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아이가다섯'-'그래,그런거야' 종영, 엇갈린 54부작의 운명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8-22 09:2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과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가 21일 동시 종영했다.

'아이가 다섯'과 '그래, 그런거야' 모두 주말 저녁 시간대 가족 단위를 공략하는 홈드라마로, 54회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운명은 심하게 엇갈린 모양새다.


먼저 '아이가 다섯'은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코믹 가족극이다. 21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이상태(안재욱) 가족과 안미정(소유진) 가족이 진짜 한 가정으로 뭉치고, 김상민(성훈)-이연태(신혜선)이 결혼에 골인하고, 김태민(안우연)-장진주(임수향) 커플도 재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 집안의 문제아였던 이호태(심형탁)가 가장 노릇을 하게 되고, 불륜 커플인 윤인철(권오중)-강소영(왕빛나)도 떠나주며 우환이 없어지는 착한 결말로 끝났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정현정 작가는 작가로서 한단계 레벨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를 비롯해 정현정 작가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악역 없는 리얼 100% 현실 공감 로맨스를 그려내는 게 정 작가의 주특기였다. 그런 그가 처음 가족극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작가는 가족극이라는 한계에 갇히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애 이야기를 확장 시키는 영리한 기지를 발휘했다.

주인공인 이상태-안미정 커플의 재혼 로맨스를 달달하게 풀어내는 한편, 김상민-이연태, 김태민-장진주 커플의 청춘 로맨스가 힘을 보태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각기 다른 형태와 매력의 커플 로맨스와 그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봉합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불륜, 출생의 비밀, 각종 음모와 배신 등 막장 소재나 신파 없이도 완성도 있는 가족극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가족극이 아닌 로코물'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착한 가족극의 등장에 시청자는 환호했다. 2월 20일 2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은 뒤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덕분에 50부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은 4회 연장을 확정, 54회로 마무리 됐다. 21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무려 32.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평균시청률만 해도 27.16%. KBS 주말극의 자존심을 제대로 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래, 그런거야'는 가족의 문화가 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작품은 유종철(이순재)이 사망하고 남은 이들이 제 삶을 찾는 내용으로 마무리 됐다. 김숙자(강부자)와 김숙경(양희경)은 여전히 노후를 즐겼고, 유재호(홍요섭)과 한혜경(김해숙)은 노년 계획에 돌입했다. 유세현(조한선)-유리(왕지혜) 커플은 신혼을 즐겼고, 유소희(신소율)-찬우(이도영), 유세준(정해인)-이나영(남규리) 커플 역시 사랑을 이어갔다.

당초 '그래, 그런거야'는 드라마계의 대모라 할 수 있는 김수현 작가의 컴백작인데다 소위 말하는 '김수현 사단'이 대거 포진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줄줄이 히트작을 만들어냈던 김수현 작가의 필력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는 상당했고, 또 한번 믿고 볼 수 있는 가족극이 탄생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밖의 성적표가 나왔다. 2월 13일 4%의 시청률로 시작한 뒤 조금씩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작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고전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김수현 작가의 시대착오적인 자기 복제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현시점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가족 제도와 그 속에서 온전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소재였다. 드라마를 지배하는 톤도 이제까지 김 작가가 보여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극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신선함이 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더 많았다.

그나마 김수현 작가의 고정 팬덤이 의리를 지켜 SBS 역대 주말극 중 좋은 성적 축에 속하는 평균시청률 9.2%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SBS 측은 올림픽 중계 등의 이유를 댔지만, 인풋 대비 아웃풋이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을 계속 방송할 수는 없는 일. 결국 '그래, 그런거야'는 당초 60부에서 6회 줄어든 54부로 마무리 됐다. 김수현 작가의 필모그래피에 오점으로 남게된 셈이다.

'아이가 다섯' 후속으로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그래, 그런거야' 후속으로는 '우리 갑순이'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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