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김병만을 흔히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합니다.
|
"보람있잖아요. 남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가면 성취감이 덜해요. 제가 밥상을 차리고 사람들이 숟가락을 들고 오게 만들고 싶어요. 쉽진 않지만, 그걸 위해 틈나는대로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거죠. 선진국일수록 익스트림 문화가 떠요. 요트, 윈드서핑, 스카이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 이런게 외국에서는 활성화 돼 있어요. 미국에 갔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50명이 스카이 다이빙으로 하늘에서 만나는걸 본 적이 있어요. 자연 서바이벌도 외국에 비하면 우리는 좀 늦었다고 볼 수 있죠."
"1년에 7번 정도 나가는거 같아요. 한 번 나가면 20일 정도 있고요. 2011년부터 해 왔으니, 다음달로 만 5년이 돼요. 가서 좋긴 좋은데, 너무 자연을 즐기다 보니까 (현실과) 부딪히는 것이 겁나요. 자꾸 피하게 되더군요. 오지 중독이래요. 오지 전문 촬영 감독님이 '자꾸 가면 중독될텐데'하더라고요. 전 시상식이 제일 어색해요. 혼자만 얼굴 시커멓고. 하하. 근데 정글에서 햇볕에 안 타게 좀 가리고 싶어도, 촬영하는데 뭘 쓸 수가 없어요. 또 눈이 자꾸 아파서 안과에 가니까 강한 빛 때문에 안구도 많이 부어있다고 하더라고요. 피부 같은 경우도 자외선 때문에 나이에 비해 노화가 빨리 되고 있죠. 의사들은 자외선을 피하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되나요.(웃음)"
|
"사실 제가 보여줄 건 다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출연진이 다양한 것을 해 볼 수 있게 도우미 역할을 하는거죠. 실제로 본인들이 직접 해 보고 싶어하거든요. 제가 공군홍보대사 하면서 특수부대와 훈련도 해 보고 자꾸 그러는 이유가 안전요원이 되기 위해서예요.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제가 앵글 밖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아요. 팔라우 같은 곳은 공기통을 들고 수중 촬영을 들어 갈 수가 없어요.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어야하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카메라 들고 들어가서 집적 찍기도 했죠. 그런 식으로 제 역할이나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들이 바뀌고 있는거죠. '정글의 법칙'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정글 생활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김병만. 그가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타고난 손재주, 무술과 익스트림 스포츠로 다져진 체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다른 관찰력 또한 보탬이 됐는데요. 정글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골몰하다보니 원주민들의 생활을 유심히 관찰하게 됐죠. 김병만은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니 이쪽 원주민과 저쪽 원주민 생활이 다르더라고요. 중남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에원주민들의 문화와 생활이 전부 달라요. 부족마다 좋은 점만 추려서 그걸 또 다른 원주민에 알려주면 '이 사람 대체 뭐냐'라며 놀라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야말로 전세계 원시 부족의 문명까지 바꾸는 병만 족장입니다 .
|
"이 바다 보면 대충 뭐가 있고 이런게 감이 딱 오죠. 한 번은 팔라우 원주민한테 '여기 크레이피쉬 있죠?' 했는데 없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볼때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밤에 다시 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크레이피쉬가 있었죠. 크레이피쉬는 주로 밤에 활동하거든요. 낮에는 바위 틈에 쏙 들어가있어서 숨을 오래 참아야해요. 이제 대충 '얘는 어떻게 잡으면 된다' 이런 것도 알고요. 주로 작살로 잡지만 얇고 가는 물고기는 작살이 어렵거든요. 동갈치 같은 경우는 수면을 때려서 잡기도 하고, 오징어는 망으로 잡는 게 쉽고요."
정글 전문가가 다 된 김병만. 그가 집을 지어주고 사냥을 해서 보살핀 출연진들을 모으면 정말 하나의 부족이 될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정글로 떠났습니다. 김병만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정글인이 과연 있을까도 싶지만, '터프가이' 이훈 만큼은 인정했습니다.
"정글에 왔던 출연자들이 모두 자기가 너무 오고 싶어서 오는건 아닐 거예요. 그 중엔 분명 등 떠밀려 온 사람들도 있겠죠. 대놓고 안 하는 사람은 없지만 본인 의지로 온 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티가 나요. 근데 이훈 씨는 정말 놀랐어요. 이훈 씨와는 하드한 버전으로 한 번 '정글의 법칙'을 해 보고 싶어요. 책임감도 정말 강하고, 아주 남자답더라고요. 촬영 중 발바닥이 다 벗겨졌는데, 모래가 들어가는 상황에도 그걸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안 하더군요. 첫 날 다쳤는데 촬영 끝날 때까지 버티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정말 상남자예요."
'상남자'라고 한다면 김병만도 둘째 가라면 서럽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조차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정글의 법칙'으로 5년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스태프들입니다. 김병만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을 수상할 당시 "2013년에 받은 대상의 무게감을 아직도 느낀다"면서도 "그래도 우리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한 스태프들을 위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실감이 안 났어요. 나한테 또 다시 대상의 기회가 올까 싶었죠. 그때 약간 울먹였던게, 무대에 오르니 '정글의 법칙' 스태프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스태프들이 없어요. '정글의 법칙'처럼 힘든 프로그램 한다고 특별히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정을 가지고 해 주는 게 늘 감사해요. 특히 계속 정글에만 나가있다 보니 한국에서 일이 많이 끊겨요. 그런데도 감수하고 열심히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정글의 법칙'은 물론 '머슴아들', '주먹쥐고 소림사', '주먹쥐고 주방장', '병마TV'까지 모두 같은 스태프들과 하고 있어요. 앞으로 함께 할 거고요. 가족이죠."
|
"제가 국립생태원 홍보대사를 하면서 국립생태원장인 최재천 교수님을 뵐 기회가 있었어요. 그 분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웠죠. 사슴은 보호해야 할 동물이지만 뉴칼레도니아는 사슴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있어요. 그래서 합법적으로 한 번씩 사슴사냥을 해요. 그렇게 개체수를 조절하죠. 파괴해서도 안 되지만 마냥 보호해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그곳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이지만, 중남미 원주민들에게는 아주 나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원주민들을 만나면 최대한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따르려고 해요.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정글은 갈 때마다 늘 배워요"
하나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토록 많은 성장을 이룬 예능인이 또 있을까요?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을 계기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섭렵하더니, 이제 웹예능 기획과 제작에까지 도전장을 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죠. 그런 그는 아직도 갈 곳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고 합니다. 여행이 질릴 법도 한데 말이죠.
"바누아트의 행복지수가 왜 높은 줄 아세요? 소유가 없기 때문이죠. 돈을 벌었다고 은행에 입금하는 것도 아니고, 지킬게 없는 거죠. 주위에 먹을 것은 다 있고요. 그러니 불안한 것도 없고요. 다양한 문화권을 체험하니까 참 재밌어요. 제가 여행 간 것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한 40개국 정도 다녀왔죠. 근데 대부분 야생의 환경이었다는 게 좀 아쉽긴해요. 언젠가 '정글의 법칙'이 끝나면, 안 가본 곳들까지 여행을 가고 싶어요."
확신할 수 있는 건, 세계 어딜가도 그는 살아남을 것이고 또한 환영 받을 거라는 겁니다. 베어 그릴스 저리가라 할 생존력의 달인이자, 말이 통하지 않아도 웃음을 주는 코미디의 달인이니까요.
winter@sportschosun.com, ran613@,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