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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춘시대' 지일주 "납치신 내가 봐도 충격...한승연에 미안"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6-09-06 16:27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처음엔 그저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는 흔한 나쁜 남자인 줄로만 알았다. 뼛속까지 나쁜, 회생하기 어려운 데이트 폭력남으로 분한 것은 12부작으로 막을 내린 JTBC 금토 드라마 '청춘시대'의 11부 부터다. 사회면에서나 나오는 데이트 폭력남, 고두영의 이야기다. 한승연이 연기한 예은과 커플로 나와 자신 밖에 모르는 여자친구를 향해 툭툭 거친 말을 내뱉고 저 좋을 대로만 행동하더니 급기야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추파를 던지기까지 한 고두영은 드라마 후반부에 여자친구를 납치 감금 폭행한 뒤 경찰에 끌려가고 그 뒤로도 반성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에피소드로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준 채 떠났다. 그런 고두영을 연기한 배우 지일주를 만났다.

'청춘시대' 이후, 지일주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무래도 "실제로도 나쁜 남자에 가까운가요?"일 것이다. 지일주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다. "절대 아닙니다. 전 항상 즐거움을 모토로 살아가기에 현장에서 스태프와도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청춘시대'를 촬영하면서도 헤어 메이크업은 물론, 카메라 조명팀, 의상팀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청춘시대'의 경우, 촬영 전 이미 대본이 완성된 상태라 고두영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시작했다. 다만, 그 어마어마한 납치, 폭행 장면은 알고 찍어도 충격적이었다고. "스태프들이 그 신을 찍고 나서 '형, 이제 죽었다. 얼굴 어떻게 들고 다닐 거냐'라고 할 정도였어요. 촬영 들어가면 힘 조절이 잘 안 돼 승연 씨가 다쳐 많이 미안했죠. 촬영 전도 전이지만 촬영하고 나서도 걱정이 컸어요. 매니저가 모니터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줬는데 제가 봐도 충격적이더라고요. 억울하다면 억울한 건 한승연 씨 스태프들이 자꾸만 '실제 지일주 씨 성격은 어때요?'라고 물어보신다는 거, 하하. 악역을 그만큼 실 감나게 했다는 뜻이겠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제의 전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실제의 자신과 다른 고두영을 연기해야 했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 그는 고두영 같은 데이트 폭력남의 마음을 100%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고두영의 부모에 대한 설정이 있어요. 엄마는 일찍 죽고 아빠가 바람을 많이 폈었다는 내용이죠. 물론 사람의 성격에 가정사는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글쎄요. 지일주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은 핑계처럼 느껴져요. 그런 가정사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비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 지일주는 고두영 보다 한예리가 연기한 윤진명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캐릭터 중에서도 진명에 가장 공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어 먹고 살 만하지만 작년만 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욕심이 많아 22~24학점을 들으면서 10학점을 청강하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김밥 먹으며 공부했어요. 또 늘 아르바이트를 했었고요. 호프에서 알바를 하는데 동기들이 옆에서 술 먹고 놀고 있을 때도 있었고요. 또 백화점에서 시향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8시간 근무하고 1시간을 쉬는데 대기하는 공간이 없어 비상계단에서 쉬면서 삼각김밥을 먹었죠. 밖에서 보기에는 백화점에서 일하면 직원들의 처우가 좋을 것 같았지만 다들 거기 쪼그리고 앉아 쉬는 것을 보며 기분이 묘했어요. 고생하는 진명을 보면서 그때의 제 생각이 많이 났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2008년 데뷔해 꾸준히 작품을 해온 그가 마침내 존재감을 발휘한 것이 바로 '청춘시대'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고두영 캐릭터로 욕을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이런 관심이 싫지만은 않는 눈치다. "설사 '청춘시대'로 인해 앞으로 악역으로 굳어진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직 안 해본 작품이 많잖아요. 제 역할을 떠나서 '청춘시대'는 너무나 좋아했던 작품이라 매회 울면서 봤었어요.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저로서는 행복한 일이죠."

지일주는 오디션을 보러 가거나 함께 작업한 선배 배우들로부터 '선악이 공존하는 마스크'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드라마 '여자를 울려' 출연 당시에도 함께 출연한 배우 김정은이 "양면성이 있는 얼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단다.

그는 다양한 인물로 분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삶을 선택한 탓에 양면성, 이중성이라는 반응을 기꺼이 즐긴다. "제 이름이 연못 지(池), 한 일(一), 그루터기 주(株)를 써요. 연못 옆 그루터기이니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사람이라는 뜻인 반면, 혼자 우두커니 있는 나무 그루터기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이기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름도 이중적이죠. 스스로는 외롭지만 타인에게는 쉼터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sypova@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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