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서형, "'굿와이프' 전도연 캐릭터, 솔직히 욕심났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27 10:0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명품배우' 김서형이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tvN 금토극 '굿와이프'가 종영했다. '굿와이프'는 동명의 미국 CBS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스파이' 등을 집필한 한상운 작가가 극본을, '마녀의 연애' '무정도시' 등을 연출한 이정효PD가 연출을 맡았다. 김서형은 극중 서명희 역을 맡았다.

서명희는 원작에서 다이앤 록하트(크리스틴 버렌스키)로 표현됐던 인물. 유명 로펌 MJ의 공동 대표이자 서중원(윤계상)의 누나다. 연애보다는 일을 사랑하는 타입으로 불륜 및 뇌물 수수 혐의로 몰락한 이태준(유지태)의 변호를 직접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능력도 출중하다. 겉으로는 냉정한 척 하지만 사실 마음이 여리고 고지식하다. 처음에는 김혜경(전도연)이 서중원을 이용해 로펌에 들어온 것이라 오해해 냉정하게 대했지만 그의 진심과 열정을 보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김서형이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아내의 유혹', '샐러리맨 초한지', '기황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개과천선'에서는 카메오 출연이었음에도 반응이 폭발적이라 계속 출연하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 캐릭터마저 특별하게 풀어내리란 예측은 하지 못했다. '당당하고 지적인 여성 법조인'으로 요약될 뻔한 캐릭터를 맡았지만 대인배적인 면모를 지닌 카리스마 대표, 그리고 동생을 끔찍히 위하는 누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미 등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김서형의 걸크러쉬에 반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기존의 악녀 이미지는 이미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다. 그런 김서형을 만나 '굿와이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출연 배우들 중 가장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다는 얘기가 많았다.

사실 원작 미드를 굉장히 좋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배우로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무래도 한정적이다 보니 미드를 볼 때 그런 멋진 여성상을 많이 들여다 본다. 처음엔 사실 알리샤 캐릭터에 더 집중해서 봤었다. 그의 성장기가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명희 캐릭터를 맡고 다시 집중해서 원작을 봤다. 그런 스타일 적인 부분에서도 멋진 포인트를 소화하면 좋겠다 싶어서 단발로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안경도 설정을 가져왔다.

─ 전도연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았나.

'굿와이프' 원작을 본 여배우라면 모두 한번쯤 욕심나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의 이야기를 메인스토리로 다룬 작품이 별로 없다. 전문직 이야기를 다룬 장르물은 특히 영화든 드라마든 남자 배우가 주가 되지 여자 배우가 끌고가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전)도연씨 캐릭터는 누구나 욕심냈을 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전)도연씨가 한다고 해서 나도 팬심으로 현장에서 봤던 것 같다. 그가 제일 힘들었을 거다. 마음 고생도 많았을 거고….



─ 전도연과의 관계는 어땠나.

우리나라 톱 여배우 중 한명이고 해서 선입견이 있었다. '리액션을 잘 받아줄까' 싶기도 하고 굉장히 도도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눈을 맞추고 정말 열심히 연기해주더라. 또 특유의 내추럴한 연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거의 센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그런 캐릭터라고 해서 힘을 주고 연기할 것이 아니라 저런 식으로 연기해보면 어떨까 대입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랬다. 이래서 어떤 배우와 호흡을 맞추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원작 캐릭터와 달리 윤계상과는 오누이로 호흡을 맞췄다.

사실 그렇게 매력적인 설정은 아니었다.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배우로서 원작 캐릭터의 멋진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누나라는 설정을 들으니 다 스스로 긴장감이 풀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누나라는 설정은 기본 베이스로 가져가고 여성 대표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거로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로펌 대표로서의 모습과 누나로서의 모습 중 어떤 부분에 비중을 두고 조율해야 하는지 그 간격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한 9회까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마음고생도 많았다. 결국 감독님께 고민을 털어놓고 현장에서 얘기를 하며 캐릭터를 찾아나갔다. 사실 대사를 하며 조금 생각하게 될 때도 있더라. "우린 가족이니까 다 얘기해도 돼" 이런 대사들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 멜로도 정치적인 이야기도 빠진 캐릭터가 돼 아쉬웠다.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을텐데.

내 스토리가 있는 역할을 얼마나 했을까 생각하게 된 지점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내가 다가가서 설명해주고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와 감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보조적인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줄거라는 기대 때문에 나를 캐스팅 하셨겠지만 스스로는 비슷비슷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는 충실하게 했지만 가끔 힘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처음에 "우리는 멜로도 없고 정치적인 이야기도 없다"고 하셔서 "그냥 에피소드 성으로 한두회 출연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그래도 고정이 더 좋은 게 아니냐"며 놀라시길래 "그래도 그 캐릭터는 기승전결이 있을 게 아니냐. 그만큼 나는 기승전결 있는 캐릭터에 목말라 있다"고 했다. 아무리도 기승전결이 있는 역할은 감정이 올라오는 게 다르다.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을 혼자 상상해서 연기한다는 건 무척 어렵고 마음도 많이 힘든 이이다. 그래도 열심히 한만큼 나도 그런 캐릭터를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서형이라고 하면 대중들은 모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식하고 있는데 아쉬움이 많을 듯 하다.

어떤 장르든 어떤 역할이든 변신하는 게 배우니까 다 할수 있는 것들을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은 있다. 욕심을 조금 부려보자면 다른 역할도 한번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연기하고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항상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 그래도 대시받는 장면은 색다르고 귀여웠다.

계속 무게잡고 연기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데 일회성이지만 썸타는 남자가 나오니 마음이 무너지더라. 더 가려고 하다가 감독님이 '서명희가 그러겠어'하고 잡아주시고 그랬다. 한회성이지만 너무 재밌었다.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동생도, 로펌 사람들도 본적 없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이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약간 풀어지는 듯한 모습을 같이 공존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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