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김래원과 박신혜는 역시나 장인들이었다.
SBS 월화극 '닥터스'가 23일 종영했다. '닥터스'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며 성장하고 평생 단 한번뿐인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메디컬 드라마다.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보단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고 막장 혹은 자극적인 장면들 하나 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주연배우 김래원과 박신혜 덕분이다. 연기력이나 스타성 나무랄 데 없는 두 배우는 '닥터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한층 빛나게 해준 주역이다. 실제 9살 차이인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또 같은 뜻을 가진 직장동료이자 연인으로 따뜻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검증된 로코신 다운 연기를 펼쳐보였다. 대사 하나하나,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두 배우가 주고받는 호흡은 억지스럽지 않았다. 그 자연스러운 매력은 사랑이라는 '닥터스'의 주제의식을 일깨우며 평균시청률 20%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됐다.
박신혜가 맡은 유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어릴 적 부터 참 힘든 인생을 살았던 친구다. 의사가 된 것도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의료사고로 죽은 할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쪽잠을 자며 앞만 보고 달렸고 연애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는 주위 사람들의 노력으로 복수 대신 할머니가 원했을 행복한 현재를 살기로 결심했다. 특히 홍지홍에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서 오랜 마음의 상처들을 털어내고 현재의 사랑을 지키기는 사람이 됐다. 박신혜는 이렇게 상처 많고 까칠한 반항아에서 사람을 이해하게되는 유혜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전매특허 눈물 연기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으며, 거친 입담은 물론 액션신까지 몸소 소화하며 변화된 모습을 알렸다. 박신혜는 그간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피노키오'등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적인 캔디 여주인공들을 해왔기에 연기파 보단 한류스타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했던 건 사실, '닥터스'를 통해 그는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을 보여주며 진짜 여배우로 대중들에게 자리매김했다.
유혜정을 변화시킨 인물, 홍지홍 역의 김래원은 역시나였다. '로코킹'을 넘어 '로코 장인'으로 불리우는 그는 능력 있는 신경외과 교수 홍지홍 역을 맡았다. 밀당도 못해, 하고 싶은 말은 진심으로 다 꺼내놓아야만 하는 홍지홍은 '닥터스' 최고의 매력 캐릭터다. 홍지홍은 제자로 만난 '삐딱이' 유혜정을 바르게 이끌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뭐든 포근히 감싸주는 현실감 없는 남자도 그가 하면 있을 법 했고,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매력적으로 변신시켰다. 성숙한 남자의 모습부터 능청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오가지만 그 감정들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 연기는 '닥터스'의 모든 당위성이 됐다. 그간 영화 '해바라기' '강남1970' 드라마 '펀치' 등 어두운 분위기의 캐릭터에 잠시 가려졌던 장인의 면모가 드러난 순간이다.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실제 연인같은 호흡을 자랑했던 두 배우다. 그덕에 '닥터스'는 대중들의 가슴에 사랑스럽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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