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출장토크②] 김희원 "'잘생겼다' 얘기 듣고나니 외모 신경쓰여"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24 12:55


신스틸러 배우 김희원을 만나기 위해 캠핑카를 끌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 속 주로 악역을 맡았기 때문일까, 인터뷰 사진에서도 포스가 한가득 느껴진다.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뉴미디어팀 최정윤 기자] 반전 매력이 있는 남자다.

극중 이미지 때문일까. 배우 김희원을 만나기 전에는 그에 대한 선입견이 상당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펀치가 날아올 것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중압감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소심함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연기가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한마디로 '범죄 종합 세트'였다. 살인 살인교사 인신매매 장기매매 마약밀매 아동학대 폭력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갖은 악행을 홀로 저질렀다. 도끼로 머리를 찍어 사람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게 "밥 왔으니까 밥 먹어"라고 말하는 판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tvN 금토극 '미생'의 박종식 과장은 또 어땠나. 마지막에는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직장 생활을 버텨내야 하는 가장의 무게감을 그려내며 반전을 주긴 했지만, 사실 캐릭터의 언행만 놓고 본다면 '밉상 끝판왕'이었다. 권력에 아첨하고 돌아서면 안면몰수하는 음흉한 연기는 등장만으로도 극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의 모습은 무척 달랐다. 극사실주의 연기와는 달리 순진하고 수줍어하는 '츤데레'였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의외로 비율이 좋다', '연기가 너무 선명해서 그렇지 사실은 잘생긴 얼굴'이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몹시 쑥스러워한다. "사실 평소에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어요. 연극할 때는 양복입을 일도 없었는데 이쪽에 와서 입어보니까 잘 어울린다고 비율이 좋다고 그래시더라고요. 패션 화보(엘르)도 처음 찍어봤고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듣고 나니까 오히려 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전혀 그런 생각 안했는데 괜히 관리해야 할 것 같고 막 그래요. 예전에는 막 먹었는데 요새는 배가 좀 나온 것 같다 싶으면 괜히 운동하고, 뭘 먹을 때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먹으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요. 괜히 신경이 쓰이니까 삶이 조금 불편해지는 것 같아요."


연기만 봤을 때는 싸움 잘하고 말술 먹고 각종 유흥 문화를 탐닉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술 한모금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그런 배우다. "체질적으로 술이 안받아요. 정말 한 잔만 마셔도 바로 잠들어버려요. 신인 시절에는 큰일날 뻔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취미 생활은 당구가 있겠네요. 쉬는 날 촬영이 없을 때 자주 가요. 막 그렇게 잘 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국제식 테이블에서 27점 정도? 그래요.(웃음)"

흔히 배우들은 연기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토로한다. 완전히 다른 역할에 몰입해 타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둡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김희원이라면 그 무게가 더할법도 한데, 대체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

"저는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요. 날씨가 춥고 덥고 하니까 몸이 피곤한 정도인거지 연기하는 것 자체는 정말 좋아요. 사실 연기가 마음대로 나오는 날이 1년에 몇번 안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한 슬럼프나 스트레스는 없어요. 어차피 연기는 끝이 없는거고요, 제가 아직 연기를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못하는 놈이 못하는 게 당연한거죠."

누구나 신스틸러로 꼽는 그가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글쎄요. 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기준의 끝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그 감정이 너무 정확해서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때? 그때쯤일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연기를 잘하진 못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있죠. '이건 정말 내가 끝냈다' 싶은 그런 장면들이 있는 작품들은 있어요. '아저씨', '미생', '송곳', '계춘할망' 이런 작품들을 찍을 때 그런 신들이 꽤 나왔던 것 같아요."

1971년생인 김희원. 이제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만큼 결혼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은 일이 더 좋다는 남자다. "독신주의는 아니에요. 그런데 그냥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냥 지나간 것 같아요. 그전에 연극할 때는 경제적으로 부족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일하는 게 좋아서 계속 일하다 보니까 안하는 거고요. 가끔 외로울 때도 있긴한데 그건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외로움이 있는 거니까요. 올해는 특히 이상하게 다작하게 된 해이기도 하고 작품도 좋은 작품을 만나서 더 연기하고 싶어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랑 '불한당' 영화를 찍고 가을이나 겨울에 드라마 한편 정도 계획 중이에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