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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전혜진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건 경쟁자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유난히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그것이 대중의 영역이 되었을 땐 거부할 수 없는 긴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양동근은 가장 개성이 넘치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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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말로 섭외연락을 받고 놀랐죠. 평소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걱정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제작진은 그냥 양동근 스러운 걸 원한 거였어요. 지금은 제작진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방송에서 늘 선그라스를 착용한다는 그는 녹화 도중 표정을 숨기기에 바쁘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감정을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그건 현장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는 래퍼들의 신경전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 과거를 들추고 사생활 폭로도 서슴치 않는 현장 분위기에 놀라기도, 어색하기도 했지만 양동근의 역할이 원래 그렇다. 그가 생각하는 MC의 자세는 관찰자, 즉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거다. "현장 분위기는 실제로 거치냐"고 묻자 "그냥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다"며 웃었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재미이기도 한 '여자들 싸움구경'을 코 앞에서 보는 기분은 어떨까.
서로 헐뜯는 분위기에 처음엔 놀랐다. 그런 열정이 난감할 때도 있을 것이다. 굳이 왜 싸우나 싶기도 하고. '언프리티 랩스타3'에 대한 그런 평들이 많다. 싸우는 것 말고 랩을 보여달라는 얘기들이다. 이에 차분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게 이 프로의 특성이니까요. UFC 아시죠? 그건 싸워야 하는 경기 잖아요. '언프리티'도 원래 그런 프로그램인데.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해요. 그게 그 자체인 프로그램인데 말이죠. MC인 제가 같이 상처받으면 안된다는 거 아니까 냉정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현장에서 보면 이 친구들은 나이는 어려도 정말 프로답게 제대로 싸워요. 그 모습을 보면 정말 '멘탈이 갑이다' 싶죠. 새가슴인 제가 보면 오히려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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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음악이 대중적인 궤도에 올라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중 여성래퍼들의 활약은 거의 전무하다. 남자래퍼들에 비해 뚜렷한 캐릭터도 부족한 편. '쇼미더머니'와 비교되며 혹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랩 실력을 드러내기보다 '배틀을 위한 막장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재미를 부각하고 있다. 출연진의 각오도 남다른 만큼 긴장감도 팽팽하다. 육지담은 래퍼 지망생 딱지를 떼고 싶다고 했고 전소연은 '프로듀스 101' 계급장을 떼고 실력으로만 붙어보고자 한다. 또 미료는 걸그룹 활동 때 보여주지 못한 실력을 드러내며 새로운 평가를 받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여성의 캐릭터다 하면 떠오르는 뭔가가 있잖아요. 편견같은.. 그런 면에서 '언프리티'는 여러 캐릭터를 가진 여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얘기한다는 게 참 재밌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 생각해요. 제시 같은 캐릭터가 사랑받은 이유도 분명하죠. 논란을 떠나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내는 그 모습이 참 멋있지 않나요?"
hero16@sportschosun.com,gina1004@,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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