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①] 김희원 "내 인생의 악역? 아저씨가 베스트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24 12:55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스포츠조선 '출장토크'의 이번 주인공은 개성 강한 연기로 악역계에 획을 그은 남자, 배우 김희원입니다.


신스틸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바로 김희원이다. 김희원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훌륭한 연기와 넘치는 개성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마음을 훔쳤다. 인터뷰 사진 역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듯 포스가 넘친다.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뉴미디어팀 최정윤 기자] 신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와 독특한 개성으로 주연 이상의 주목을 받는 조역을 일컫는 말이다. 즉, 분량과 관계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김희원이다. 영화 '계춘할망', '카트', '미스터 고', '아저씨', '청담보살', '1번가의 기적', tvN 드라마 '미생', JTBC '송곳', MBC '앵그리맘' 등 수많은 작품에서 넘치는 개성으로 눈도장을 콱 찍었으니 말이다. 독특한 페이스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목구비, 캐릭터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난달 열린 신스틸러 페스티벌에서도 트로피를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스스로는 신스틸러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누가 만든 말인지 참 잘 만들었어요. 배우들이 다 원하는 호칭 아니겠어요? 그 장면에서 굉장히 돋보였다는 말인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찬사죠."

사실 김희원이 배우로 입지를 굳히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연기 만큼이나 독특했다. 수능 시험에 지각한 여학생을 대신 들여보내고 시험장에서 나와 우연히 보게 된 신문공고를 보고 극단에 지원,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극단 생활은 경제적으로 무척 궁핍했고, 생활고에 지쳐 호주로 떠났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호주 생활에 정착하려 했지만 우연히 해외 공연을 왔던 같은 극단 출신 배우들을 만나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극단 생활이 저 뿐만 아니라 그 또래는 다 힘들었을 거예요. 돈도 하나도 못받고 선배들도 무섭고 폭력도 좀 있고…. 어릴 때는 그래도 금방 시간이 가요. 연극 몇 편 하면 일년이 훌쩍 가고 하니까요. 궂은 일 하다보면 정신없이 지나가는거죠. 그런데 미래가 안보이니까 힘들더라고요. 1999년에 호주에 갔어요. 오전 5시쯤 일어나서 일하고 집에 오고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2002년 1월 쯤 한국에 온 것 같아요."


다시 돌아온 그는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 김부장 역을 맡아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그 계기가 되어준 것은 한때 룸메이트였던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었다. "(임)창정이도 원래 연극했었어요. (임)창정이가 스무살 때 우리 극단에 거의 막내로 왔었죠. 그때는 (임)창정이가 경기도 이천이 본가였는데 무작정 상경한 거라 잠 잘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형이랑 살자'고 해서 한 1년 정도 같이 살았어요. 솔직히 어릴 때는 돈 없어도 재밌게 잘 살 수 있으니까 영화나 드라마 생각도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으니까 그때부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임)창정이가 처음으로 '1번가의 기적'에 소개해줬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한 다음 캐스팅이 돼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차츰 인지도를 쌓아가던 김희원이 포텐을 터트린 건 영화 '아저씨'부터다. 아저씨'에서 보여준 만석 캐릭터는 만석은 사람 탈을 쓴 악마다. 사람을 죽여 놓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어린이들을 개미굴에 가두고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신매매나 불법 장기 거래까지 손대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지능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임팩트가 워낙 셌기 때문인지 이후 김희원의 연기 중 악역 캐릭터의 비중이 유달리 높아졌다.


"괴리감은 전혀 없어요. 나쁜 역할은 무서워야죠. 하지만 좀 인간적인 모습도 비지길 바라긴 했어요. 다만 악역 전문이라는 말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요. 배우가 한가지 색에 갇히는 건 굉장히 불리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다양한 뭔가를 시도하는 것 같아요. 악역이지만 뒤에는 변화가 있는 그런 캐릭터를 하려고 해요. 근본부터 나쁜 악역은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영화 '아저씨' 드라마 '미생', '송곳' 속 김희원의 모습
그렇다면 자신의 악역 연기 중 김희원이 꼽는 톱3 캐릭터는 무엇일까. 1위는 역시 '아저씨'의 만석, 2위는 '미생'의 박종식 과장, 3위는 '송곳'의 정민철 캐릭터를 꼽았다. "확실히 잘 맞았던 역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저씨', '미생', '송곳'이 저와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까지 '아저씨'로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미생'은 악역이라기 보다 정말 미운 사람이죠.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걸요? 정말 죽일 만큼 미운 그런 고춧가루 상사, 딱 그런 사람이었어요."

이후 김희원을 찾는 곳은 많았다. 2016년까지 9년 동안 18개 영화와 11개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제는 확실히 신스틸러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그렇다면 김희원이 생각하는 신스틸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뭘까. 그리고 차세대 신스틸러는 누가 될까.

"대부분 자연스러운 연기를 '잘한다'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스페셜한 뭔가가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리얼'만 가지고 가려면 다큐를 보는 게 낫죠. 하지만 연기는 사람들 마음에 확 꽂히는, 그런 임팩트 하나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모든 연기는 그 사람 인생에 있어서는 가장 스페셜한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아저씨'에서도 연기할 때 그냥 사람을 보면 되는 신이었지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태로 바라본다'는 그런 설정을 계속 추가했어요. 그러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불안감이나 기쁨과 같은 캐릭터의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차세대 신스틸러라…. 글쎄요. 아마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또 한명 나오지 않을까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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