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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딱딱한 상남자 모습과 달리 진구는 밝고 유쾌했다. 다소 짖궂은 이야기에도 웃으며 눙치는 모습에서는 톱배우의 여유마저 느껴졌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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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이종현 인턴 기자] 참 끼 많은 남자다.
솔직히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 전까지만 해도 배우 진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진구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온통 거칠고 강한 반항아적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런 성향은 스크린에서 잘 드러난다. '달콤한 인생'(2005)의 선우 오른팔, '비열한 거리'(2006)의 종수, '트럭'(2008)의 김영호, '혈투'(2010)의 도영, '26년'(2012)의 곽진배, '명량'(2014)의 임준영 등 진구가 연기한 캐릭터는 하나같이 "내가 남자다. 그것도 상남자다"라고 외치는 듯한 유형이었다. 그만큼 왠지모르게 진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어딘지 좀 무섭고 어둡고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진구를 만나고 나니 그런 선입견이 와장창 깨졌다. 좋은 의미로 "이게 웬일"이다. 비주얼은 훈훈한데 어딘지 모르게 껄렁한 매력이 있다. 그렇다고 바람둥이 유형도 아닌데 능글맞은 유머가 있다. 분명한 카리스마와 상남자 매력 속에 젠틀함과 자상함을 갖추기도 했다. 조금은 거칠고 또 그만큼 순수한 묘한 매력과 입담의 소유자가 바로 배우 진구다. 스스로는 "불량한 교회 오빠"라고 말한다. 흔히 '교회 오빠'라고 하면 훈훈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동네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처럼 정겹고 친근한 매력이 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보면 '불량한 교회 오빠'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이 남자, 소주 병뚜껑 좀 날려본 오빠다. 본지가 진구의 광고 촬영장을 급습한 날은 7월 21일. 진구의 생일 다음날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생일 축하 케이크를 준비했다. 케이크를 본 진구는 어린 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내 맥주를 찾았다. 무더위 속 시원한 맥주의 맛을 아는 남자, 노동의 마무리는 한잔 술이라는 인생 미학을 아는 남자가 바로 진구다. "원래는 소주 2~3병 정도 마시는데 요즘엔 일이 너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독주는 자제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와인이나 샴페인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맥주 광고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웃음) 나중에 그런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어요. 대신 마셔주는 남자, 혹은 같이 마셔주는 남자 그런 거요."
'태양의 후예' 촬영 기간에도 꽤 많은 소주신을 영접했다고 한다. "그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매일매일 술 마셨어요. 보면서 한심할 정도로 엄청 부어있더라고요. 부사관 캐릭터라 듬직한 이미지가 있어야 해서 다행이었죠. 남자 12명이 매일 술 먹었어요. 촬영의 70%가 태백에서 진행됐는데 박훈(태백부대 최우근)어머님께서 소주방을 하셨거든요. 항상 군인팀 회식 장소는 거기였어요. 우리끼리 술 먹기에는 최고였죠. 남자들은 밝은데에선 못 울거든요. 어두침침한 곳에서 속 얘기 하면서 우는 동생들 달래주고 그랬죠."
여기까지 상남자 진구의 기질을 맛봤다면 자상한 면모도 만나볼 차례다. 워낙 정이 많은 성격이라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병인 것 같아요. 와이프가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신기해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맞벌이 하시고 혼자 크다 보니 남들한테 밉보이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요. 형제가 없으니까 내가 좀 지더라도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게 어릴 때 있었는데 그게 버릇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확실히 이제는 돌아오는 게 훨씬 커요. 경조사나 이럴 때 보면 그래요. 저는 진짜 잘 살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그래서 동생들도 자연스럽게 큰형님처럼 진구를 따르는 듯 하다. 비록 작품은 4월 종영했지만 아직도 당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과는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송)중기는 바빠서 연락만 하고요. 나머지 12명 부대원들은 일주일에 한번은 꼬박꼬박 봐요. 알파팀 3명이랑 태백부대 2명 정도는 제가 하는 농구단 소속이라 또 보고요."
'태양의 후예'에서 '구원커플'로 호흡을 맞춘 김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진구의 이런 해맑은 성품이 아니었다면 그때와 같은 '구원커플'의 애절하고 달달한 로맨스는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김)지원이는 워낙 예의바르고 착해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친해졌어요. 확실히 저나 (송)중기,(송)혜교에 비해 지원이가 어리기도 했고요. 또 저랑 촬영하기 전엔 저에 대한 무서움도 있었을 거예요. 많이들 싸움 잘하고 욕 잘하고 무섭고 무뚝뚝할 거로 생각하시거든요. 그래서 더 지원이를 다독여준 것도 있죠. 촬영 초반에는 (김)지원이가 몰래 울었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한테 얘기하라고 했죠. 중반부터는 제 앞에서 많이 울더라고요. 스트레스도 얘기하고요. 정말 다 털어놓아 줬어요. 아마 (김)지원이의 눈물을 봐서 더 친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렇다고 바깥 사회 생활에만 열중하는 남자는 아니다. 가정에도 충실한, 진짜 진국이다. "영화 '26년'이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거든요. 와이프가 그 영화 보고 저랑 결혼하자고 했어요. 소개팅 할 때 그 DVD를 가져갔거든요. 자신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새침하게 안본 척하더니 바로 영화를 봤대요. 그리고 '이 사람 생갭다 바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더라고요. 깡패 캐릭터라 건들거리지만 '뚝심있다. 나쁜 사람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저도 가정적이려고 노력해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너무 불규칙하고 육아도 많이 못 도와주고 하니까요."
팬들을 챙길 줄 아는, 진심으로 소통할 줄 아는 스타이기도 하다. 그런 진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SNS에서 종종 진행하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벤트 해프닝이다. 진구는 최근 개설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편인데 가끔 '날 잡아 보라'는 글과 함께 본인이 있는 장소를 찍은 사진을 게재한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에서 이 이벤트에 딱 걸렸다고. "제가 개선문 앞에서 관광하고 있었는데 한 한국 여자분이 버스에서 내려서 막 뛰어오시는거예요. 그리고 저를 딱 잡고 애교섞인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잡았다!' 그러시더라고요. 진짜 고마웠어요. 그분은 모자이크 처리해서 인스타그램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상남자 외모와 성격 뒤에 인간적인 포근함과 유머를 갖췄다는 것. 그게 바로 진구의 진짜 매력이 아닌가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진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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