진과 함께 삼각관계의 축을 확실하게 담당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젠틀함으로 무장한 채 표나리(공효진)를 향한 직진 로맨스를 선보이며 이화신(조정석)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댄디한 수트 차림 역시 여심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됐다. 헤어스타일과 스타일링에 변화를 주면서 훤칠한 이목구비가 더 잘 살아나 캐릭터 몰입도를 높인다는 평. 시청자들은 '고경표가 이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다'며 그의 달달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고경표는 자상한 흑기사와 같은 모습으로 귀여운 질투남 조정석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는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원동력이 돼 시청률을 수직 상승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 '질투의 화신'은 방송 시작 이후 연일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10% 돌파를 기정사실화 했다.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MBC 'W-두개의 세상'과의 격차도 단 1% 차이로 줄어들어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변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박보검과 고경표의 연기에서 '응답하라 1988'의 그림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각자 남성미를 덧입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제까지 '응답하라' 시리즈 주인공들이 '응답하라'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비슷한 맥락의 캐릭터로 시청자를 찾아왔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연기력 자체도 부쩍 늘었다.


한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박보검과 고경표 모두 바른 생활 사나이로 연기 열정이 대단할 뿐더러 실력도 있어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언제가 됐든 크게 성공할 거라 하긴 했었다. 다만 신인이기에 그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뿐인데, '응답하라 1988'이 그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다. 일단 관심이 생기고 나니 비로소 제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잡게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PD는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신인들이 주목받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시리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의 부담이 덜하고 오히려 새 얼굴을 발탁했을 때 더 큰 기대를 모으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들이 후속작에서 저평가받게되는 징크스가 생긴 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기성 배우들조차 히트작의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신인 배우들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당장 저주라는 말로 신인 배우들의 가능성을 가두기 보다는 좀더 길게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박보검과 고경표의 경우 연기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아주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신인들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전작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역할을 하려 들고, 캐스팅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역할 위주로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하지 않고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면서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고, 덕분에 '어떤 역할도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루키에서 스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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