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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은 뒤에야 처방전이 나왔다는 사자성어다. 위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약인데,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처방전이 나와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때에 맞는 정확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하지만 똑같이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고 있지만 두 사자성어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사후약방문'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망양보뢰'는 나중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기반성으로도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연이어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유저들이 지적했던 비인가프로그램 사용과 게임 내 욕설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처에 나선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라이엇게임즈가 내세운 해결책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진작 좀 하지 왜 이제와서 이러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력한 경쟁게임이 등장한 이후에 그동안 유저들이 요구했던 것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것이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때문에 이런 대응을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소설가 이외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를 비웃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에게 비웃음은 과한 처사다.
라이엇게임즈의 조금은 늦었지만, 그래도 뜻 깊은 자기반성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지켜볼 일이다.
또한 뒤늦은 행동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다 할 수 없다.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계속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울타리는 달아난 소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금 소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다. 지금은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에 신경 쓰기보다, 울타리를 더 든든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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