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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영표가 절제됐지만 본질을 꿰뚫는 '아재입담'을 선보였다.
축구 지도자 연수를 위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영표는 김흥국이 대세라는 곳곳의 증언에 "그 이야기를 처음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해 '흥궈신'에게도 굴욕을 안기는 여유만만한 입담을 뽐냈다.
이어 이영표는 "김흥국 씨는 축구를 상당히 좋아하시고, 응원을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크게 도움은 안 된다"고 돌직구 평가를 남겼고, 이에 김흥국이 발끈하자 "다시 할 테니 편집해달라. 김흥국 선생님의 응원이야말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재치를 발휘해 김흥국을 쥐락펴락했다.
뿐만 아니라 이영표는 '축구계의 악동' 이천수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천수의 첫인상에 대해 "천수를 처음 봤을 때는 좀 놀랐다"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출연진이 이영표가 놀란 이유를 이천수의 개성 넘치는 외모 탓이라고 생각하자, 그는 "여러 가지로 놀랐다"고 덧붙여 웃음을 배가 시켰다.
이영표는 "천수가 일본 올림픽 대표팀에 져서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을 때 대표팀에 합류했다. 처음 온 날 천수가 밥을 먹다가 선배들 앞에서 '일본 올림픽 팀에도 지냐. 내가 있었으면 이겼다'고 말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천수를 혼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천수는 뛰어넘은 존재다"라고, "이천수와 고기를 먹을 때 후배인 이천수가 고기를 굽냐?"는 질문에는 "천수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받아치며 디스 아닌 디스로 남다른 입담을 입증했다.
그런가하면 이영표는 "안정환의 해설은 재미있고, 이영표의 해설은 공부하는 느낌"이라는 서은광의 평가에 "스포츠의 본질이 재미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중계를 나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재미있게 하는 중계는 우리 팀이 이기고 있거나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때 까지만 가능하다. 밀리고 있거나 골을 먹는 순간 더 이상 재미있게 할 수 가 없어진다. 축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소신을 드러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영표가 이날 선보인 입담은 그의 축구해설과도 닮아 있었다. 이영표는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속뜻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과격하지 않은 어법으로 '아재입담'을 재정의 했다. 절제된 표현 안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선사, 이번 리우올림픽 중계 또한 다시금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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