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논하다②] 대본vs실제, 유지태 연기 뜯어보기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8-27 10:31


[스포츠조선 배선영 조지영 기자] 드라마는 뭐니뭐니해도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대본의 힘이 중요하다. 뛰어난 배우가 있어도 좋은 대본이 없으면 무용지물. 반대로 뛰어난 대본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 또한 시간 낭비다. 재미있고 신선한 재료인 대본을 배우라는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지 차이가 되는 것. 그렇다면 '굿와이프' 유지태는 어떨까. 유지태가 대본을 더 빛나게 만드는 '7성급' 요리사가 맞는지 분석해봤다.

→[배우를논하다①]에서 계속

1. 유지태의 이태준 연기, 대본과 어떻게 다른가


실제 유지태가 보여준 연기는 다음과 같다.


결혼 10여 년 만에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 혜경. 2화의 교도소 접견 장면에서 혜경은 자신이 맡은 강간 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과도 접촉하게 되고 의뢰인 은주가 한때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런 은주의 이름을 언급하는 남편을 보고 날을 세우게 된 혜경이다. 혜경을 대하는 태준의 태도는 시종일관 당당해 보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다.

앞뒤로 생략된 신에서 태준은 "애들은 언제 데려올거야? 애들 많이 컸겠다"라며 자신의 처지나 가족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급기야 아내를 향해 분노의 날을 세우며 자신을 계속 의심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먹으로 테이블을 꽝 내리치는 장면이 바로 그것. 유지태의 연기는 이런 분노에 치중되어 있어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정보다는 자신을 의심하는 아내에 대한 분노만을 보는 이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실제 유지태가 보여준 연기는 다음과 같다.


'굿와이프'는 초반 동명의 원작 미드와 비슷한 상황 설정의 사건과 대사로 원작의 결을 그대로 살리는데 주력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달랐던 것은 바로 남편의 캐릭터였다.


성공을 향한 야욕이 강하고 그 과정에서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남편이라는 점에서 원작과 동일하지만, 그 표현방식은 상당히 달랐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내의 마음을 보듬어 주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미국 원작 속 남편 피터 플로릭과 달리 태준은 때로는 아내에게까지 분노를 쏟아내기도 하는데, 해당 장면에서 그 분노가 가장 잘 드러났다.

엠버로부터 전화를 받은 혜경이 격분해 자신의 뺨을 때리자 순간 바뀌는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분노를 표하는 아내에게 당당하게 정의를 언급 하고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특히 돌아서는 혜경을 향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할게"라고 내뱉는 장면에서도 진심보다는 분노를 삭히며 억지로 말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아내를 향한 잘못된 방식의 사랑으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유지태이지만, 이 장면 속 태준의 분노는 가장 공감할 수 없는 대목으로 남게 됐다. 복잡한 태준의 심리가 명확한 분노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사진제공=tvN
2. 유지태의 차기작

쓰랑꾼 유지태의 차기작은 영화다. 가장 먼저 작품 속에서의 유지태를 볼 수 있는 영화는 올 11월에 개봉하는 '스플릿'. 퇴역한 볼링 선수 역을 맡은 유지태는 태준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미 넘치고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이후 영화 '꾼' 촬영에 곧 돌입할 예정. 여기에서는 현실적이면서도 악질인 검사 역을 맡아 이태준과 비슷한 듯 다른 연기를 보여줄 예정. 또 유지태는 감독으로서의 행보도 이어갈 예정이다. 틈날 때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현재 영화 '안까이' 시나리오를 탈고 중이다.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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