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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전혜진 기자] 사실 배우이자 힙합 아티스트 양동근이 육아 예능에 나오리라고는 10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영화 '슈퍼맨'의 히어로면 몰라도 육아 예능 '슈퍼맨'이라니. '탄띠'보단 아기띠를 매고 딸을 어르는 모습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그가 아니었다. 양동근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말 역시 '조이 아빠'다. 그는 "예전엔 구리구리 고복수 양동근. 요즘 새로 가진 이름은 조이 아빠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다.
"조이가 다 알아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 잘해 보이는 거죠. 그것도 복이네요. 조이는 지금 10개월 즈음이고 다른 아이들은 9, 8개월이잖아요. 1개월 차이가 엄청 큰데 조이가 조금씩 기어 다니기라도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죠. 근데 육아 지식적으로는 지호 형님이 더 많이 알고 있어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해야 한다' 꼼꼼히 체크하는그런 지식들이요. 근데 아기를 키워본 분들은 느끼실테지만 막 챙긴다고 잘되는게 아니라고요. 어느 정도는 내버려 두고 알아서 하는 게 제 스타일인데 그게 잘해 보이는 걸 거예요. 특별한 육아법이라 할 건 없고, 좋게 말하면 방목? 나쁘게 말하면 내버려 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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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정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 양동근이지만, 사실 초반에는 생갭다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예능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그에게 리얼리티라는 점이 더해지니 오죽했을까. "사실 막상 힘들죠. 초반에는 제일 편안해야 하는 공간 구석구석에 카메라들이 있고 아이들도 내 맘 같지 않고 여러 가지 신경 쓰려니까 첫회 찍고 나서는 못하겠다 싶었죠. 사전에 제작진들에게 들은 얘기가 초반에 다들 그만두려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해보니까 정말 웬만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이렇듯 육아라는 것이 늘 즐거운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양동근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비밀을 은근히 폭로(?)하며 육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프로그램 자체가 예쁜 모습만 편집해서 내보내는거지, 실제로는 아기들 엄청 울어요. 좋은 걸 보내는 건 요만큼, 그걸 위해 2박 3일 전쟁을 치르는 거죠. 정말 군대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군대는 밥 제때 먹고 제때 자죠. 애기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화장실도 제때 못 가요. 완전. 또 애들이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서 그런 해프닝을 따라가면 재밌을 텐데 아직 우리 애들은 그걸 따라갈 수가 없어서 아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제작진들이 많이 생각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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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어느 덧 양동근은 물론, 지누션의 션, 타이거JK 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힙합 아빠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육아를 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게 말이다. 한때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다소 거칠고 반항끼있어 보이던 그들이 유모차를 밀고 기부도 실천하고 한없이 따뜻하고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 예컨대 양동근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여전히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찬 채로 아기띠를 맨 모습을 보여주는 건 힙합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이처럼 양동근이 열심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그 형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그런 남편상, 아버지상을 드라마 영화 이외 실제 삶에서 리얼하게 보여주는 인물들이 필요해요. 우리나라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경제는 발전했지만 정서가 그걸 따라오지 못하니 육아 문제나 그 갭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는 리얼한 삶 자체와, 삶에서 무언가를 성장시켜 나가는 모습을 연구해야 하는 시기이고 또 그런 세상이 온 것 같아요. 정말 아빠가 가정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외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우리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그런 모습들이 대중에게 보여지면서 따라 하고 싶은 히어로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네요."
힙스터에서 조이 아빠로, 그의 인생의 단계는 변화했을지 몰라도 양동근이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하는 양동근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그냥 위로. 위로가 필요한 거죠. 위로 하나면 다 행복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삶을 살아보지 않으면 위로가 안되는 것 같아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SNS나 이런 것들을 통해 남들이 어떻게 살고 정치를 어떻게 하고 이런 말이나 욕들을 쉽게 하잖아요. 근데 어떤 삶에 대해 그걸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몰라요. 내 와이프가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삶을 제가 '슈퍼맨'을 통해 잠깐 했는데도 그 마음을 이해하겠고, 또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도 알겠더라고요. 백마디 말보다 어떻게 해야 진짜 도와주는건지 가까이서 그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hero16@, gina1004@sportschosun.com,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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