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대미문 한 흥행과 변칙개봉. 연상호(38) 감독은 '부산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11) '사이비'(13)로 개성 강한 연출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 그의 첫 번째 실사영화인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영화사 레드피터 제작)은 올여름 텐트폴 영화 중 첫 번째 주자다. 100억원대를 웃도는 국내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들이 가득한 여름 극장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발적인 성공으로 결실을 이뤘다.
'부산행'은 지난 20일 개봉 이후 역대 한국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20일, 32만3186장),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20일, 87만2232명), 역대 최단 100만 돌파(개봉 1일차),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23일, 128만950명), 역대 개봉 첫 주 최다 관객수(24일, 531만5567명), 역대 최단 200만 돌파(개봉 2일차), 역대 최단 300만 돌파(개봉 4일차), 역대 최단 400만 돌파(개봉 4일차), 역대 최단 500만 돌파(개봉 5일차), 역대 최단 600만 돌파(개봉 7일차)까지 국내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
연상호 감독은 이런 '부산행'의 기록행진에 대해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가 된 이후 두 달이 흘렀는데 그동안 많이 답답했다.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부산행'을 국내 관객에게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기다림이 너무 힘들더라. 어떻게 봐줄지 감독으로서 기대감도 있었는데 첫날 믿기지 않은 스코어를 보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관객들이 '부산행'을 더 많이 기다려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실제로 '부산행'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부문)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고 전 세계 씨네필에게 영화를 소개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는 '부산행'에 대해 "역대 칸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는 후문. 이런 뜨거운 반응이 국내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렸는데 다행스럽게도 칸영화제 못지않은 반응을 일으키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이런 말 조심스럽지만, 전 처음부터 해외보다 국내 반응이 더 좋을 것이라 예상했어요(웃음). 스스로 '부산행'을 만들 때 국내 관객을 겨냥해 만들었기 때문이죠. 칸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긴 했지만 아무래도 해외 관객이기에 제가 의도했던 장면을 명확하게 읽지 못하기도 했죠. 또 외신들과 인터뷰를 해보니까 재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처를 표현한 장면을 크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솔직히 국내에서는 낯설지 않잖아요. 좀비에 대한 반응은 '한국 좀비는 굉장히 빠르다' 정도였죠. 이런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에서는 저의 의도를 잘 간파해주셔서 더 기분이 좋아요. 하하."
연상호 감독의 남다른 자신감처럼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물의 새 지평을 연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시선을 압도하는 강렬한 좀비를 구현해낸 기술력과 차별화된 캐릭터들은 올해의 발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꽤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스토리, 적재적소 배우들의 열연 등이 적절히 구색을 갖추면서 잘 만든 상업영화로 84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러한 '부산행'의 흥행 스토리에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오점이 생기기도 했다. 바로 유료 시사회를 가장한 변칙개봉.
국내 영화는 개봉 전 언론·배급 시사회와 VIP 시사회를 통해 기본적인 스코어를 얻어간다. 일찌감치 관객의 기대를 받은 블록버스터들은 1회, 많게는 2회 정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며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시사회를 통해 사전 관객수를 누적하는데 그래도 관객수 5만명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부산행'은 언론·배급 시사회를 비롯해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총 8회에 거쳐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56만명이라는 관객수를 누적했다. 일반적인 개봉 절차를 벗어나 변칙을 써 관객수를 늘리는 수법, 즉 변칙개봉을 시도한 '부산행'은 덕분에 개봉 당일 10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다.
변칙개봉 논란으로 잡음이 생긴 '부산행'.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다다쇼를 운영 중인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구설에 휘말려서인지 사람들은 더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연상호 감독도 변칙개봉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누구보다 아쉬워하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도 굉장히 아쉬워하는 부분(변칙개봉)이에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연출자, 즉 감독은 개봉에 대해 통제할 수 없어요. 그저 작품을 만들 뿐이죠. 누군가 의도적으로 변칙개봉을 계획했다기보다는 여러 욕구가 결합해 생긴 잡음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말의 논란에 휩싸여 생각이 복잡해졌어요. 주위에서는 제가 독립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람이라 더욱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고요. 누군가의 책임이라 단정 지을 수 없고 또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죠."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TOPIC/Splash News, 영화 '부산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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