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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지난 16일 저녁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의 '양수경 편 2'가 방송되는 내내 양수경이라는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맴돌았다.
원로급도 아닌 중견급인 양수경을 '전설'로 초빙한 것도, 무려 17년 동안 대중의 곁을 떠나있던 그녀를 소환한 것도, 1회도 아닌 2회로 편성한 것도 모두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예상했건 아니건, 기대했든 아니든 양수경은 1편을 통해 아직 출시도 안 한 신곡 '바보 사랑'을 엠넷 차트 등의 각종 순위 상위권에 올린 뒤 이번엔 자신의 이름을 포털사이트 1~2위에 랭크시켰다. 물론 오롯이 그녀의 존재감 덕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주옥같은 히트곡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며, 그걸 가능케 한 경연가수들의 출중한 실력이 맹활약한 덕이다.
첫무대를 장식한 정동하는 왜 안정된 부활을 떠나 독립했는지, 그 이유인 그의 다재다능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당신은 어디 있나요'를 마치 카멜이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프로그레시브록으로 바꿔 훌륭하게 재창조했다. 조용하게 인트로를 연 뒤 느린 템포로 조율한 전체의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이끌어간 그의 능력은 전날 콘서트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에 넘쳤고 여유로웠다. 그렇게 그는 김범룡이 양수경에게 선사한 애절한 사랑 노래를 아방가르드한 한 편의 서사시로 재창조했다.
트로트계의 떠오르는 신예 윤수현은 '잊을래'를 선택했다. 기타의 조용한 아르페지오주법와 피아노의 협연으로 문을 연 뒤 뮤지컬적인 요소에 중국전통음악의 정서를 담아 전반부를 진행한 뒤 중반 이후 삼바로 변주해 호루라기와 브라스를 통원해 비교적 큰 스케일을 담아냈다..
EXID의 솔지는 역시 걸그룹계의 정상급 가창력의 가수였다. 많은 부담이 될 양수경의 대표곡 '사랑은 창밖에 빗물같아요'를 선곡해 일렉트릭 기타의 볼륨주법과 다양한 키보드 톤으로 연출한 결과는 뉴에이지와 퓨전재즈를 넘나들었다. 가창력과 테크닉에선 단연 ! 두드러졌다.
이영현은 역시 박정현의 유일한 대항마였다. 양수경이 가장 아낀다는 '못다 한 고백'을 들고 나온 그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빅 마마'였다. 조금 과장한다면 '한국의 새러 본'이 박정현이라면 그녀는 '한국의 아레사 프랭클린'이었다. 플러그드 어쿠스틱 기타의 힘찬 스트로킹과 키보드의 간결한 배킹을 선택한 이유는 그만큼 가창력의 자신감이 크다는 의미다. 드럼은 1절이 끝난 후에야 잠깐 '얼굴'을 내비쳤을 뿐 곡 전체의 분위기는 이영현이 시작하고 진행했으며 매조졌다.
미국의 팝계에선 작은 키에서 엄청난 성량과 고음을 뿜어내는 가수를 가리켜 '트랜지스터 걸'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엔 '다이나마이트 걸'로 바꿔 불렀다. 한국의 대표적인, 거! 독보적인 다이나마이트 걸은 이선희다. 오랫동안 그 바통을 이어받을 후배(소울을 제외한)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벤은 확실한 후계자 재목이었다. '그대는'을 들고 올라온 그녀 역시 메인 악기로 플러그드 어쿠스틱 기타를 선택해 속도는 늦추고 비트는 더 강하게 변! 주해 국악적 감성을 덧칠해 가장 양수경에 근접한 감 성과 장르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과하지 않은 표현방식과 적절한 소화력은 왜 지금까지 그녀가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지 못했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했다.
경연의 우승자는 이영현이었지만 제목대로 '전설'은 양수경이었고, '불후의 명곡'은 2편에 걸쳐 후배들이 열창한 양수경의 히트곡들이었다. 감격에 겨운 표정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고 장시간 후배들의 경연을 즐기고 또 그 속에서 감동을 경험한 양수경은 곧 '바보 사랑'을 타이틀로 한 미니음반이 나오고, 현재 녹음 중인 '베스트 앨범'도 뒤이어 출시될 예정이라며 오랜만의 컴백에 무척 조심스러우면서도 꿈에 부푼 얼굴을 보였다. narus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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