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품질 개선 LoL, '사후약방문' 아닌 '망양보뢰'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6-09-07 17:52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은 뒤에야 처방전이 나왔다는 사자성어다. 위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약인데,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처방전이 나와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때에 맞는 정확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망양보뢰'(亡羊補牢)는 때 늦은 대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사자성어다. 양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친다는 뜻이니 우리 속담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역시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복구에 나서는 행태를 두고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똑같이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고 있지만 두 사자성어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사후약방문'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망양보뢰'는 나중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기반성으로도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연이어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유저들이 지적했던 비인가프로그램 사용과 게임 내 욕설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처에 나선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라이엇게임즈가 내세운 해결책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진작 좀 하지 왜 이제와서 이러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력한 경쟁게임이 등장한 이후에 그동안 유저들이 요구했던 것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것이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때문에 이런 대응을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뒤늦게라도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선 것은 어떤 면에서는 더욱 강단이 필요한 일이다. 이유가 무엇이건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조금 늦었더라도 유저들에게 좀 더 발전된,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비판할 수는 없다.

과거 소설가 이외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를 비웃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에게 비웃음은 과한 처사다.

라이엇게임즈의 조금은 늦었지만, 그래도 뜻 깊은 자기반성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지켜볼 일이다.


또한 뒤늦은 행동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다 할 수 없다.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계속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울타리는 달아난 소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금 소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다. 지금은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에 신경 쓰기보다, 울타리를 더 든든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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