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인터뷰②]'불청' 원년PD "김국진♥강수지, 이젠 말할 수 있다"

이유나 기자

기사입력 2016-08-16 14:29


20년전 강수지 콘서트 게스트에 참석한 김국진.

[스포츠조선 이유나·최보란 기자] "우리 국진이 형이 달라졌어요"

SBS '신의 목소리' 박상혁 PD는 김국진 강수지 커플이 탄생한 '불타는 청춘'을 파일럿부터 기획·론칭하고 진두지휘한 원년 PD이기도 하다. '룸메이트'를 연출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하고 확장하면서 지금의 '불타는 청춘'을 완성했다.

박상혁 PD는 최근 최고의 핫이슈로 떠오른 실제 연인 '치와와 커플'에 대해 묻자 "두 사람에게 양복을 얻어입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2년 전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불타는 청춘'을 론칭하면서 제작자 입장에서 김국진씨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년 친구들 전체를 이끌 예능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싱글이어야 하는데 김국진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하지만 국진형이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두 가지가 외박과 '썸'이다. 평생 방송 일을 하면서 외박을 한 적은 KBS2 '남자의 자격'과 '나의 결혼 원정기' 프로그램 때 단 며칠뿐일 정도다. 더욱이 썸 콘셉트가 들어가면 무조건 거절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런 김국진씨가 우리 기획안을 보고 미팅 날짜를 잡자고 했을 때 기적이다 싶었다. 본인이 중년들 중에 막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단, 조건은 있었다. 아침에 잠깐 씻을 시간과 자고 나오는 부스스한 장면을 담지 말아달라는 단서였다. '썸'은 기대도 안했다. 아이돌도 아니고, 50대 산전수전 다 겪은 연예인에게 '썸 한번 타주시면 안돼요?'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국진형이 '오케이' 할 때 이미 강수지씨는 섭외된 상태였다."


김국진 강수지는 최근 연인 사이임을 밝히면서 20년 전부터 이어진 끈끈한 인연을 언급한 바 있다. 강수지는 열애를 인정한 지난 4일, 이날 방송된 다음TV팟 '불타는 청춘' 라이브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20년 전에 서로 바쁘지 않았다면 만나봤을 것 같다. 당시엔 서로 너무 바빴다"고 털어놓았다. 김국진 역시 "내가 아무리 바빠도 강수지 콘서트는 꼭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밝힌 바 있다.

20년 전 두 사람의 '썸' 현장에 지금의 오작교인 박상혁 PD가 있었다. 박 PD는 "난 강수지 열혈 팬클럽이었다. 첫 콘서트에 갑자기 당시 최고 인기 예능인 김국진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국진씨가 가수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선 건 평생 세 번이다. 이승환, 김종서, 그리고 강수지다. 강수지 콘서트에는 무려 4번이나 왔다. 매니저도 없이 스스로 차를 몰고 부산 콘서트까지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학창시절 두 사람 사이에서 느꼈던 야릇한 기류가 20년의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지금이라도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섭외 당시에 과거 인연을 염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촬영부터 두 사람은 하늘이 점지한 듯 우연이 거듭되더니 결국 운명이 됐다.

박 PD는 "'불타는 청춘' 첫 촬영 때 눈썰매를 타러갔다. 출연자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여덟 명이 네 쌍을 만들었다. 김국진 강수지는 첫 날부터 커플이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썰매 타러 올라가더라. 내려올 때도 안거나 업는 등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보여줘 내가 놀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박상혁 PD
사내=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08.04/

두 사람과 촬영 때마다 1박2일 붙어있는 PD 눈에 '치와와 커플'의 핑크빛 무드가 포착된 적은 없었을까.

"낯을 많이 가리던 국진형이 어느 때부터인가 강수지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지만 제작진도 긴가민가했다. 이미 프로그램 내에서 공식 커플이고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짝꿍 콘셉트여서 거기서 더 나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두 사람도 감추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 살짝 진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때 '이게 뭐지?' 당황했다."

김국진이 강수지로 달라진 건 또 있었다. 바로 회식 문화. 김국진은 녹화 후에 출연진·제작진과 회식하지 않기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라디오스타'로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윤종신이 "오늘은 함께 회식할거냐"고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물은 적이 있을 정도.

박상혁 PD는 "제가 알기로 '라디오스타' 회식은 거의 참석한 적이 없는 국진형이 '불타는 청춘' 멤버들과는 모인다"며 "지나보니 다 강수지씨의 힘 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착하지만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김국진씨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며 "'불타는 청춘' 덕분에 올해 SBS 연예대상 재미있겠다. 지난 연말에 방송에서 말한 코멘트가 진짜 속마음이었을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 연말 강수지는 SBS 연예대상 생방송중에 김국진에게 "우리가 어떻게 될지 많이 물어보더라. 우리가 설정이냐?"라고 돌직구로 물었고, 김국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설정이 아니다"라고 답해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 '온 우주가 축복하는' 김국진 강수지 커플에게 이제 조심스러운 결정만이 남았다.

박상혁PD는?

IMF 여파로 방송사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였던 98년, 유일하게 신입을 뽑았던 SBS 공채 7기로 입사했다. 교양PD를 꿈꿨으나, 시청률 35%를 찍던 '기분 좋은 밤' 조연출을 시작으로 예능PD의 길을 걷게 됐다. '웃찾사', '인기가요' 등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SBS 연예대상의 시초가 된 SBS 코미디대상(2006)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옛날TV', '강심장', '룸메이트', '불타는 청춘', '신의 목소리' 등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lyn@sportschosun.com, ran613@, 사진=조병관기자 rainmaker@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