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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김건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띈 것은 잘 정렬돼 있는 자전거들. 영국 미니벨로 브랜드 몰튼 바이시클의 수제 자전거를 비롯해 6대를 소유하고 있단다. 옆에는 퀵보드도 한 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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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하는데, 이 티셔츠가 한 장에 5만원이라더라. 근데 나한테는 특별히 3만원에 해준다기에 20장을 샀다. 집에 누구 오면 하나씩 입으라고 줬는데, 아직도 15장 있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도 5벌 샀는데 2벌은 누구 줬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영화 '어니스트 감옥에 가다'에 보면 주인공이 옷장을 여는데 똑같은 옷만 쫙 걸려있다. 그런게 멋있는거다. 명품 브랜드? 그런 건 어릴 때 다 입었지. 요샌 동대문 옷이 최고다."
"이런 프로는 나도 처음이다. 곽승영 PD가 잘 해줬지. 사실 '미운우리새끼'는 정말 '힐링캠프'가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프로그램이다."
얘기인 즉슨, 당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연출을 맡고 있던 곽승영PD가 방송에 출연한 김건모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건모의 사는 얘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곽PD는 어떻게 예능과 접목할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쓰고 있는 육아일기를 떠올렸다. '김건모의 일상을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미운우리새끼'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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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운우리새끼'에서 김건모는 아침부터 '모닝 소주'를 마셔 어머니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집 안에는 그간 김건모가 마신 빈 소주병이 가득 했다. 실제로 그의 작업실에도 소주가 상비 돼 있었다. 예술가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운동과 음식을 중요시 할 정도로 건강을 철저히 챙기는 그지만, 술은 또 별개의 문제다.
"나는 술 먹을 때 재미없으면 술을 안 먹는다. 고민이 있을 때는 오히려 속이 아파서 술을 못 먹는다. 술을 마시는 건 컨디션이 좋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면 (숙취 같은 건) 다 날아간다. 자전거를 타면 운동도 되지만, 사람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그게 인생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자전거 위에서는 악상 같은 걸 떠올릴 새도 없이, 그저 사람들을 보느라 바쁘다."
동생들 술 사느라 김건모의 카드 중 하나는 이미 한도 초과 상태라고 한다. '판타스틱 듀오' 녹화가 끝난 뒤에도 밴드들까지 따로 불러 챙긴다고. 술자리에 가면 정작 본인은 술을 먹지 못하고 부족한 건 없는지 주변을 살핀다는 제작진의 증언이다. 그런 김건모의 술을 가장 많이 얻어 먹은 후배는 누구냐는 질문에 망설임도 없이 "탁재훈"이라는 답이 나왔다.
"내가 산 술 제일 많이 먹은 후배? 탁재훈이지. 아마 나랑 같이 술먹으면서 들은 유머도 방송에서 많이 써 먹었을거다. 그때 내가 방송 잘 안 할 때라 내가 해 준 얘기들 도움 좀 많이 됐을걸. 요즘엔 나랑 술을 많이 안 마셔서 소재가 좀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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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미운우리새끼' 때 요리하는 것도 찍었는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못 나간다더라. 다음에(정규되면) 기회되면 나갈 수도 있겠지. 보여주고 싶은 아이템이 많다. 나올 사람도 많고... 출연진이 줄 섰다. 여기 카메라 딱 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면 그건 뭐 어떤 토크쇼에서도 듣기 어려운 얘기들이 나올 거다. 정규편성 안 되면? 그럼 뭐, 그냥 자전거나 타는거지. 아하하."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미운우리새끼'는 첫 회부터 강한 존재감을 남겼고, 그 중심에는 분명 이제껏 공개된 적 없는 김건모의 싱글 라이프가 큰 역할을 했다. 뭘 해도 잘 될 때가 있다고 한다면, 김건모는 그게 자신의 데뷔 후 3년이었다고 했다. 웃어 넘기려 했지만 요즘 김건모의 물오른 행보를 보고 있자니 그의 '삼재론'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뭘 해도 되는 흐름이 다시 찾아온걸까. 감히 김건모의 시대가 다시 왔노라고 점쳐본다.
winter@sportschosun.com, ran613@,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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