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 영화사 레드피터 제작)에는 7명의 주연배우가 등장한다. '부산행'의 중심 격인 공유와 김수안.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부산행 KTX에 탑승한 마동석과 정유미, 고교 야구부 최우식과 그를 짝사랑하는 안소희, 마지막으로 주먹을 부르는 김의성까지. 누구 하나 부족함 없는 '부산행'의 사람들이다.
특히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은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어린 소녀 김수안이다. 연상호(38) 감독이 가장 공들여 캐스팅한 '부산행'의 꽃으로 촬영 당시(2015년) 만 9세였던 아역배우다. 사연을 가득 품은 눈동자를 가진 김수안. 관객을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는데, 이러한 김수안의 오묘한 매력이 연상호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단다.
애초 수안 역은 석우(공유)의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출발했다. 때문에 많은 남자 아역배우를 오디션 봤지만 딱히 마음이 동하는 배우가 없었다고. 그러던 중 우연히 김수안을 만나게 됐고 캐스팅하면서 아들에서 딸로 설정이 바뀌게 됐다. 크랭크 인을 앞두고 갑작스레 바뀐 설정으로 제작진이 진땀 꽤나 흘려야만 했다는 후문이다.
"'부산행' 초반 석우의 아들은 전형적이고 뻔한 인물이었어요. 석우가 목숨 걸고 지켜야만 했던 존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오디션을 보러 온 아역배우들도 캐릭터 성격 때문인지 어딘가 하나같이 전형적인 연기를 하더라고요. 순간 이런 캐릭터를 틀에 박힌 아역 배우들이 맡는다면 캐릭터 자체가 붕 떠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죠. 그런 와중에 김수안을 봤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딱 석우의 딸이었어요. 그동안 김수안이 했던 연기를 보니 누구보다 잘 소화해줄 거라는 판단이 섰어요. 갑자기 아들에서 딸로 바뀐 덕분에 연출부들이 고생 많았죠(웃음). 처음에는 '너무 많은 설정이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며 걱정이 많더라고요. 일단 초반 장면에서 석우가 아들에게 생일선물을 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선물부터 딸의 선물로 바꿔야 했으니까요. 연출부가 곰 인형부터 엘사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위로 바꿨어요. 위는 딸들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제 판단은 다행히 틀리지 않았어요. 김수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열연을 펼쳤거든요. 다른 아역들과 달랐어요."
김수안의 등장으로 돌연 딸로 설정을 바꿔야만 했던 연상호 감독. 그렇다면 칸영화제에서 '히트다, 히트'였던 '한국의 터프가이' 마동석은 어땠을까? 그 역시 상화라는 캐릭터 설정을 바꿀 만큼 놓칠 수 없었던 배우였다.
"'부산행'에서 분명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하나였던 상화 역할에 고민이 많았죠. 확실히 관객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지만 그걸 살려줄 배우는 많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제작 초기에는 상화와 성경(정유미)이 연상연하 커플로 설정된 상태여서 캐스팅하는 데 더 애를 먹었어요. 마초이면서도 연하인 남배우들이 없더라고요. 결국 연상연하 설정은 버리고 대신 역대급 마초남 마동석을 캐스팅했죠. 이어 부인 역으로 정유미를 세웠는데 이 케미가 또 재미있더라고요. 마치 '펄프픽션'(94,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연인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같은 커플이라고 할까요(웃음)? 물론 마동석과 정유미를 연상연하 커플로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억지 코미디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유미가 동안이라지만 그래도 연하남 마동석은 좀 아니잖아요? 하하."
연상호 감독의 심미안은 대성공이었다. 김수안은 '알로하오에(Aloha Oe)'로 콧잔등 시큰하게 만든 뭉클한 엔딩을 선사했고 마동석은 무시무시한 핵주먹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두 사람 외에도 노숙자 역을 맡았던 조연 최귀화, 충격의 오프닝을 선사한 카메오 심은경 등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그리고 안무가의 디자인으로 완성된 99인의 좀비 배우들까지 '부산행'의 흥행을 쾌속 질주하게 만들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놓칠 수 없는 요소죠. 평소에도 전형성을 비꼬고 비트는 걸 즐기는 편인데 이런 제 성향이 '부산행'을 만나 적절하게 발휘된 것 같아요.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그를 때는 몰랐는데 확실히 배우가 주는 힘은 큰 것 같아요. 영화를 시작하는 것도, 영화를 끝내는 것도 캐릭터를 제 것으로 만들어 소화하는 배우들이란 걸 알게 됐어요(웃음)."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영화 '부산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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