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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과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가 21일 동시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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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통해 정현정 작가는 작가로서 한단계 레벨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를 비롯해 정현정 작가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악역 없는 리얼 100% 현실 공감 로맨스를 그려내는 게 정 작가의 주특기였다. 그런 그가 처음 가족극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작가는 가족극이라는 한계에 갇히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애 이야기를 확장 시키는 영리한 기지를 발휘했다.
주인공인 이상태-안미정 커플의 재혼 로맨스를 달달하게 풀어내는 한편, 김상민-이연태, 김태민-장진주 커플의 청춘 로맨스가 힘을 보태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각기 다른 형태와 매력의 커플 로맨스와 그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봉합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불륜, 출생의 비밀, 각종 음모와 배신 등 막장 소재나 신파 없이도 완성도 있는 가족극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가족극이 아닌 로코물'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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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그래, 그런거야'는 드라마계의 대모라 할 수 있는 김수현 작가의 컴백작인데다 소위 말하는 '김수현 사단'이 대거 포진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줄줄이 히트작을 만들어냈던 김수현 작가의 필력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는 상당했고, 또 한번 믿고 볼 수 있는 가족극이 탄생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밖의 성적표가 나왔다. 2월 13일 4%의 시청률로 시작한 뒤 조금씩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작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고전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김수현 작가의 시대착오적인 자기 복제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현시점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가족 제도와 그 속에서 온전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소재였다. 드라마를 지배하는 톤도 이제까지 김 작가가 보여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극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신선함이 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더 많았다.
그나마 김수현 작가의 고정 팬덤이 의리를 지켜 SBS 역대 주말극 중 좋은 성적 축에 속하는 평균시청률 9.2%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SBS 측은 올림픽 중계 등의 이유를 댔지만, 인풋 대비 아웃풋이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을 계속 방송할 수는 없는 일. 결국 '그래, 그런거야'는 당초 60부에서 6회 줄어든 54부로 마무리 됐다. 김수현 작가의 필모그래피에 오점으로 남게된 셈이다.
'아이가 다섯' 후속으로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그래, 그런거야' 후속으로는 '우리 갑순이'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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