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청춘시대, '아프니까 청춘이다'보다 깊은 울림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7-30 08:02


사진제공=JTBC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스무살이 장밋빛 인생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2016년 대한민국의 스무살은 출전에 비유하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토익이며 자격증이며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에 내몰린 스무살들이니 말이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라면 상황은 더 위태롭다. 바로 옆 내 동기가 명품으로 치장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동안, 학점 관리, 취업 준비에 각종 알바에까지 뛰어들며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열심히 살아봤자 돌아오는 것은 학자금 대출이란 이름의 거액의 빚이다.


유은재 역의 박혜수. 사진제공=JTBC
지난 22일 첫 방송된 JTBC '청춘시대' 속 여대생들의 삶에도 이런 현실이 녹아 있었다. 연남동의 벨 에포크, 달콤하고 아늑하며 아기자기할 것만 같은 여대생들의 삶의 공간에 스며든 현실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내심 품고 상경한 새내기 유은재(박혜수)의 인생은 벨 에포크에 도착한 첫 날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몰래 남자친구를 집에 들인 예은(한승연)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틴 것이다.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가까스로 짐을 풀 수 있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미 그 집에 들어와 살던 선배, 진명(한예리), 이나(류화영) 모두 까칠이 극에 달했다. 버스 안에서 누가 가방으로 쳐도 말 한마디 못하는 성격의 은재는 주눅이 든다.


예은 역의 한승연. 사진제공=JTBC
예은의 인생이라고 해서 마냥 핑크빛 로맨스로만 꽉 찬 것은 또 아니다. 남자친구 고두영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을의 연애를 하는 예은은 1주년 선물로 증정품을 받은 사실을 차마 털어놓지 못한다. 남친과 여행을 갔다고 거짓말을 하고 찜질방에서 자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다. 공부하랴 아르바이트 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도 나이 26에 여전히 코피 쏟는 대학생인 진명의 처지 역시도 답답하다. 화려할 것만 같은 이나는 어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든 그는 예은의 질투를 사고 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이나만큼 불행한 인생도 없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스폰을 받으며 살아왔던 비밀이 모두에게 탄로가 난 것이다.


진명 역의 한예리. 사진제공=JTBC
알고 보면 모두의 인생은 부러워 할 것도 조롱할 것도 없는 보통 그 자체다. 은재는 캠퍼스에 익숙한 예은을 부러워하지만 알고보면 예은의 인생도 고달프다. 예은의 질투를 산 이나의 비뚤어진 인생 역시 아프고 쪽팔린 것은 매한가지. 모두가 안쓰럽게 바라보는 진명의 삶은 어딘가 씩씩해보이기 까지 하니 눈에 보이는 갑을은 그렇게 허망할 밖이다.

"보통 사람끼리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소통하지 않으면 공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감이 없다면 치유도 없고,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곪아갈 뿐이다"는 '청춘시대'의 기획의도는 필요 이상의 부러움과 과한 조롱으로 (상대적) 갑을을 바라 볼 밖인 오늘날에 대한 적절한 처방처럼 들린다. 확실히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무책임한 말보다는 울림이 크다.


이나 역의 류화영. 사진제공=JTBC
첫 회 방송부터 진하게 전해진 울림에는 배우들의 영향이 컸다. 한예리, 한승연, 류화영, 박혜수, 박은빈 등 아직 무르익지 않은 배우들은 기대 이상으로 저마다의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잘 안착했다.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을 부둥켜 안은 이들의 모습은 안쓰럽고 짠하면서도,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과 생기 역시 잊지 않아 드라마의 톤을 한층 밝게 만들어준다.


'연애시대'로 익히 알려진 박연선 작가의 손 끝에서 나오는 필력 역시도 매섭다.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린 '연애시대'처럼 '청춘시대' 역시도 그 특유의 섬세한 상황 설정과 그 안에 움트는 다양한 감정을 잘 포착해냈다.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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