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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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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의미있는 성장통이었다.
배우 박소담이 KBS2 월화극 '뷰티풀마인드'와 2일 이별을 맞았다. '뷰티풀마인드'는 공감 능력 제로인 천재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환자들의 기묘한 죽음과 얽히며 사랑에 눈뜨고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미스터리 메디컬 드라마다. 박소담은 극중 열혈 교통과 순경에서 강력계 형사로 성장하는 계진성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박소담에게는 유난히 높은 벽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그랬다. 박소담은 '뷰티풀마인드' 출연에 앞서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를 촬영했다. 그런데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는 촬영 일정이 지연되면서 편성이 계속 밀리다 '뷰티풀마인드' 종영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 tvN 편성을 확정했다. KBS와 tvN 양측 모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겹치기 출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tvN은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방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본의 아닌 논란을 딛고 야심차게 지상파 첫 여주인공 자리에 도전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박소담의 연기에 각종 혹평이 쏟아졌던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였다. 교통과 순경인 계진성이 무리하게 이영오를 압박하며 수사를 강행하는 모습은 분명한 월권행위이자 강압수사였다. 순식간에 계진성 캐릭터는 '민폐' 혹은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사실 계진성과 이영오의 캐릭터 간극을 좁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했다. 감정 과잉형이라 할 수 있는 열혈 캐릭터로 감정이 1g도 남아있지 않은 이영오 앞에 서다 보니 자칫 오버스럽게 보일 수 있는 순간들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지상파 여주인공을 연기하기엔 내공이 부족했다'거나 '장혁에 밀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도 나왔다.
그러나 박소담은 당차게 캐릭터에 집중했다. 혈기왕성한 계진성 캐릭터가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영오와 진정으로 교감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나갔다. 덕분에 케미도 점차 살아났다. 이영오가 감정에 눈 뜨고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과 계진성이 인간적으로 성숙해나가는 모습이 합을 이루며 묘한 설렘과 떨림을 전해줬던 것이다.
분명 '뷰티풀마인드'는 박소담에게 뼈아픈 성장통을 겪게한 작품임은 틀림없다. 박소담은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은 케이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검은 사제들' 등의 영화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주며 단박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배우로서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에게 있어 초반 쏟아진 혹평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놓고 봤을 땐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혹평과 비난마저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소담은 극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기존에 보여줬던 개성 강한 캐릭터 연기 대신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를 풀어내며 또다른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배우로서의 큰 숙제를 풀어낸 박소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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