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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최보란 기자] "우리 국진이 형이 달라졌어요"
"'불타는 청춘'을 론칭하면서 제작자 입장에서 김국진씨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년 친구들 전체를 이끌 예능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싱글이어야 하는데 김국진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하지만 국진형이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두 가지가 외박과 '썸'이다. 평생 방송 일을 하면서 외박을 한 적은 KBS2 '남자의 자격'과 '나의 결혼 원정기' 프로그램 때 단 며칠뿐일 정도다. 더욱이 썸 콘셉트가 들어가면 무조건 거절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런 김국진씨가 우리 기획안을 보고 미팅 날짜를 잡자고 했을 때 기적이다 싶었다. 본인이 중년들 중에 막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단, 조건은 있었다. 아침에 잠깐 씻을 시간과 자고 나오는 부스스한 장면을 담지 말아달라는 단서였다. '썸'은 기대도 안했다. 아이돌도 아니고, 50대 산전수전 다 겪은 연예인에게 '썸 한번 타주시면 안돼요?'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국진형이 '오케이' 할 때 이미 강수지씨는 섭외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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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섭외 당시에 과거 인연을 염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촬영부터 두 사람은 하늘이 점지한 듯 우연이 거듭되더니 결국 운명이 됐다.
박 PD는 "'불타는 청춘' 첫 촬영 때 눈썰매를 타러갔다. 출연자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여덟 명이 네 쌍을 만들었다. 김국진 강수지는 첫 날부터 커플이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썰매 타러 올라가더라. 내려올 때도 안거나 업는 등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보여줘 내가 놀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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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촬영 때마다 1박2일 붙어있는 PD 눈에 '치와와 커플'의 핑크빛 무드가 포착된 적은 없었을까.
"낯을 많이 가리던 국진형이 어느 때부터인가 강수지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지만 제작진도 긴가민가했다. 이미 프로그램 내에서 공식 커플이고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짝꿍 콘셉트여서 거기서 더 나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두 사람도 감추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 살짝 진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때 '이게 뭐지?' 당황했다."
김국진이 강수지로 달라진 건 또 있었다. 바로 회식 문화. 김국진은 녹화 후에 출연진·제작진과 회식하지 않기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라디오스타'로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윤종신이 "오늘은 함께 회식할거냐"고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물은 적이 있을 정도.
박상혁 PD는 "제가 알기로 '라디오스타' 회식은 거의 참석한 적이 없는 국진형이 '불타는 청춘' 멤버들과는 모인다"며 "지나보니 다 강수지씨의 힘 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착하지만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김국진씨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며 "'불타는 청춘' 덕분에 올해 SBS 연예대상 재미있겠다. 지난 연말에 방송에서 말한 코멘트가 진짜 속마음이었을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 연말 강수지는 SBS 연예대상 생방송중에 김국진에게 "우리가 어떻게 될지 많이 물어보더라. 우리가 설정이냐?"라고 돌직구로 물었고, 김국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설정이 아니다"라고 답해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 '온 우주가 축복하는' 김국진 강수지 커플에게 이제 조심스러운 결정만이 남았다.
박상혁PD는?
IMF 여파로 방송사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였던 98년, 유일하게 신입을 뽑았던 SBS 공채 7기로 입사했다. 교양PD를 꿈꿨으나, 시청률 35%를 찍던 '기분 좋은 밤' 조연출을 시작으로 예능PD의 길을 걷게 됐다. '웃찾사', '인기가요' 등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SBS 연예대상의 시초가 된 SBS 코미디대상(2006)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옛날TV', '강심장', '룸메이트', '불타는 청춘', '신의 목소리' 등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lyn@sportschosun.com, ran613@, 사진=조병관기자 rai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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